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
아이튠즈 +
팟빵)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색깔 있는 인터뷰>
-2016년 3월 2일 오전 8시 41분 지나고 있는 데요. 저는 지금 국회 의원회관, 은수미 의원실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끝으로 역사상 최장 시간, 세계 기록을 경신한 필리버스터는 막을 내리게 되지요. 현재까지 합산해본 결과 (필리버스터는) 모두 180시간을 넘겼습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요. 왜 지금 당장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해야 하느냐. 그 정도로 현재가 국가 비상사태인가 하는 점입니다. 선거는 다가오고 있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야말로 단 한 톨도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야당이 뒤로 물러서야 하는 것은 아니냐. 이렇게 많은 야당 지지자가 분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필리버스터, 무려 10시간 18분의 기록을 경신한 강철나비. 은수미 의원님을 모십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의원님."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에요."
-그러게요. 저희가 주로 길거리에서 인터뷰 많이 하고요. 지나가다가 인터뷰하고 그러는데... (웃음) 이렇게 의원님 방에서 인터뷰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그날 방송사고 낸 거 아세요? "언제요?"
-의원님 필리버스터 끝나고 내려오신 날... 제가 그날 원래 우리 박정호 기자와 같이 의원님 나오시면 그 앞에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생중계 인터뷰를 하기로 했었어요. 국회 본청 4층 있잖아요? 기자들, 방청객이 앉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서 제가 의원님을 마지막으로 본 거에요. 그런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랬나요?"
-저도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던 적이 있었던가. (웃음) 그런 기억이 없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감동했던 무제한 토론이었다. 우선, 제가 평가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눈가가 다시 촉촉해지시고, 빨갛게 충혈이 되고 계세요. 지금 벌써 일주일 지났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어제, 그제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왜냐하면,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필리버스터를) 연장하고. 얼마나 크게 실망하시겠어요. 저도 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누가 이해를 해요. 어떻게든 같이 접을 수 있도록,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연장하자고. 지도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잠도 못 자게 하고, 부탁하고, 애걸하고. 이틀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제가 페이스북에 뭐라고 써야 하나. 새벽에 생각하면서. 그렇게 써야겠구나. 쓰긴 써야 하는데. 지금까지 (페이스북으로) 소통을 해왔는데. 갑자기 내가 가슴 아프다고 끝낼 순 없잖아요. 제가 아픈 것도 사치인 것 같아요. (국민이) '필리페스티벌'이라고 까지 얘기하시면서 야당 한번 믿어 볼까, 7일 동안 행복했다는 분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생각하면 내가 아픈 건 사치인 데다. 이게 한 번이면 모르겠지만 저는 이게 세 번째라 생각하는데. 대선 치르고 나서 한 달 남짓 자살하신 노동자들 장례식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욕설 듣고, 목덜미 잡히면서. 울부짖는 가족들 보면서 내가 힘든 건 사치라고 생각했고요. 두 번째가 세월호 때였어요. 다들 말렸는데. 10일 단식할 때 새벽부터 그 다음 날까지 간혹 어머님이 절규하세요. 본관 앞에 절규 소리가 가득해요. 하늘을 덮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단식할 때, 제가 몸이 마른 사람인데. 4, 5kg이 빠졌거든요. 힘이 든 것조차도 사치라고 생각했고요. 이번이 세 번째에요. 장윤선 기자님이 인터뷰 응해달라고 하셨을 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제가, 우리 당이 졌지만, 국민이 진 건 아니고. 지고 나서 다시 일어설 겁니다. 계속 지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길 때까지 달릴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싸워 오신 역사를 느끼시고, 그건 여러분 것입니다. 최고의 국민이셨고, 그 국민 몇 명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이길 거니. 그래도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마십시오. (웃음)"
-의원님이 또 눈물이 그렁그렁하세요. 휴지 좀 주세요. 카메라 잡는 윤수현 기자님, 휴지 좀 주세요. 말씀하신 대로 많은 분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국회방송, 오마이TV, 팩트TV를 통해서 (필리버스터를) 확인한다. 밤사이에 주자가 바뀌었나, 안 바뀌었나를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계신 교포들, 재외동포 분도 그런 트윗이나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남기셨어요. 그 정도로 한국의 정치가 필리버스터로 복원되고 있다는 기대가 컸던 일주일, 열흘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 데요. 의원님은 세 번째 주자셨어요. 김광진 의원님 인터뷰했더니 20분 전에 당신이 좀 해야겠다, 두 번째 주자는 정해져 있지 않다, 12시까지 끌어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은수미) 의원님이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 주자셨던 거에요. 그때의 각오나 어떤 생각으로 임하셨는지 궁금해요."다른 의원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김광진 의원님 준비 못하고 가셨던 거에요. 정보위 해당 상임위 위원이시기 때문에, 게다가 필리버스터를 적극적으로 생각하셨기 때문에 준비 없이도 올라갈 수 있는 김광진 의원에게 너댓 시간만 끌어 달라, 그 시간만 끌어 주면 준비하겠다. 저는 해당 상임위가 아니고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어서 깊이 알고 있지 못한 거예요. 문제점을 대충 알고 있지만, 거기서 할 수 있는 얘기는 30분에서 1시간이에요. 그 이상의 시간을 얘기하고, 국민에게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다음 주자가 힘들어지거든요. 어떻게든 다음 사람을 위한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필리버스터를 우려했었던 의원분들께 의총에서도 그렇게 말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게 고문당했을 때 얘기다. 고문의 기역 자만 나와도 쉽지가 않다. 그걸 텅 빈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한다?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그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할 거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벌일 터이니 다들 준비 안 된 거 알지만,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이게 처음 생각이었고, 두 번째는 저를 아끼셨던 의원이 하지 말라고. 제가 앞 주자로 신청했기 때문에.
