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전 교과서와 달리 '박정희'를 '박정희 정부'로 바꿔 놓은 초등<역사> 교과서.
 이전 교과서와 달리 '박정희'를 '박정희 정부'로 바꿔 놓은 초등<역사> 교과서.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초등 근현대사 국정교과서인 초등<사회 6-1>(아래 초등<역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독재' 감추기가 실제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나온 초등<역사> 교과서와 견줘본 결과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교과서, 왜 이렇게 차이가 크지?

29일 오전 11시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초등<역사>를 분석한 결과 오류(29개)와 편향(31개), 부적절한 표현(56) 등 잘못된 서술 124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연 발표회에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초등<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약속했던 '오류가 없고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교과서'란 말이 공염불로 판명 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교육연대는 "박정희 독재 감추기와 박정희 미화가 심각해 교과서가 권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교과서에는 이승만 정부에 대해서는 '독재'란 표현을 2번 사용한 반면,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또한 이 교과서는 박정희가 주도한 3선 개헌, 10월 유신, 국민탄압 등에 대해 모두 '박정희 정부'라고 표현했다. '박정희 개인 감추기'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박정희 정부는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세 번까지 할 수 있도록 개헌하였다. 1972년,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헌법을 고쳤다.(...)박정희 정부는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였다."(131쪽)

같은 행동인데도 이승만·전두환은 보이고, 박정희는 감추고...

이에 대해 역사교육연대회의는 "개헌 발의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인데도 마치 '박정희 정부'가 3선 개헌과 유신 헌법을 제정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면서 "국민탄압도 유신 헌법을 추진한 박정희에게 책임이 있고 박정희를 위한 탄압이었기 때문에 '박정희'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교과서에서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에 나선 이승만에 대해서는 '이승만 정부'가 아니라 '이승만'으로 표현했다. 3.15 부정 선거에 대한 주체도 '이승만 정부'가 아닌 '이승만과 이기붕'으로 서술됐다.(127쪽)

같은 교과서는 국민탄압에 나선 전두환에 대해서도 '전두환 정부'란 표현 대신 '전두환'이라고 썼다.(136쪽) 오로지 박정희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박정희 정부'라고 쓴 것이다.

그렇다면 직전 초등<역사> 교과서는 어땠을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나온 초등<역사> 교과서도 다음처럼 '박정희' 책임론을 명확히 규정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헌법을 통과시켰다. 민주주의를 바라는 학생과 시민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갔으나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에 강하게 맞섰다."(114쪽)

이날 박정희 미화 또한 문젯거리로 지적되었다. 초등<역사> 교과서는 5.16쿠데타에 대해 다음처럼 서술했다.

"당시 정부가 각계각층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하여 정권을 잡았다.(5.16 군사정변, 130쪽)"

이에 대해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쓰기는 '군사정변'으로 쓰고 해석은 '혁명'으로 하자는 서술로 박근혜 정부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박정희와 새마을 운동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초등<사회> 교과서 내용.
 박정희와 새마을 운동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초등<사회> 교과서 내용.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박정희 미화 시도는 '경제 발전' 단원에서 본격화된다. 이 교과서는 139∼143쪽에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대해 적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내용이 중심이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였다.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을 바꾼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렇게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140쪽)

하지만 관련 내용에서 이전 교과서와 달리 '빈부격차'라는 말은 빼버렸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 교과서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는 각각 14번과 12번 이름이 언급됐는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본문에서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교과서는 150쪽에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의 만남을 사진으로 실어놓고도 사진 제목은 '남북한 정상의 만남'이라고만 적어 놓았다. 해당 교과서 다른 사진과 달리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싣지 않은 것이다.

김대중 이름 감춘 교과서... 정상회담 사진 본 초등생 "김정일이 싸이?"

배 부소장은 "지금 초등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사진에 대한 설명이 이래선 안 된다"면서 "실제로 초등학교 아들한테 해당 사진을 보여줬더니 '선글라스를 낀 김정일'을 가수 '싸이'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9일 오전 역사교육연대회의 발표 모습.
 29일 오전 역사교육연대회의 발표 모습.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초등<역사> 국정교과서의 문제와 관련 역사교육연대회의는 "박정희 관련 서술 등을 분석해보니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아니라 정권이 발행하는 교과서라는 게 더 분명하다"면서 "앞으로 나올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는 더 심각한 '불덩이'를 갖고 탄생할 것이 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 고교<한국사> 교과서도 10월 유신 등에 대해 '박정희'가 아닌 '박정희 정부'로 서술했다"면서 "역사교육연대회의가 문제 삼은 내용은 문제를 삼기 위한 문제제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국정교과서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