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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대부분은 청소년기가 지나면 무엇이든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을 만큼 팍팍한 학창시절을 보냅니다. 그래서 스무 살 청춘이 되면 국․영․수의 굴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며 술과 향락에 취해 보기도 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 보기도 하지요.

하지만 배움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날마다 새로운 것들을 배웁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끝없이 배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은 우리에게 단 한순간도 똑같은 순간을 허락하지 않기에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인간은 배움에 '탐닉'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끝없이 알지 못하던 것들을 발견해내고 발명해냅니다. 이것으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 문명, 기계 문명이 바로 이 '배움에 대한 탐닉' 덕분에 생겨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두에게 배웠어> 고미 타로 글,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 바람
▲ <모두에게 배웠어> 고미 타로 글,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 바람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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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모두에게 배웠어>는 이 '배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소녀는 무엇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담장 위를 살금살금 걷는 고양이를 따라 가며 "걷는 건 고양이에게 배웠어"라고 이야기하고,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 강아지를 따라 가며 "뛰어 넘는 건 강아지에게 배웠어"라고 하지요.

들판을 유유자적하게 걷는 닭을 뒤따르며 "기분 좋게 산책하는 건 닭에게 배웠어"라고 말합니다. 꽃향기를 맡고 꽃꿀을 맛보는 건 누구에게서 배울까요? 나비에게서 배웠다고 합니다.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땅 속의 비밀은 개미에게서 배웠다고 하지요. 나쁜 녀석을 물리치는 법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답니다. 밤에 대해서는 올빼미에게 배웠구요.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날마다 배워갑니다. 나보다 몹시 훌륭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뿐만 아니라 하찮은 미물에게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지요. 이제는 인류가 끝없는 배움의 욕구로 만들어낸 기계에게까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알파고'라는 녀석 때문에 대한민국이 떠들썩합니다. '바둑 천재',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이세돌'씨가 알파고에게 한 수 배우게 되었나 봅니다. '안타깝다' '인류의 패배다'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알파고 역시 우리 인간에게 한 수 배운 녀석이니 '청출어람'한 녀석이라 귀엽게 봐주면 될 것도 같습니다. 인류의 배움에 대한 '탐닉'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우리 자신들에게 박수를 쳐주어도 될 것 같구요.

인류가 만들어낸 '알파고'와 한 판 붙어보겠다고 용기를 낸 '이세돌'씨에게도 박수를 보내야겠습니다. 3판을 내리 패배해도 다시 도전하여 승리를 거머쥔 그는 정말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만큼 새로운 도전이 흥미로운 사람이니까요.

<모두에게 배웠어>의 주인공 소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데다, 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워. 친구들도 이렇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승부는 끝났지만, 이세돌씨도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나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바둑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데다 알파고한테도 많은 것을 배워. 날 응원해주는 사람도 이렇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승부야 아무렴 어떻습니까?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말입니다. 세상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것 같아 지치고 피곤할 때도 기억합시다.

"아무렴 어때, 난 지금도 배우고 있는 걸. 배우면서 끝없이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는 걸.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

<모두에게 배웠어>(고미 타로/ 김소연 옮김/ 천개의 바람)


모두에게 배웠어 - 고미 타로의 성장 수업

고미 타로 글.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2015)


#그림책#모두에게 배웠어.#고미타로#천개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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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말하고. 책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독서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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