왜냐하면, 당신은 경력도 있어서 테러방지법을 발목 잡는 강성 의원, 테러방지법 반대하는 비애국자, 그런 마녀사냥에 사로잡히는데. 그럼 너 총선 못 한다, 이걸로 총선 끝난다. 저와 같이하겠다고 모여 계셨던 지지자들에게 미안했어요. 이러다 총선 못 치를 수 있는데. 역풍을 맞아서. 그래도, 그래도 해야 한다. 해야 할 때는 해야 하고. 어쨌든 저와 한배를 같이 타신 분들은 그 진심은 아실 거다. 묻지 않고 올라갔어요. 의원실에도 묻지 않았고. 제가 의원실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때는 문병호 의원이 하실 줄 몰랐기 때문에 제가 두 번째랍니다. 한 분만 올라오시라고 해서 한 분이 올라오셨고. 둘이서 준비한 거고요. 페이스북에 긴급공지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모은 자료의 70~80%는 여러분이 해주신 거에요. 해주지 않았으면. 자료를 올려 달라 하니 삽시간에 6백몇 개의 댓글이 올라온 거에요. 그 뒤에 댓글만 2천 개가 넘었거든요. 댓글의 상당수가 자료를 올라 주셨어요. 시티즌랩이 발표한 공개보고서도 페이스북에서 받은 거에요. 계속 그걸 내려받고, 읽고, 점검하고. 분류하고. 심지어 무슨 말을 하라고 얘기해주셨어요. '헌법적 가치에 관해 이야기해달라'는 게 가장 많았고, '국정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달라'는 것도 있었고. 그래서 제 얘기 중에 들어간 거죠. '이런 의견 말해주세요'도 읽기도 했고요.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에요. 다들 필리버스터가 낯설었을 텐데. 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도와주는.
-그야말로 집단지성의 힘?"네, 그거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했겠어요. 저 혼자 준비할 수 있었던 건 2~3시간뿐이었고요. 나머지 시간은 여러분이 도와주신 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정말, 대단한 힘이네요. 저는 그런 기운이, 이 나라를 막장까지 못 가도록 버텨주는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제가 간혹 그런 얘길 해요. 제가 60~70년대 산업 일꾼이란 이름으로 나라를 만들었고, 80~90년대에는 민주화란 이름으로 나라를 바꿨고, IMF 이후에는 금 모으기까지 해가며 나라를 지켰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당신이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자. 거기에 제가 이바지할 수 있으면 정말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살겠다. 여러분들이 매우 어려우시겠지만, 그런 자부심을 느끼십시오. 제가 그런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존경하고, 존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데. 그런 게 같은 마음 같아요. 같은 마음이니 그렇게 해주셨겠죠. '같은 마음이니까 네가 내 말 대신 해줄 거야'라는 거죠. 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거에요. 여러분들의 열망, 욕구, 자유롭고 싶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심."
-그러니까요. 생각해보면 말씀하신 대로 뭔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걸 많은 분이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꼬박꼬박 세금 내고, 이 나라를 위해서 어디선가 다 일을 하고 계시고. 그게 회사가 됐든, 국회가 됐든, NGO가 됐든. 결국에는 이 나라에 봉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근데 우리는 종처럼, 노예처럼.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 해보고, 당당하게 권리를 누려 보지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국민에서 역사를 바꾼 게 아닌가 싶어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우리를 대신해서 얘기해주세요' 하는 물결이 어마어마하게 일렁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기 얘기를 하신 거에요. 저는 이걸 이름이 삭제된 사람들이라 하는데. 연봉 얼마, 청년 실업자, 비정규직. 이렇게 낙인이 찍히잖아요. 그 아래 자기 이름을 걸고 내가 누구고, 어떤 꿈이 있고, 어떤 능력이 있고, 나의 이웃은 누구고, 난 어떤 경험이 있고. 자기 기억. 이 기억의 집합이 대한민국의 역사거든요. 이게 어떻게 연봉이 얼마고, 저성과냐, 고성과냐. 이런 식으로 이름이 삭제된 게. 제가 감옥에 있을 때 번호로 불렸거든요."
-감옥에서는 사람 이름을 안 부르죠? 그럼 어떻게 불러요? "번호로 불러요. 저는 601번이었어요. 번호 아래 모든 게 사라지거든요. 그거랑 똑같아요. 뭐가 크게 다를까 싶어요. 태어날 때는 '우리 아기'라 불리면서, 귀여운 재롱을 다 보여주잖아요. 모든 게 예뻐. 잘못해도 예쁘고, 잘해도 예뻐. 그런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비용이 되잖아요. '얼마짜리니까, 눈 낮춰', '너, 너무 비싸니까 그만 좀 해', '아무 일자리나 가'. 우리 아이들이 그렇거든요. 거기서 순위로 평가되죠. 저는 이름이 삭제된 나라. 그래서 가끔 꿈에서도 사람이 이렇게 걸어 다니는 게. 얼굴이 없어. 그냥 똑같은 로봇처럼. 흰옷 입은 로봇. 멋진 신세계라는 책이 있어요. 제가 그 책을 좋아하고. 예전에 영화로도 나왔는데. 그걸 보면 DNA 별로 종자를 만들어서 배양을 시키잖아요? 인간을. 그래서 알파급, 베타급. 태어날 때부터 다르게. 그건 인간이 아니거든요. 그게 사람이냐, 아니냐 문제인데. 미래 사회가 그럴 거다."
-끔찍하죠."지금도 사실 많은 사람이 느끼잖아요."
