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는 '다수당에 대해 소수당이나 의원 개인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안건의 처리 등을 무산시키는 것'을 뜻한다. 주로 다수당의 횡포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의 제정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39년 만에 부활하였다. 당시 필리버스터 부활에 관해 그 실효성이나 실제 적용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필리버스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미국과 우리나라에 있었다. 1939년 작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Mr.Smith Goes To Washington)>라는 미국 영화가 첫번째 예다. 영화는 잭슨시 상원의원인 스미스가 급사하며 시작된다. 이에 스미스의 동료 의원인 조셉 폐인과 주지사는 자신들의 뜻에 따라 움직일 꼭두각시를 내세우려고 한다. 그 대상이 바로 스미스의 아들 제퍼슨 스미스였다.
조셉과 같이 워싱턴 정가에 입성한 제퍼슨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의 친구인 조셉의 말에 고분고분 순응하는 듯한 제퍼슨.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미국 정가를 쥐락펴락하는 재력가 테일러가 잭슨시에 있는 월워크 계곡을 막아 댐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제퍼슨 스미스는 잭슨시의 보이스카우트 단장이었다. 그는 계곡에 소년 야영장을 만드는 법안을 입안하려 한다. 여기서부터 제퍼슨의 시련이 시작된다.
'은빛 여우'라는 별명이 붙고 청렴결백한 정치인으로 불리는 조셉. 하지만 그는 막후 실력가 테일러와 정경유착 관계였다. 조셉과 테일러는 제퍼슨이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내며 제퍼슨의 의원 자격을 박탈하려 한다. 거기다 재력가인 테일러는 언론마저 장악한 상태. 진실을 담은 유인물을 뿌리려던 보이스카우트 단원들의 계획도 테일러의 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저지되고 만다.
사면초가에 몰린 제퍼슨.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상원의원의 권리 중 하나인 발언권을 행사한다. 제퍼슨은 법전을 읽으며 24시간이 넘는 싸움을 이어간다. 미국 내의 언론은 모두 철저하게 통제됐지만 해외언론들이 이 모습을 보고 하나둘 보도하기 시작한다.
결국 제퍼슨은 기절한다. 옛 동료의 아들이 쓰러지자 그전부터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보여 왔던 '은빛 여우' 조셉은 사건의 배후에 테일러가 있음을 '양심 고백'한다. 결국 모든 음모는 수포가 된다.
'25시간 필리버스터' 등장한 드라마 <어셈블리>
우리나라에서도 필리버스터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다. 2015년 KBS 2TV에서 방영된 <어셈블리>다. 극 중에서 임기 6개월의 '단기 대타'로 국회에 입성한 진상필 의원(정재영 분)은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상정을 혼자 온몸으로 막아낸다. 무려 25시간여 동안 발언권을 행사하며 이를 저지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이 시각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행사하며 저지에 나선 것이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리버스터 부른 테러방지법이 '악법'인 까닭>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광진 의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기록(5시간 19분)을 경신하며 5시간 33분의 발언권을 행사했다. 현재 문병호 의원, 은수미 의원 등에 의해 계속 필리버스터가 행사되고 있다. 현재 릴레이식으로 이번 테러방지법에 대한 발언이 계속되며 국회방송을 통해 그 내용이 알려지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회법에 따라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까지도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여야가 오는 26일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4월 총선을 치르려면 테러방지법 안건도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관련 기사 :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사실상 26일이 시한).
현재 직권상정된 법안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의 정보수집이 용이하게 된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등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관이다. 대선 개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쉬운 정보수집마저 허용된다면, 이를 악용할 경우 무고한 국민까지 감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기존의 법과 국가테러대책회의를 활용하면 테러방지에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독소 조항' 문제 제기된 법안 발의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김광진 의원,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 최장시간 기록이 화제가 되며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민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과연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테러방지법 중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부분이 개정될지, 또 법안에 관한 국민 여론은 어떻게 바뀔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