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연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브라질 경찰은 룰라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고 감금했다가 3시간 만에 풀어줬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상파울루의 룰라 전 대통령 자택과 재단 사무실 등도 압수 수색했다.
브라질 경찰은 연방경찰 200명과 국세청 회계사 30명을 동원해 룰라 전 대통령의 자택에 들이닥쳤고, 33건의 압수수색영장과 11건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경찰의 지시에 따랐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이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로부터 금품과 호화 부동산 형태의 불법 이익을 취한 증거를 확보했다"라면서 "그는 페트로브라스의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했고, 관련 범죄의 주요 수혜자였다"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건설업체로부터 자신이 소유한 상파울루 바닷가의 고급 아파트를 무료로 리모델링 받았고, 페트로브라스의 주요 임원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민간 업체들이 페트로브라스의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계약 금액을 부풀리는 비리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막대한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일부 자금이 집권 노동자당의 선거 운동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국영은행의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에 대한 금융지원 영향력 행사 등 여러 부패 의혹에 휩싸였고, 지난해 9월에는 룰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주제 지르세우 전 장관이 페트로브라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대변인은 "대통령으로서 재임할 때나, 퇴임 후에도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라며 "모든 혐의는 우파 야권과 언론이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부패 추문에 업적 빛바랜 룰라 전 대통령빈민가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룰라 전 대통령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노동자당을 창당해 대통령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대권을 잡았다.
남미의 '핑크 타이드'(좌파 정권 물결)를 주도하며 8년간 재임한 룰라 전 대통령은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도, 강력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도좌파 정책을 펼쳐 브라질 경제의 호황기를 열었다.
퇴임 직전까지도 지지율이 80%가 넘을 정도고 국민적 인기를 누렸고, 정치적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을 이끌 정도로 퇴임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룰라 전 대통령의 비리 연루로 노동자당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경제난과 비리 혐의로 호세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 움직임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노동자당의 장기 집권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동자당은 성명을 통해 "수사 당국이 룰라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한 것은 아주 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쿠데타적 행위"라며 "브라질 국민은 룰라 전 대통령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2014년 대선에 출마했던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연방상원의원은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을 뿐"이라며 "브라질 국민은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