-아이들은 성적순으로 어느 대학을 가는 지가 중요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 오늘 계속 장하성 교수도 얘기하고 있는 거지만, 1980년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90% 이 정도였는데. 지금은 50~60%. 대기업 노동자가 100 받으면 중소기업이 50 받는 수준이고. 재벌 대기업 안에서도 정규직이 100 받으면,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은 26을 받는다는 거잖아요. 이게 얼마나 끔찍한 사회인 겁니까."그것이 1997년. IMF가 우리 시계를 바꿔 버렸어요. IMF 이후에 생겨난 문제고요. IMF 직후에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높았어요. 상상이 되세요? 105 대 100이었어요. 근데 지금 50이잖아요. 상상이 안 되는 거에요. 아주 짧은 순간 벌어졌기 때문에 훨씬 더 고통스러운 거에요. 15년 만에 갑자기 100 대 100, 혹은 105 대 100이었던 시간당 임금이 100에서 50으로 되는 과정은. 짧았지만, 고통스러웠던 역사는 취급이 안 되죠. '그건 네가 능력이 없어'라는 단 한마디 말로 다 덮여요.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고, 어떻게 좌절했는지, 왜 사람이 기업에 유용한가로 평가받아야 하는지. 기업에 유용하지 않은 사람, 있어요. 그 사람은 살 가치가 없는지. 헌법에서는 모두가 다 차별받지 않을 시민의 권리가 있잖아요. 제가 필리버스터 때 불가침 인권을 얘기하냐면. 기업에 적응하든, 안 하든. 자영업이든 자영업이 아니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차별받지 않는 시민으로서의 불가침 인권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과 헌법기관의 책임과 의무라면 이건 방기에요. 저 역시 그것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정치가 올인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위헌을 하는 거예요. 법적 잣대로 들이댈 문제가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테러방지법의 과정 자체가 졸속이지 않습니까. 국회법에 따라 국회 상임위에서 잘 논의를 하고 있었어요. 이 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주호영 의원이 발의해서 새누리당이 새로운 법안을 가져 왔고. 국가 비상사태라면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이고. 지금까지 보면 정말 민주주의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쭉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야당 의원이 그걸 필리버스터로 저항하고, 반대하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책상을 10번 이상 탕탕탕 치면서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며 필리버스터 자체를 불법적인 것으로 여론화했어요. 물론 그게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야당 의원님들이 연예인을 제치고, 검색어 1위 하는 것이 열흘간 지속하는 일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대단한 일이에요. 인기 검색어. (웃음) 이런 상황인 거거든요. 끊임없이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라 해야 합니까. 여기는 계속 불법이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고요. 계속 싸움이 있는, 치열한 공간이 국회가 아닌가 싶은데. 중요한 쟁점은 끊임없이 야당 의원의 합법적인 공간을 불법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불법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거에요. 박근혜 대통령께서 2012년 대선에 당선된 이후에 일관되게 하시는 게 국회 공격이에요. 국회를 공격하면 입법부의 권한이 적어지죠. 영향력도 적어지고. 특권이라고 하면서."
-노는 국회, 일 안 하는 국회..."일부 의원은 그런 사람이 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단 말이죠. 단 한 번도 뉴스에 나온 적이 없어서. 어떤 일이 벌어졌었냐면, 필리버스터 끝나고 나서 며칠 후에 빅데이터 분석가가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이건 꼭 알아 둬라'. 빅데이터 분석가들이 은수미를 왜 흥미롭게 생각했냐면, 지금까지 SNS에서는 어떨 때는 그걸 당 지도부급으로 언급될 때가 간혹 있었다. 평균 1만5천, 2만 번 언급되면.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국회의원 10위, 20위 정도에 드는 사람이래요. 그런데 뉴스 언급량이 거의 제로라는 거에요. (제가) 그 격차가 가장 큰 사람이었데요."
-SNS 이런 곳에서는 한 달 동안 언급량이 2만 건 정도 되는데 뉴스에서는 없는 거예요. 기성 언론에서 안 다루는 거죠."그런 거죠. 참 찾기가 힘들고. 2만 건 정도 언급되면 신문 1, 2면에 사진이라도 한 번 나는데. 사진도 제대로 나지 않는...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자기네들이 필리버스터 하는 과정이 이상했데요. '이거 조금 이상해'하고 분석을 해봤더니 '당신의 언급량이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 최고 언급량보다 많다'."
-대통령급 주자? (웃음)"1일 언급량이..."
-선거 때는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니까..."그때가 하루에 최고 언급량이 35만 건이었데요. 제가 50만 건이었나. 그랬다는 거예요."
-이야, 대단하시네요. "당연히 뉴스에 보도될 수밖에 없고."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을 크게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그걸 알고 있어야 한다. 경계하라는 얘기라고 들었어요."
-좋은 얘기 아니었어요?"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사람인 거죠. 저의 약점이 뭐냐면 그런 얘길 들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머, 나 떴어!' 이러면서 좋아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책임감이 너무 커지는 거죠. 이건 일회적이에요. 아시겠지만, 떠본 사람은 아실 거예요. 유명세라는 건 일회적이고, 그만큼 위험해요. 저하고 같이 일하는 분들께 뭐라고 짤막하게 메시지를 올렸느냐면은 '제가 머리를 많이 숙일 겁니다. 왜냐하면, 가장 높이 올랐을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포수의 총격을 받을 수 있죠. 새가 다른 무리에서 벗어나 올라갔을 때 표적이 돼요. 이건 정치에요. 살벌하고, 잔인한... 제가 4년간 얼마나 정치가 살벌하고 잔인한지 수없이 겪었어요. 삐끗하면 죽는구나. 종편에 잘못이 보도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도 죽어요."
-사실과 관계가 없죠. 언론에 나오면 그 자체로..."지금도 종편하고 소송 중인데. 한번 나온 건 잘 지워지지 않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냐면 '저 사람 유명해지면 태도가 바뀌지'. 똑같이 해도 태도가 바뀐 것으로 느껴요. 그런 건 아닌데. 그래서 제가 요즘 저한테 걸려 오는 전화를 더 잘 받아요. 밤에라도 받아요. 못 받았으면 메시지라도. 왜냐하면, 서운해하실까 봐. 실제로 그런 메시지가 와요. 힘들었던 게 어제 제가 정신이 없었잖아요. 근데 어떤 분이 메시지를 3개 연달아 보내셨어요. '이 번호, 거짓말임?'. 답이 없으니까. 그런 메시지가 어떨 때는 수백 개도 오기 때문에 그거에 답을 하기가 힘들어요. 그걸 한다고요. 제가 잠을 못 자는 한이 있어도 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일일이 양해를 어떻게 구합니까. 그분이 화가 난 거예요. 제가 전화도 못 받았고, 메시지를 늦게 했더니. 'TV에서 봤다. 당신 말이 사실이었구나. 의총을 하고 있었고'. 그나마 TV 화면에 비쳤나 봐요. 그 여자가 거기 있었구나. 전화를 못 받는단 말이 사실이었구나. 나이가 저보다 더 많으신 분이었는데. 이게 잘못되면 '이 사람, 목 뻣뻣해졌네'가 되는 거에요. 거기다 트윗에 리트윗은 잘 안 하지만, 쪽지를 보내면. 어우, 이 말 하면 쪽지 보내시는데. 제가 답을 다 달아요. 못 하는 게 무엇이냐 하면 리트윗을 하시면서 저를 격려해주시는 분에게는 별도로 쪽지를 보냈어요. 이제 그거 못 해요. 댓글을 읽는 것만 해도... 꼭 읽으려고 노력해요. 그 안에 주옥같은 얘기들이 있어요. '여러분은 최고의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만이라도'. 그럼 제가 댓글은 못 달지만, '아니요. 당신이 최고의 국민이었습니다'. 이 말을 오늘 인터뷰에서 했잖아요. 저는 어쨌든 소통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식으로 반복하면, 잠을 안 자고 라도. 수없이, 수년간 정치를 하면서 (소통을) 반복하면 신뢰가 싹 튼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청래 의원의 말을 빌려서 의원님에게 네이밍을 해드릴게요. '참 소통인'. 정청래 의원이 이번에 '참 방광인'이 되셨잖아요. (웃음)"제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내리 국회를 공격하셨는데. '처음으로 저 공격이 틀릴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라는 의혹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처음으로."
