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권노갑 고문님을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영원한 동지이자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미주교포입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미국 망명시절에 만든 한국인권문제연구소와 아태평화재단미주중앙위원으로 활동했고 청와대 대통령관저 부속실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이 퇴임하시는 마지막 날까지 밤낮을 교대하며 5년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모셨는데 아마도 고문님을 직접 만나뵈면 고문님께서도 저를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권노갑 고문님.
고문님께서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함께 평생을 함께하며 30여 년 긴 세월동안 수 많은 고문과 핍박 그리고 투옥을 당하면서도 군사독재정권에 결코 굴하지않으셨고, 단 한번도 고문님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영광을 위해 비겁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고문님께서 평생을 바쳐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그토록 이루고자 염원했던 이 땅의 민주화는 총선을 앞두고 분열된 야권세력의 독선적 고집 때문에 이제 산산이 조각날 운명 속에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처럼 영원히 물속에 수장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오로지 정치적 이득에 따른 계산과 고집 때문에 분열된 야권은 총선에서 수도권 전멸뿐만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희망이 불가능한, 겨우 호남권 28석 찢어서 나눠 먹는 '분열된 호남당'으로 몰락할 처지에 있습니다.
존경하는 권노갑 고문님.
고문님도 잘 아시다시피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권은 무조건 통합과 연대를 해야한다고 언제나 수도 없이 강조하셨습니다. 그런 야권통합을 위한 노력으로 정권교체의 뜻을 이루기 위해 정책과 노선이 다른 김종필씨와 DJP연합까지 성사시켜 결국은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시고 이땅에 민주화의 기초를 만드셨지요.
그러나 지금, 5.18 광주항쟁으로 이루어낸 민주화의 기둥마저 송두리째 뽑혀나갈 절체절명의 위기인 이 순간에 총선을 앞두고 분열된 야권은 수도권 전멸을 눈앞에 두고서도 통합과 연대를 거부하며 겨우 28석짜리 호남권 쟁탈만을 위해 분열의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변명만 해대고 있습니다. 정말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가슴을 치면서 통탄할 일입니다.
집권여당이 호남권 전체의 2배가 넘는 영남권에서 60석 넘게 독식하고 강원도와 충청권 일부에 야권의 분열에 의한 어부지리 때문에 수도권 압승을 예상하며 단독으로 개헌까지도 가능한 180석 이상을 장담하고있는 야당역사상 절대적인 위기의 순간인데도 분열된 야권에서는 호남권 쪼개서 나눠 먹자고 서로 비난하며 싸우고만 있는 한심한 실정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겨우 28석밖에 안 되는 호남권 의석을 쪼개서 나눠 가진 제3당이 탄생한다고해도 수도권에서 야당이 전멸하면 제3당을 포함한 야권전체는 이제 교섭단체도 불가능한 '미니 호남당'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3당이 국회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가 있겠으며, 그렇게 '미니 호남당'으로 몰락해버린 야권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 갖기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할 것이고, 독주하는 거대여당을 상대로 무슨 새정치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권노갑 고문님.
고문님도 잘 아시듯이 선거는 냉철한 현실적 판단을 요구할 뿐이지 막연한 감성적 기대와 뜬구름처럼 꿈 같은 이상을 가지고 이길 수는 없습니다. 수도권 모든 선거구에서 야권의 2등과 3등을 합쳐서 과반수를 넘는 득표를 한다고 해도, 단 한 표를 이길망정 오직 1등만이 승리자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집권여당은 끝까지 분열을 고집하며 수도권 연대를 거부하는 야당대표에게 "용단을 환영한다"는 극찬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도대체 야당대표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내린 용단이기에 집권여당에서 이토록 극찬을 할까요?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말이 생각날 뿐입니다.
얼마 전에는 고문님도 보셨듯이 불과 과반수밖에 안 되는 여당만으로도 초헌법적인 발상과 함께 비상사태 시국이라는 구실로 국회에 직권상정시킨 법률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이제 수도권에서 압승한 18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이 탄생한다면 앞으로 이 나라 국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존경하는 권노갑 고문님.
지금까지 고문님께서는 평생을 개인적으로 정치적 욕심없이 언제나 대의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셨듯이 이제 고문님의 남은 정치인생을 야권통합과 연대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부디 침몰한 세월호처럼 영원히 수장돼 버릴 위기에 처한 이 땅의 민주화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호남을 설득해서 야권통합과 연대에 발벗고 적극 나서주시기를 간절히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