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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지지자 "정청래를 제자리로 돌려놔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청래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한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정 의원의 지지자와 당원들이 모여 공천배제 철회와 공천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 정청래 지지자 "정청래를 제자리로 돌려놔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청래 의원의 공천배제를 결정한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정 의원의 지지자와 당원들이 모여 공천배제 철회와 공천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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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민주가 정청래 의원을 포함한 컷오프 명단을 발표한 10일 오전 이후, 더민주당의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포털 검색어 순위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는 '정청래'와 '정청래 컷오프'가 사라질 줄 몰랐다.

단순히 SNS 여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강도가 세고 범위가 넓다. 이날 오후 지지자들은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민주당사 앞으로 몰려가 밤 10시까지 약 5시간동안 성토를 이어갔다. 또한 은수미, 김광진, 최민희 의원 등 동료 의원들은 트위터를 통해 당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의원의 재심이다.

"용기란 두려움을 몰라서가 아니라 두려워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의 그간의 의정활동과 정부를 향한 포격은 용기 그 자체였습니다. 절차에 따라 재심을 받아들여야합니다. 멀리 있는 산토끼 말고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집토끼를 더 사랑해야합니다." (김광진 의원, @bluepaper815)

"지도부에게 요청드립니다. 정청래 의원에게 재심기회를 주십시오. 그간 정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두려움 없이 발언하고 행동하며 당 방침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공이 더 큰 의원입니다.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은수미 의원,  ‏@hopesumi)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속내 보니 같은 국회의원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저런 분들 때문에 국회와 정치인이 욕 먹습니다. 근데 감싸는 새누리입니다. 우리당 최전방 대여공격수 정청래 의원 컷오프 국민과 함께 재고 요청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징계까지 받았습니다." (최민희 의원, ‏@motheryyy)

이런 주장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현역 의원들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둔 예비 후보들 가운데서도 터져나왔다. 강서을 지역구 예비후보인 진성준 의원은 "정청래 의원 공천 탈락이라니... 당 지도부는 당헌이 정한 재심 절차에 따라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표창원 비상대책위원(@DrPyo) 역시 '충격'이란 표현을 써가며 유감을 표시했다.

"정청래 의원은 제게 형제 같은 분입니다. 오늘 비대위 참석을 못해 언론기사로 컷오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약속과 만남 이어가던 중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합니다. 오늘 밤 시민표창 녹음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청래 컷오프가 촉발시킨 심상치 않은 분위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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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더민주가 발표한 컷오프 명단은 정청래 의원을 포함해 부좌현(안산 단원을), 윤후덕(경기 파주갑),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 등 5명이 포함됐다. 경쟁력 평가, 여론조사, 윤리심사 등이 주요한 심사 기준으로 작용됐다는 것이 중평이다. 특히 정청래, 부좌현, 윤후덕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전략 검토 지역으로 발표된 경우다.

이날 홍창선 위원장은 정청래 의원에 대해 "고민 끝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재주가 있는 건 사실이나 또 어떤 때는 과한 표현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는 등 공관위에서 이런 모든 것을 고려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나 더 큰 비수는 지지자들을 포함해 당 밖에서 꽂히는 법이다. '정청래 컷오프'는 일부 더민주 지지자들과 진성당원들에게까지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19대 총선 당시,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이런 분석글을 남겼다.

"홍창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청래 막말은 귀여운 수준'이라고 하고는 '여론조사 결과도 좋다'고 했다네요. 낙천시킬 표면적인 이유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문제는 뭐냐. 끝까지 언급을 회피했지만 <조선일보> 따위가 조장한 반감 이미지일 겁니다. 정청래를 살리면 '공천 쇄신 안 했다'는 저주가 아침신문에 '시커멓게' 실릴까봐 염려됐던 것이지요. 강동원도 그 맥락에서 목이 날아간 거고요.

<조선일보>가 쓰면 진리가 된다고 믿는 자들이 더민주 상부에 시커멓게 자리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는 박영선만의 멘털리티가 아닙니다. 이 멘털리티로 '필리버스터 배반'이 이뤄졌고, 세월호 유족 뒷통수 치기 등 구조적 헛짓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제1야당에서 솎아내야 할 사람들이 누군가를 솎아내는 현실, 직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 번째 패착인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총선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한 뒤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총선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한 뒤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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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론의 대상은 단순히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종인 비대위와 홍창선 공심위의 잣대가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며 급격히 비판을 받고있는 박영선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단수 추천을 받은 것이나, 비서관의 월급 상납 의혹이 보도됐던 이목희 정책위의장이 컷오프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내 지도부라서 빠진 것이 아니다"던 홍창선 위원장은 "원내지도부를 여러가지로 흔들면 안된다"며 "잘 보면 형평성 차원에서 볼 때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려는 노력을 해온 사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모호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총선 국면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더민주. '막말'을 제외하고 당 밖 여론이나 여의도 안팎의 의정 활동, 지역구 표 다지기에서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온 정청래 의원의 공천 탈락은 더민주의 앞으로 향방을 놓고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는 섣부르고 지지부진했던 '필리버스터 중단' 이후 김종인 비대위의 두 번째 패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위 '종편식의 프레임'에 당선 가능성이 큰 현역 의원을 내치는 공천을 납득할 만한 지지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미 여당이나 보수언론 등에서는 "이해찬, 이목희는 왜 가만 놔두나"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더민주는 필리버스터 이후 정당 지지율이 급등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복기할 때다. 필리버스터 효과가 증명했듯, '야성'을 회복하고 '집토끼'를 먼저 잡는 전략이 무당층 공략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컷오프 발표를 앞둔 지난 8일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과연 더민주가 재심을 통해 '정청래 살리기'에 나설지 지켜 볼 일이다.

"죄송합니다. 선거운동 시 많은 분들이 겸손함을 강조하십니다. 최전방 공격수를 하다보니 때로는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했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더 낮게 더 겸손하게... 더더더 낮아져서 총선승리 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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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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