-그러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년부터 계속 얘기했거든요. 노동법도 그렇죠.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여러 입법 요구 사항들이 잘 안 됐어요. 실제로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거거든요.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안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큰 틀에서 여론을 모아주지 않고 있어서. 처음에 신 북풍이란 얘기도 있지 않았습니까. 결국, 이것도 통하지 않고 있는 거죠. 이것도 국민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필리버스터가 오늘 마무리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서 '당신이 선거 책임질 거냐'라는 내용이 모든 언론에 보도된 상황인데. 의원님은 어떻게 보세요. 국민도 그런 건 알거든요.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요. 다만, 야당 의원이 이 법의 문제점을 최대한 알리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 주신 건 공감하거든요. 그런데 이후에는 어떻게 될 거냐는 고민..."어제 의총에서 발언하셨던 거의 모든 의원분이, 많이는 발언 안 하셨지만 똑같은 의견 내주셨어요. 예를 들어 김용익 의원님이 '나는 공천에 출마하지 않고, 불출마할 거니까. 자유롭게 얘기한다. 지도부, 정치 잘해라. 이렇게 모여진 열망을 어떻게 한순간에 없애 버리느냐. 살다 살다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처음 발언하셨는데. 이런 발언은 알리면 안 되지만, 어쨌든."
-'우리는 개떡같이 정치하고 있다'고 일부 나왔습니다. (웃음)"정말 그렇게 그분이 노여워하시는 걸 처음 봤어요. 제가 그래도 김용익 의원님을 국회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공석에서 그렇게 노여워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고요. 그다음에 강기정 의원도. '간증 필리'라 알려졌는데. 의원총회에서도 간증하셨어요. 그런 거죠. '경제민주화 이런 쟁점으로 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가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저 사람들 정말 경제민주화 하려 한다, 끝까지 갈 거다.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필리버스터를) 중단해버렸으니. 그것도 일방적인 중단을 했으니. 누가 우리를 믿겠냐. 어떻게 선거를 하란 말이냐'. 다른 의원님에게는 '후원금 돌려내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선거를 어떻게 치르란 말이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어쨌든 저는, 우리는 쓰러진 경주마이긴 하지만 다시 일어나야 하고. 트랙을 돌아야 해요. 그게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오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어제 시민단체에서 찾아오셨어요. '대안을 만들어 보자'. 아마 김광진 의원님 등등이 밤새워 함께 작업하고 그런 대안을 발표하고."
-수정안 얘기하시는 건가요?"수정안뿐 아니라 여러 대안을 마련해보자. 수정안은 당장 문제 제기고요. 중장기적으로, 내용도 잘 정리하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그 회의는 참석을 못 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필리버스터를 했는데 테러방지법에 관한 더민주의 자료집 하나 안 나오고 있다. 그런 자료집, 백서라도 제대로 만들고. 그걸 인터넷에도 올리고. 공유하고. 요지라도. 요약문 몇 페이지라도. PDF 파일로 올리자. 반복적으로 그것을 업데이트하면서 저항을 해나가자. 앞으로 인권침해가 일어날 거니 신고센터도 만들고. 적어도 인권에 관한 더민주의 사이트가 전면화되는 방식으로 하자라든가. (시민단체에서) 아주 좋은 제안을 해주셨데요. 대안을 만드는 작업을 할 거고요. 두 번째는 의원 개개인이 그 많은 사람에게 실망하게 한 것을. 부러진 다리를 붕대 감고 도전하는 모습을. 지금 그렇게 욕을 먹더라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요. 저는 이길 때까지 달린다. 달리다가 저격을 받아도 달린다. 그럴 거예요. 틀림없이. 몇 명은 정말 못 달릴 겁니다. 저는 이 정권, 이 법 자체가 무시무시한 법이어서. 조금이라도 털면, 털어서. 그것도 왜곡을 시키잖아요. 한 번 나가 버리면 방법이 없어요."
-지금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바가 이런 거 같아요. 국민 누구나 테러위험 인물이 될 수 있고. 이 테러위험 인물에 관한 판단은 국정원장이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 위험인물로 간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계좌추적은 물론이고 개인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고. 모든 국민이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이제 반대라는 건 없어지는 거죠. "그렇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가요? 그리스 신화를 보면 도적이 사람을 잡아서 그 침대에 맞춘다고.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리잖아요. 이제 그렇게 만들겠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먼저 잡히는 사람이 있죠. 정의감에 불타고,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이 사람들이 먼저 잡혀요. 그렇게 된 모습이 전시되겠죠. 도배할 겁니다. 드디어 '간첩 잡았다', '간첩단 사건이 몇 개나 더 나올까?' 그런 생각 해요."
