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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폐쇄됐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이 진행한 지난 1월 초 4차 핵실험과 2월 초의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에 대한 맞불로,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에 북한은 그 다음날 개성공단 전면폐쇄와 남북 간 연락채널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이명박. 박근혜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에도, '민족화합의 상징'으로 그 명맥을 유지했던 개성공단의 숨통은 끊겼다.

이에 신문모니터위원회는 2월 11일∼17일 동안 이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 양태를 5개 종합 일간지(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의 사설과 칼럼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북한의 숨통을 끊기 위한 박근혜의 '결단'?
조중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우리 측의 피해도 크지만 북한 정권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는 공단 폐쇄 직후 나온 해당 언론들의 칼럼에서 확인 가능하다.

조선일보 <사설/박 대통령, 외교.안보 '3년 실패' 딛고 원점서 새로 시작해야>(2/12)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 "남북 협력의 마지막 끈을 스스로 끊은 것"이라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중단한 것이 (박 대통령의) "웬만큼 결연한 각오가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 평했다.

중앙일보 <사설/개성공단 추방.몰수는 북한 최악의 수>(2/12) 또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우리의 '뼈를 깎는' 고뇌의 결과"란 입장을 보였다. 동아일보 <사설/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뼈아픈 국제 對北제재 끌어내야>(2/11)는 개성공단 중단은 박 대통령의 "고심의 산물"이라 평했다.

동아일보 <박제균의 휴먼정치/박근혜, 루비콘 강을 건너다>(2/12, 박제균 논설위원)는 한 술 더 떠 박 대통령을 "정치게임의 고수(高手)"라 평가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내부적으로 '우리도 주도적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식을 불어넣어 무력감을 덜어낸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평을 내렸다. 글 후반부에서 박 대통령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비유하며, 박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 서 국민을 설득하고 호소하여 루비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데선 낯 뜨거움까지 느껴진다.

박제균의 칼럼보다 몇 단계 진화한 글은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애국심>(2/16)이다. 이 칼럼은 "할 말을 참고 정부가 취한 어려운 결정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며,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에 대해 '호들갑'을 떤다고 비아냥거렸다. 또한 노동 단체 등의 비난 성명에 대해 "극심한 분열과 지리멸렬상을 보인다"느니, "이견의 정도가 저주와 파괴 수준"이라느니 하는 극언을 퍼부어댔다.

이 칼럼의 결론은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어려운 결단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애국'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애국'은 민주주의적 가치와는 거리가 먼, 전체주의적 사고의 잔재에 가깝다.

위기국면을 더욱 부추기는 조선일보의 대결주의적 보도 양태
개성공단 중단만으로도 심각한 상황인데, 조선일보는 여기에 더해 남북 간의 대결을 더욱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한낱 북한 정권으로부터 수모를 받다>(2/12)는 "경제 제재나 미국에 (안보 문제에 있어) 손을 내미는 걸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제동을 걸 수 없다"며, "우리 자신도 상응한 핵과 로켓 실력을 갖추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 자체적으로 핵과 로켓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사설/미도 초고속 북제재법 처리, 도발 악순환 이번엔 끊어야>(2/13)는 미국 정부의 각종 대북제재 조치가 "북의 금융 자산을 동결하고 돈줄을 죄는 효과"를 주는 등 북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와 군 당국 또한 북의 연쇄도발을 여기서 끊는다는 각오로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후폭풍 우려하는 한겨레‧경향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한 조중동과 달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박 대통령의 명백한 잘못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즉흥적이고 앞뒤 안 맞는 초강경 대북 대응>(2/12) 등을 통해 개성공단 중단 조치와 그와 함께 병행되는 대북 강경대응으로 인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강화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동걸 칼럼/무모한 대통령, 죽어나는 국민>(2/15) 또한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발맞춰 미국이 대북제재법안과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을 거론하며, "이번 사태는 미‧일과 중국의 군비경쟁에 우리가 끌려드는 것"이라 평했다. 즉,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 위기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한겨레 2월 15일자에 실린 <편집국에서/총 한방 쏘지 않은 휴전선 북상>은 개성공단이 2000년 6.15공동선언의 결과물로서, 북한군 주력 부대의 10Km 후방 이전으로 인해 오히려 군사적 긴장 상태가 완화되었던 사실을 지적하며, "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북한의 기습공격 가능성과 수도권에 대한 북한 장사정포 위협이 높아진 것은 '팩트'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이 칼럼에서 지적하는 내용은, 2000년대 초반까지 개성공단 터에는 북한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 등 6만여 병력과 포진지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부대들을 10~15Km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군사적 긴장 상태가 매우 완화되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경향신문 <기자 칼럼/성공한 수술, 환자의 죽음>(2/13) 또한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비롯한 대북 강경조치가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 우려하면서, "'골칫덩이의 근원을 없애는 데 한두 방쯤은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한 방이 우리에겐 치명적"이라 평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남북 간 군사적 갈등을 우려한 것이다.

<사설/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돌려놓은 보수정권 8년>(2/13)은 북핵 실험에 맞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중단, 사드 배치 등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 강경책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음을 우려한다.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 그들이 원하는 것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작용했던 개성공단이 졸지에 사라져버리게 된 것은 실로 엄청난 비극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될 지경에 이르렀으며, 미국은 초강경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 등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당장 정부의 조치를 규탄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 뿐 아니라, 개성공단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짐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군사적 갈등, 나아가 전쟁위기에 시달리게 생긴 이 땅 한반도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다.

조중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북 대결 구도 속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였다. 오히려 더욱 군사적 대결주의를 부추기는 보도들이 눈에 띌 정도였다.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 그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 강선일(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민언련#개성공단#북풍#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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