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조용하게 검토하고 생각해보자. 사법시험은 출세의 대명사였고,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봉건적 뿌리가 현존하는 상징적 제도의 하나이다. 1970년대, 어느 군 지역에서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오면 군수나 경찰서장이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비권력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안에서는 온 집안의 가난을 해결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모두가 1인에게 매달렸고 합격이면 대박이었다. 그 제도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엄청나다. 현재 수혜자는 이를 존치하려 하고 피해자는 말이 없다.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해서 사법시험은 폐지되어야 하는가? 아니다. 사시합격자를 늘리면 되지 않는가? 그렇다. 합격자만 늘리면 국민 법률서비스는 증진하는가?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농공상의 위계구조이고, 그 질서를 한국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조계 돌려먹기, 나눠먹기가 문제이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그런 법조계의 오랜 관행인 특권의식이다. 로스쿨이 그런 관행을 깨고 변호사도 보통사람이길 국민은 원한다. 고시낭인이 문제인가? 아니다. 그들의 선택이기에 그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해서 로스쿨은 어떤가? 글로벌시대를 맞아 법은 글로벌 대응이 필요하다. 사시의 법조인은 국내적 차원의 법이나 민사/형사소송에 밝다. 반면 글로벌시대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내는 법에는 낯설다. 변리사 영역을 변호사가 할 수 있다지만 실제수행능력은 부족하다(기계/전기/전자/물리/화학/상표/식품 등을 아는가?). 변호사법의 과잉이다. 로스쿨의 법조인은 거미줄 구조로 사회에 침투한다. 정치, 경제, 사회, 농업, 어업, 의약업, 특허권, 지적재산권, 미생물, 종자, 광물자원, 그림, 음악, 창작활동, 공예와 일상생활의 전 분야에 침투한다. 사법시험의 구조는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공급할 수 없다.
로스쿨의 문제는 없는가? 많다. 자격증을 따는 교육이 아니라 훈련받은 법조인을 생산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현재의 로스쿨이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사시생과 똑같이 변호사시험 합격에만 몰두한다면 변형된 사법시험이다. 자칫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 양성소로 전락한다면 사법시험 존치와 확대만 못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커리큘럼의 내실화, 법교육의 현실화 및 국제화, 법무실무 실천과정의 강화 등, 다양한 코스가 충실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로스쿨은 법의 교육이고, 국민관련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한 법조인 양성이 책무이다. 법무부의 편익에 따른 문제가 아닌 교육부의 문제이다. 국정교과서가 청와대문제가 아닌 교육부의 문제인 것과 같다.
가닥을 바로잡아야 하며, 바로 잡힌 가닥이라면 원칙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법의 세계적 변화정세를 인정한다면 고전적 사법시험은 다양한 국제적 과제를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법이 거미줄처럼 얽혀 전 분야에 당면과제로 비화하는 요즘, 로스쿨의 실질적 내실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법무부는 졸속결정으로 그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교육부는 법조인 양성의 책무를 유기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