-간첩단, 우리 기억 속에서 다 사라진..."근데 이게 꽤 효과가 있어요. 전통적인 고문 방식이 효과가 있어요. 저는 이게 전 국민을 고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전 국민이 필리버스터를 보느라 잠을 못 잤잖아요. 잠 안 재우기 고문이 1번이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런 상황에서도 정의와 인권과 사람의 존엄함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는 능력 있는 분이 필요하고요. 세 번째로는 당을 바꿔야죠. 어제 강기정 의원님이 '저는 당원이고, 당을 탈당할 수는 없습니다. 전략공천에 배제하더라도 당을 지킬 것'이라는 말씀하셨는데. 그렇거든요. 당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당을 바꿔야 해요. 당을 바꿔서 개인 수준과 당 수준과 국가적 차원 수준의 활동이 있는 것 같아요. 필리버스터를 한 의원은 개인 수준에서는 잘한 거에요. 하지만 그것이 당을 바꾸는 모습으로는 못 나타나잖아요. 거기서 좌절했던 거죠. 나라를 바꾸는 것은 길이 더 멀어. 어쨌든 (필리버스터를 통해) 개인 능력, 개인의 열망, 개인의 가치관을 보여 줬다면 이제는 당, 대한민국. 저희가 세 가지를 하자. 공약을 형식을. 대한민국을 바꾸겠습니다,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자신의 어떤 지역구를 바꾸겠습니다. 이 세 가지를 밀고 나가자. 그것이 당장에 안 돼도 중단없이 한다는 피드백을 하고. 그런 계획을 발표해야죠."
-일부에서는 이런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목전에 선거가 있어서 선거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야 예비 후보들도 명함이라도 합법적으로 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 두 가지를 동시에 할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있었죠. 조금 더 따져서 올라가면, 조금 더 협상을 잘했다면, 조금 더 계획을 잘 세웠더라면. 왜 없었겠어요. 의도적으로 정부·여당이 선거하고, 선거법하고 엮었다? 그건 우리가 잘못해서 엮인 면도 있다고 봐요. 항상 트랙에 걸리잖아요. 그러지 않을 수 있었어요. 복기해보면. 엮어버린 거죠. 엮어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가를 결정했어야 한다면. 예를 들어서 퇴각을 해야 한다 해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었고요. 어떻게 저조차도 기자가 '속보 떴는데요' 전화가 와서. 저도 속보 뜨자마자 전화를 받은 거에요. 어제, 그제 저녁 11시 의총을 끝냈을 때 뭐라고 했느냐면은. 이종걸 원내대표 최종 발언이 '비대위의 고민도 이해하지만, 우리는 필리버스터를 지속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본회의장에 의원이 너무 없으니. 조별로 한 명이라도 나와라'. 당연히 '편안하게 (필리버스터를) 할 거다'라고 생각했죠. 홍익표 의원님이 워낙 통일 문제 전문가셔서 본회의장에 들어갔어요. 듣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거에요. '무슨 소리에요?' 했더니 빨리 검색해보래요. 연합뉴스 속보로 '필리버스터 중단'이라고 제목만 떴어요. 바로 뜬 거죠. 그때부터 본회의장을 뛰쳐 나와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새벽까지 괴롭혔어요. '기자회견 취소해달라. 이건 아닙니다. 의원총회 해주십시오. 절차상의 문제입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데 다만 같이 가야 해서 의원총회를 해주셔야 한다. 의원총회, 의원총회, 의원총회 하면서 쫓아다녔고요. 그러고 나서 이종걸 원내대표께서 저하고 얘기하다 말고 잠이 드신 거에요. 새벽 3시쯤에 동생네 갔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또 전화하고 쫓아가서.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아침 8시 50분인가 '기자회견 안 한다. 의원총회 8시쯤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가시라'고 메시지가 왔어요.
-아마 <팟짱> 들으시는 애청자들께서 '이렇게 바쁘게 (은수미 의원이) 움직이셨구나'를 확인할 수 있으실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종걸 원내대표 기자회견 늦추고, 오늘 또 하루를 번 것 같아요. 지금 이종걸 원내대표께서 필리버스터 계속하고 계시는데. 어쨌든 (필리버스터가) 끝나는 순서로 돼 있고. 일부에서는 김종인 대표처럼 '먹고사는 문제, 경제 민주화로 가야지'. 이걸 자꾸 이념 논쟁이란 프레임으로 보더라고요. 일부 의원님도 이런 지적을 하세요. '김종인 대표가 법안을 잘 보셨으면 좋겠다. 보면 이념 논쟁이 아니라 인권 문제라는 걸 아실 수 있을 텐데' 이런 비판을 하시거든요."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란 밥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서 정치적 자유. 자기가 주인으로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게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얘기에요. '왜 노예가 시민이 아니냐면 노예는 먹고만 살아서 그렇다. 적어도 시민이라면 자기 운명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판단 기준을 가져야 하고, 그런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 그리스에서는 생계를 책임지는 자는 시민이 아니었어요. 시민들은 전투하고, 전투에 노예는 못 갔거든요. 나라를 지키고. 어떻게 하면 경제를 잘 살까 논의하고, 표결하고 이게 시민이었어요. '그게 인간'이라고 얘기한 거거든요. 한나 아렌트는 뭐라고 했냐면 '내 새끼를 위해서, 내 아내를 위해서, 상관이 원하니까 하는 대로 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홀로코스트에 비유했거든요. 나치에 부역했던 많은 사람이 먹고사는 거를 위해서 명령을 어길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자기 판단을 하고,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더 문제는 인간이 아니게 내모는 거죠.
동물의 왕국으로 내모는 강한 힘이, 인간이 지구 상에 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다는 거예요. 그럼 정치가 왜 있었느냐. 동물의 왕국으로 내몰려는 힘을, 인간 사회로 되돌리는 것이 정치라 생각해요. 항상 진보와 보수를 불구하고 여야 구별 없이 약자 편에 서는 것이 정치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약자 편에 어떻게 설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다를 뿐이지. 약자부터 물에 빠지잖아요. 동물의 왕국에서 희생되거든요. 가장 약한 사람조차 희생이 안 되는 사회가 인간 사회에요. 그게 정치가 서는 거고. 그렇다면, 먹고사는 문제만 해야 한다는 것에 저는 반드시 동의하지 않아요. 경제민주화가 먹고사는 문제일까요? 경제적 정의의 문제죠. 8시간 일해서 연봉 5천만 원을 받아. 내 8시간 일이 끝나고 나서도 슈퍼에서 나의 상관 부인을 만나면 90도 각도로 절하고. 카톡으로 새벽까지 문자 메시지로 명령받고 그러면 내가 5천만 원 연봉을 받으니까 괜찮다고 해야 해요? 아니에요.
