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 생일 상 앞에 앉아 있는 노모
아들 생일 상 앞에 앉아 있는 노모 ⓒ 이경모

전 세계 불변의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미혼남녀의 "난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야",
비즈니스맨의 "이윤 없이 밑지고 파는 겁니다."
어르신들의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에게는 또 하나의 거짓말(?)이 더 있다. "괜찮다"라는 말이다.

설 명절 전에 눈길에 넘어지신 어머니 얘기다.

"나 오늘 큰일 날 뻔했다. 뒤로 넘어졌는데 두꺼운 옷을 입고 넘어져서 다행이다. 손이나 부러졌으면 어쨌겠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나에게 어머니가 하신 말이다.

"다친 데는 없으세요? "
"놀라기는 했지만 괜찮다."

내가 봐도 별 증세가 없어 그날 밤은 그냥 주무셨다. 3일째 되던 날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조금 불편해 하신 것 같아 파스를 등에 붙여드렸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훨씬 좋아지셨다며 "다 나았다"고 하신다.

그런데 5일째 되는 날에는 눕고 일어나시는데 몹시 힘들어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다. X레이, CT촬영을 했다.

"어떻게 참으셨어요. 많이 아팠겠는데."
"견딜 만해서 아들을 성가시게 안 하려고 괜찮다고 했어요."

의사선생님하고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5년 전 일이 생각났다.

"아야, 왜 이런데. 어지럽다."

TV를 보시면서 양말을 개시던 어머니가 거실바닥으로 스르르 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럼 조금 누워 계세요"라고 말하고 나는 어머니 옆에서 하던 요가를 계속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3일째 되는 날 아침.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어제 피부과 의사가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

어머니는 1년 넘게 피부과 약을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지럼증이 생긴 것이 피부과 약 때문이라 생각하고 피부과를 찾으신 모양이다. 그런데 피부과 의사는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며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초기 뇌경색이어서 다행이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뚜렷하다.

그때도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뼈에 이상은 없었지만 넘어진 등 쪽 근육이 많이 뭉쳐서 염증이 생겼다며, 며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3일째 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 마치 내 생일이었다.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면서 차 안에서 77세 노모께 물어봤다.

"어머니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어요?"
"아들 딸 낳던 날이었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신다. 아들을 낳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 과연 아들은 얼마나 잘했을까. 답을 할 수 없다. '어머니가 곁에 계시는 동안 잘 모셔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모시는 동안 "괜찮다"라는 말은 귀에 담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 기침을 자주하신 것이 감기 걸리신 것 같은데요?"
"아니다. 괜찮다."

나는 병원으로 곧바로 모시고 갔다. 엊그제 일이다. 어머니께 효도하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3월호에 게재합니다.



#이경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