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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물론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평가의 장으로 정권안정 보다 정권에 대한 평가 및 심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선거다. 하지만 선거와 정치가 실종되면서 심판의 목소리는 물론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도 국론 분열이라는 명분하에 묻히고 있다. 야당의 분열로 가뜩이나 여당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안보불안까지 가세하면서 벌써부터 암울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0대 선거는 정권에 대한 평가 및 심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선거이다
 20대 선거는 정권에 대한 평가 및 심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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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

20대 총선을 둘러싼 객관적 상황을 살펴보자. 먼저 경제불안이다. 한국갤럽의 신년조사에 따르면 한국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는 비관적 의견이 52.2%에 이르고,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은 12.9%에 그치고 있다. 민생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쏟아지던 노무현 정부 임기 3년차 말과 비교하면 지금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비관적으로 느끼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당시는 비관전망이 30.9%, 낙관전망이 15.9%로 지금 보다 비관전망이 훨씬 낮았다. 경제불안은 정부와 집권여당을 심판하는 제1의 기준이다.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 가운데 대통령 지지도는 작년 12월 기준(한국갤럽조사) 43%에 이른다. 새누리당 지지도도 40%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제1야당 지지도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언뜻 매우 견고한 듯 보인다. 하지만 역대정부의 임기 3년차 말 지지도와 비교해보면 높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동일한 시기 김대중 대통령 지지도는 30%, 노무현 대통령은 23%였지만 보수정부인 이명박 정부는 47%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보수우위의 유권자 지형에서 기인한 것이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우호적으로 평가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역대 대통령 평가로 가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잘한 일이 더 많다'는 긍정적 평가가 각각 63.3%, 59.6%, 29.5%로 진보개혁성향의 정부에서는 오히려 긍정평가가 높다가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급락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2015년 10월에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는 보수안정 정부와 진보개혁 정부로 나누어 어느 정부가 나라를 잘 이끌었는지도 질문했는데, 진보개혁 정부가 59.9%, 보수안정 정부가 40.1%로 진보정부가 우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차기 대선지지 후보 선택으로도 이어져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6.9%에 그친 반면 새누리당 제외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53.1%로 우세했다.

이를 종합하면 사회경제적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금의 보수정부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야당의 분열 등 대안 부재, 여기에 안보불안까지 가세하면서 보수진영이 결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은 변화를 요구하지만 다가올 총선이 이를 담지 못하면서 선거결과는 더 보수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문제 '진보적', 안보문제 '보수적' 경향

구체적 이슈로 들어가보자.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사안인 사회경제적 의제에서는 진보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서 언급한 <더미래연구소> 조사를 보면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은 줄여야 하고('줄여야 한다' 59.3% '늘려야 한다' 40.8%), 최저임금은 최대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최대수준 인상' 57%, '최소수준 인상' 43%)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성장이 지연되더라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 67.5%, 불평등이 확대되더라도 성장을 우선하는 방향' 29.2%(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 2015년 11월 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논리 보다 공동체적 정의가 중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 경향이 역력했다. 남북 대화중단의 책임소재가 북한에 있다('북한' 74.5% '남한' 25.5%)는 의견이 압도적인 가운데, 대북정책 방향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관계를 진전' 49.9%,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적이므로 철저히 견제' 22.1%로 나타났고, '대북접촉과 지원을 통해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표1. 경제정책 방향
 표1. 경제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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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 평가
 표2.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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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 속에서 강압책으로 일관해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도 높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54.6%로 부정적 평가(40.6%) 보다 높았다. 이를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더 명확해지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평가가 44.9%,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35.8%, 부동산 정책은 28.1% 등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대북정책 평가에서 연령별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60대 이상에서는 긍정평가가 74.9%에 이르고 50대에서도 63.6% 등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긍정평가가 높았지만 40대 이하에서는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대북정책이 이념성향간, 세대간 입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갈등이슈로 역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정치가 부재하므로 정치가 중요하다

이처럼 사회경제적 진보화와 안보측면의 보수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지층 결집과 집권 후반기 국면 장악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안보이슈를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둔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연일 대북강경몰이를 하고 있으며, 이 흐름에 야당 일각에서도 동조하면서 정치 전반의 우경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여야간 노선차이가 비교적 큰 사회경제적 의제는 후퇴하고 안보 의제에서는 여야간 수렴 현상이 나타나면서 유권자들로서는 투표 동기 및 투표 기준이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경제적 불안에 기반 한 계층균열이 약화되고 지역주의가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도를 표방한 국민의당(안철수 신당)이 호남 나눠먹기라는 비난을 무릅쓰면서 호남정치복원을 내세워 호남지역주의를 호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 격차 심화 등의 계층관련 의제가 정치적 의제로 수용되어온 흐름이 정지 또는 퇴행하고 있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보불안의 극대화 속에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낮다. 다양한 목소리들은 실종되고 다른 목소리는 분열을 야기하는 남남갈등으로 폄하되고 있다. 선거가 사라지면서, 자유롭게 분출되어야 할 목소리, 의제들도 사라졌다. 정치 부재의 상황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정치의 중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퇴행적 위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정치에 있기 때문이다. 4.13 총선이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한귀영님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입니다.



#선거#정치#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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