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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시립대 졸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 시립대 졸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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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시립대 졸업식에서 축사 대신 '반성문'을 읽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22일 서울 시립대 강당에서 열린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기성세대가 수저세대에게 보내는 반성문'을 읽었다.

시립대 이사장이기도 한 박 시장은 먼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고 처음으로 한 일이 반값등록금"이었다고 운을 떼고 "제 임기와 함께 시작한 '박원순 학번' 의 첫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2년 1학기부터 서울시립대의 입학금과 수업료, 기성회비를 50%로 줄인 반값 등록금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청년들이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고 하는 여러분들이 흙수저와 금수저를 논한다"며 고용절벽 앞에 선 졸업생들의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청년문제를 놓고서도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정쟁만 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대가 다른, 시대가 다른 저의 경험을 앞세워 지금 청년 여러분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혹시 꼰대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가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버니 샌더스 미국 대선후보의 말을 소개한 뒤, "4년 동안 알바를 하고, 대출까지 받으며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그대는 가지고 있는 믿음만큼 젊고, 의심만큼 늙는다. 자신감만큼 젊고, 두려움만큼 늙는다. 희망만큼 젊고, 실망만큼 늙는다"는 미국시인 새뮤얼 울먼의 <청춘>이라는 시를 소개해 청년들이 자신감을 잃지 말고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반값 등록금에서 멈추지 않고, 이제 청년의 주거비 및 생활비까지 실질 대학교육비를 낮추는 고민을 서울이 먼저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울 시립대 학위수여식에는 박 시장에 의해 반값 등록금이 처음 도입됐던 2012년에 입학해 혜택을 입은 졸업생 141명이 학사 가운을 입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립대 학부생들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반값 등록금 시행 이전인 지난 2011년에 1489명 31억7천만원이던 것이 2015년엔 369명 4억1천만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시립대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표창장을 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시립대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표창장을 주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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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시장의 '반성문' 전문.

사랑하는 서울시립대학교 졸업생 여러분,

저는 오늘 벅찬 가슴을 안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서울시장으로 당선되고 처음으로 한 일이 반값등록금입니다. 제 임기와 함께 시작한 '박원순 학번' 의 첫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고용없는 성장의 길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었습니다. 청년들이 고용절벽 앞에 섰습니다. 청년들이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부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삼포세대, 오포세대라고 자조한지 오래입니다. 단군이래 최대 스펙이라고 하는 여러분들이 흙수저와 금수저를 논합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청년문제를 놓고서도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정쟁만 하고 있습니다. 저도 기성세대의 한 사람입니다.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반성합니다.

세대가 다른, 시대가 다른 저의 경험을 앞세워 지금 청년 여러분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혹시 꼰대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 대선 후보는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가난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년동안 알바를 하고, 대출까지 받으며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서는 안됩니다'라고요.

그래서 서울시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결단했고 청년들이 학업에 집중하고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교육의 질은 우수한 학생들을 이끌어가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서울시는 청년활동 지원정책인 '서울청년보장플랜'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에게 사회참여활동비를 지급하고, 주거 및 활동 공간을 지원하는데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우리 서울시립대학교에서도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졸업생들을 위한 추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으로 지명도와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시립대가 오는 2018년 10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립대는 100주년 기념관을 짓고 양질의 교육과정으로 시대정신과 시민정신을 갖춘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마당을 더욱 넓히겠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그대는 가지고 있는 믿음만큼 젊고, 의심만큼 늙는다.
자신감만큼 젊고, 두려움만큼 늙는다.
희망만큼 젊고, 실망만큼 늙는다.

새뮤얼 울먼의 <청춘>이라는 시입니다.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딸, 아들을 격려해주러 오신 부모님들께 고생하셨다는 인사 올립니다. 교수님과 교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태그:#반값등록금,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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