나는 8시간만 계약한 거에요. 8시간 이후의 나의 시간은 그런 명령을 받으면 안 되는 거죠. 그게 경제 정의라고 생각해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인권을 키우는 문제인 거잖아요. 쉬운 말로 먹고사는 문제라고 하지만 그 말이 사람을 비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먹고사는 거는 기본이야. 그조차도 안 되면 사회가 아니고, 나라도 아닌 거에요. 먹고사는 것조차 제대로 약자들에게 제공하지 못 하는 것을 반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권리의 문제로 경제 정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는) 인권 문제다. 당연히 이건 이념 문제가 아니죠. 사람이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로 보여요. 그 접근 방식을 경제 정의로 할 거냐, 테러방지법으로 할 거냐고요. 테러방지법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경제민주화로 다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도대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인간 공동체를 선물하고 싶은지, 물려주고 싶은지. 어떤 기준과 가치를 물려 주고 싶은지를 고민하면 돼요. 그럼 연관이 되죠. 적극적으로 필리버스터도 지지하면서 동시에 이것과 경제민주화는 똑같이 사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테러방지법에서 경제 정의로 쟁점을 바꾼다 하더라도 가치는 같은 거라고 설명했더라면... 그래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그렇게 했으면 국민이 이렇게까지 반발하진 않겠죠."저라도 이해를 하죠. 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다른 의견조차도. 그 의견이 아니라 해도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의원에게 문제 제기하고, 논의하자.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필리버스터를 3월 10일까지 갈 건지, 그전에 그만둘 건지 (결정) 하자고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강제적 중단이란 얘기가 나오는 거죠. 물론, 그 역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려 노력은 하지만... 충분히 이해되진 않아요."
-말씀하신 대로 인간 비하 인식이나 발언은 곳곳에 널려 있는 것 같아요. 먹고사는 문제로 치환해서 모든 걸 보죠. 그게 언론이 제일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시하죠. 대중은 잘 모르잖아, 무식하잖아.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전반에 걸쳐서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국가가 해줘야 하는 의무도 있는데 다 내버려두는 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치를 제대로 돌려놓으려면 야당 안에서도 그 자체로 인식의 차가 큰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경제민주화를 보는 관점, 내용이 무엇이냐. 김종인 대표의 경우에는 '나는 여기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도. 그런 문제에 대해 전부 엉클어져 있어서. 이걸 좀 정리할 시간도 없이 훅 넘어 가버린 상황 같단 생각이 드네요."저는 모르겠어요. 저의 꿈은 생각이 비슷한, 용감한 의원이 재선돼서 그 사람들이 이런 논의들. 이제는 주목받기 시작해서. 이런 논의를 확장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하자. 제가 ET 영화를 어릴 때 감명받았었는데. 무슨 ET랑 이렇게 하죠. (웃음) 그렇게 해보자고요. 어찌 보면 국민에게 국회의원이 이상한 외계인으로 비쳤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필리버스터로) 소통을 해보니 아닌 거야. 이제는 조금 더 해보자고요. 조금 더. 물론, 그 과정에서 온갖 욕을 먹겠죠. 제게 따라붙는 낙인이 있어요."
-그것도 사실 보수 언론이 붙여준 것이죠. "사실 무서워요. 솔직히 얘기하면 왜 김대중 대통령이... 두려워도 나서야 해서 나선 겁니다. 내가 이렇게 나서면 가족이 다치지 않을까, 아버지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요. 이제 뭐가 나오나. 왜 안 두렵겠어요. 그리고 저는 전문가예요. 이걸 안 해도. 낱낱이 파헤치지 않아도 되돌아가면 국회의원 때 받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요. 그 돈 알차게, 재밌게 쓸 수 있어요. 영화 보고 싶고, 발레 보고 싶고. 제가 지젤을 좋아해서. 지젤을 보러 돌아다닌 적도 있어요. 그걸 못 하거든요.
왜 저는 그걸 안 하고 싶겠어요. 능력도 있는데... 근데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치를 잘 모르고 들어 와서 정치인이 됐다면, 그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주인인 국민이 저에게 권력을 선사했죠. 국민을 위해서 이걸 써라. 그러면 저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거예요. 처음엔 그걸 몰랐지만...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쓸 건지, 그 권력을 포기하고 나의 삶을 살 건지. 재선 도전하면서 결정을 내렸어요.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 정말 좋아하는 모든 것을 포기할지라도. 예쁜 옷, 지젤, 어떤 스타일... 제가 정장 스타일 안 좋아해요. 그리고 귀고리를 좋아해요."
-의원님, 귀고리 하는 걸 못 봤어요."연구원 때는 귀고리를 하도 하고 다녀서. 보수학자들이 그렇게 싫어했데요. 제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서. MBC, KBS, SBS 비슷한 시간대에 나온 적이 있데요. 그분들이 SBS 보다가 '저 여자 나왔네', KBS에도 '또 나와'라고 한 적이 있데요. 사석에서 그러셨데요. '큰 귀고리 한 여자 누구야'."
-그 정도로..."자유분방한 거에요. 서울에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 이유는 그런 자유로움 때문에 그래요. 제가 BMW거든요. 버스(Bus), 메트로(Metro), 워킹(Walking) 좋아하고. 제주 올레길 걷기나 하이킹을 좋아해요. 하루에 100km를 달린 적도 있어요. 둔촌동에서 의정부까지 가서 다시 돌아오는 그 코스를 예전에 꽤 좋아했던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쫙 내려가는 길이 스릴있어요. 물론, 제주도에는 스릴있는 길이 있는데. 그것도 포기했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빨간 자전거가 있는데. 다 못 하고. 여러분 아실 거예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개인에게 정말 소중하죠."옥빛 바닷물을 보면서 자전거로 달리거나 걸을 수 있는. 제가 올레길을 다 다닌 사람이거든요. 예전에 연구원에 있을 때는 한 달에 2번 정도 제주도에 내려갔어요. 저가항공으로. 1만 원 혹은 2만 원짜리 티켓을 끊기도 했어요. 4, 5개월 전에 (비행기) 예약을 해서... 그때 침대 하나에 1만 원에서 1만5천 원 정도. 걷는 거잖아요. (비용이) 정말 안 들어요. 휴가 때는 올레를 걷다 다시 올라오고. 너무 힘들면 토요일, 일요일이라도 아침 일찍 새벽 비행기 타고 올레길 걷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저녁 늦게 올라오면 돼요. 피곤한지도 몰랐어요. 그 모든 걸 그만두고. 국민이 주신 권력을 (국민에게) 돌리겠다고 결정했어요. 도망가고 싶었어요. 도망가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동안 살게 해줬던 게 고맙기도 하고. 제가 감옥에서 나오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하늘은 왜 날 살리셨을까. 감옥에서 안 죽었으니. 왜 안 죽이셨지. 할 만큼 했다고 살리셨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그냥 순하게 받아들이자. 그걸 안 받아들이면 제가 괴로워서 예전처럼 옥빛 바닷물이 예뻐 보이지 않겠더라고요. 그게 너의 성격이고, 성격이 운명이다. 그럼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지만 하자. 어느 순간 '이제 그만 해도 돼'라는 소리가 들릴 때 그때 그만두자. 그렇게 결정을 한 거거든요."
-여러분, 진심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웃음) 은수미 의원님 또 눈물이 그렁그렁 하시는 데요. 저는 사실 4년간 은수미 의원을 봐왔습니다. 제일 기억 남는 게 비례대표 되시고 국회 잔디밭에서 처음 인터뷰를 했어요. 그때 감옥 이야기도 하고, 감옥 안의 인권 얘기도 하고. 그랬던 거로 기억합니다. 세월호 농성도 기억합니다. 제가 그때 본청 길바닥에 앉아서 인터뷰했잖아요. (웃음) 이런 정치인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좌우, 앞뒤 재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정치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소중한 때가 지금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테러를 방지하자는데 왜 저러는 거야. 정말 테러 나면 저 사람이 책임질 거야? 근데 왜 저렇게 막고 그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주변에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법안, 국회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면 찾을 수 있거든요. 길지 않아요. 주호영 의원이 급하셨나 봐. (웃음) 몇 장 안 돼요. 보시면 알아요. 세상에 이렇게까지..."그러니까. 테러리스트 방지법이 아니라 국민 방지법..."
-그렇게 심각한 법이기 때문에. 이걸 좀 보시고. 이걸 막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참 정치인'들을 잘 구분해서 보셔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강철나비'라는 별칭이 붙어 계시세요. "국이가 달아줬죠."
-국이가 누구야? (웃음) 저희는 조국 교수님이라고 부르는데. "죄송합니다. (웃음)"
-국이라고 하니까 느낌이 다르네요. 응팔에서 택이 느낌이 나네요. (웃음) 조국 교수님이 붙여 주셨어요."그렇죠, 제 후원회장이기도 하고. 많이 응원해주는 친구이기도 하고. 제가 항상 조국 교수님을 만나면 '국아, 나는 왜 어렸을 땐 네가 잘생겼다는 걸 몰랐을까'. (웃음) 정말 그땐 몰랐어요."
-대학 1학년 친구세요?"그건 아닌데. 조국은 친구가 된 건 제가 학교를 그만둔 이후고요. 그 전에는 제가 본 적이 있어요. 잘생겼다고 소문이 나서요. 잘생긴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정말 몰랐어요. 사람 눈에 뭐가 쓰이면 안 보여요."
-여기서 잠깐 로맨스가 있을 뻔했다는 생각마저?"아니, 그랬을 건데... 지금 보니까 너무 잘생겼다. 목폴라가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니. 저는 목폴라가 잘 어울리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있거든요. 그러면 조국 교수가 '성희롱한다'고. (웃음) 그런 농담을 해요. 그 친구가 성남 중원에 북 콘서트에 와서 축사를 해줬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그 축사 내용이. '자기가 다른 건 얘기 안 하는데 이 여자 진짜다. 오랫동안 지켜 봐왔는데 변함이 없고. 참 신기한 건 이 사람이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저는 친구들에게 공감 장애인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뭔가 들어오면 확 울기부터 해. (그때) 저의 특징을 저 친구가 잘 알고 있다고 처음 알았는데. 공감해서 막 울다가 싸운대요. 보통 울다가 풀이 죽는데. 저 여자는 흐느껴 울다가... 제 학교 때 별명이 아톰이었거든요. (웃음) 지금은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해서 머리를 기르는데. 보통 짧은 커트였어요. 눈이 동글동글 굴러가고, 씩씩하니까. 조그마한 아톰, 아톰이라고 그랬어요. 여자 이름이 아니라 아톰이냐고 투덜댄 기억이 나는데. 그런 모습을, 절 아는 사람은 지켜 보고 있었구나. 그걸 처음 알았어요."
-처음 아시다니요. 저도 이렇게 지켜 보고 있는데요."그러니까요. 아, 사람들 아는구나. 그게 너무 놀라웠어요."
-저는 그 진심의 결정판 중 하나가 이번 필리버스터 끝내고 내려오실 때 광경이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의원님, 끝나자마자 정의화 의장이 그런 얘길 할 줄 몰랐거든요. 사투리가 나왔어요. '쪼매 부축 좀 해주이소'. 정의화 의장 첫 마디였어요. 아무 말도 안 하시다가. (웃음) 그러다가 김현 의원이 약간 전원주 스타일이잖아요. 짧은 다리로 막 걸어와서. 자료를 막 챙겨서 부축해서 (단상에서) 내려가고. (은수미 의원이) 다리가 불편하셨던 것 같아요. "아팠어요. 서 있기가 힘들었어요. 허리가 아파서. 감옥에서 고문받을 때 허리를 다쳤거든요."
-허리도 맞으신 거에요?"지하 1층으로 내려갈 때 양쪽에서 남자들이 잡고. 제가 저항하고 있으니까. 뒤에서 허리를 쳤어요."
-발로?"이중 옆차기? 발차기? 그래서 거의 정신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끌려 내려가신 거에요?"그렇게 작은방에 넣어졌는데. 안기부에서 30일가량 있었던 것 같은데.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허리가 바보가 되는 줄 알았어요. 거기다가 장염과 폐렴이 도져서. 의사가 한 번씩 온다는데. 죽을까 봐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왔어요."
-죽을까 봐? 죽었나, 살았나?"네, 밥을 먹지도 못하고, 먹기만 하면 장염 때문에 내려오니까. 앉지도 서지도 못하니까 저를 굴렸어요. 앉지를 못해서 자세가 안 좋을 거 아니에요. 그럼 자세가 안 좋다고 걷어차서 의자에서 떨어지면 사람을 굴려요.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라고도 해요."
-남자가 서서 그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라고 한다?"네, 인간을 고문할 때 고문의 방법도 알려 주던데.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존심까지 다 벗겨 내면. 분다는 거예요. 가랑이 사이로 기면 '살려줄게'라고 해요. 안 길 것 같죠? 기어요. '아, 내가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뼛속까지 느끼게 만들어요. 그렇게 무너뜨리는 거죠. 사람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을 무너뜨리는 기법. 수십 년간의 노하우라고 하더라고요. 혹은 수백 년간의 노하우라고 해요. 고문의 역사는... 제가 왜 갑자기 이 얘기를 또 했죠. 그렇게 하는 거죠. 그래서 허리를 다쳤어요. 그때부터 자세가 삐딱해지면서. 지금 허리가 휘어져 있어요. 왼쪽이 약간 낮은가 그래요. 제가 단식할 때도 허리 때문에 너무...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어서. 단식하면서도 병원에 다녔어요. 긴급 마취제 맞고, 통증을 가라앉혀서 버텼고. 운동도 열심히 해요. 자세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서 있는데 다리서부터 시작해서 허리까지가 아프니까. 이렇게 굽어요. 그러면 더 아프거든요. 그래서 허리를 펴는 거죠. 그냥 그렇게 평생을... 그나마 저는 허리로 나와서 다행이죠. 지금 예를 들어서 장에도 평생 이상이 있거든요."
-의원님이요?"평생 간단한 약을 먹고 사는 거에요."
-고문 후유증으로?"네, 심지어 양의가 한의한테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도저히 안 된다고... 그래서 한의가 수술로 없어진 부위는 한방으로 고칠 수 없다. 단 하나 고칠 수 있는 건 손발이 차가운 것. 그건 고쳤어요. 저는 한의 때문에 놀란 게. 아무도 못 고쳤는데. 한동안 양말을 신고 자야 했거든요. 그런 분들 계세요. 한의가 제 친구이기도 했는데. 오랫동안 치료해야 해서 비싸니까. 거저 해줬죠. 예전에 있었던 일이죠. 이걸 먹으면 손발 차가운 건 없어지는데 다른 건 안 된다. 장이 잘린 부분은 인위적인 제거라서 회복될 수 없다. 그런 작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요. 몸에 이상이 있는 거죠. 그래도 지금까지 엄청나게 건강한 거 아니에요? 누가 '미친 체력'이라고 그러던데. 정말 건강해요."
-말씀하신 대로 그 고문을 이겨낸 분들이 이 당에 많으시잖아요.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 시고. 그 끔찍한 역사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느냐는 질문을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오늘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그날 제 가슴을 쳤던 의원님의 한 마디가 이거였어요. '이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입니다'. "네, 제가 그런 경험을 하여서 절대 다른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아유, 참. 아니, 알고 있는데. 모르면 몰라요. 알거든요.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인간이 자존감이 없어졌을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 어떻게 그걸 타인이 하게 놔둬요. 제가 모두를 구할 수가 없고,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노력해야죠. 그러지 않아요? 제가 감옥에서 나와서 항상 하는 얘기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거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다. 아무리 제가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노력할 거에요. 끝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그거 하나하고, 최근에 많이 말하는 말이. 쓰임새가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성공회 신자다 보니까 기도를 하게 되는데. '하나님, 쓰임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살려 놓았으니 책임지시고요. 그 책임은 다른 게 아니라 쓰임새가 있으면 좋겠다. 쓰임새가 컸으면 좋겠고. 욕심이 생겨서... 살려 놓으면 그 뜻을 알게 해주십사하고 부탁을 해요. 이게 매일, 매시간. 특히, 4년 동안 점점 간절해지는 거에요. 그 간절함이 필리버스터 때 터진 것 같아요. 제가 꼼꼼한 사람이에요. 업무에서. 일상은 안 그래요. 일상에서는 별명이 '초딩'이에요. 제가 은지원하고 똑같이 '은초딩'이라 하는데. (웃음) 일상은 다부지지 않아요. 하지만, 업무는 꼼꼼해서 보좌진을 괴롭히는데.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할 때 준비가 엄격해요. 5시간 준비하고 (단상에) 올라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의원님 사전에?"네, 제 사전에 없었던 일이고. 그렇지만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두려움도 많지만 해야 하는 거고. 저 자신에 대한 약간의 믿음도 있었어요. '네가 지금까지 해 왔던 얘기 다 해. 네가 기억하고, 가슴 아팠던 거 다 해. 페이스북 친구들이 주신 자료가 있는데 그거에 의지해. 그래서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 그런 간절함이 저를 훈련해 왔던 것 같아요. 그 훈련의 결과인 거죠. 지금도 쓰임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쓰임새는 충분하시고요. 아마 성남 중원의 많은 시민도 그 쓰임새를 익히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 정치에서 언제 이렇게 정치인들이 많은 시민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던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어떻게 보자면 의원님들한테도 소중한 기회였을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 다 할 기회였다'는 생각도 들고, 저는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어요. 의원님마다. 기자들에게 다 한 얘기입니다. 언론에 한 줄도 안 나옵니다. 의원님도 마찬가지고, 신경민 의원도 마찬가지고. 여러 지적을 하셨는데. 이때 언론의 역할. 사실 정치와 언론은 같이 가야 하는 거거든요. 정치가 만들고, 그것을 받아서 더 취재해서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그걸 제대로 못 하는 언론은 반성해야겠단 생각 들고요."장윤선 기자님은 열심히 하시잖아요."
-저는 울고 있어요. (웃음) 10시에 토론 예정이신데. 제가 10시가 지나도록 의원님을 붙들고 있어서... <팟짱> 애청자분들을 위해선 더 해야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고요. 다음에 저희가 또 한 번 모시겠습니다. "또요?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웃음)"
-저희가 선거 국면에서 또 해야죠. 성남 중원에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마무리 말씀 부탁할게요.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지금 무릎을 꿇은 게 맞습니다. 근데 여러분이 무릎 꿇은 적 없으시잖아요. 저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아마 많은 실망감과 배반감이 있으시겠지만... 항상 이렇게 다시 일어나는 여러분의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경주마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많아요. 생각보다 많아요. 다시 승부를 거십시오. 이길 때까지 승부를 거십시오. 이길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