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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한 중앙위원이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에 대해 "A,B,C 그룹으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다"며 "비대위에서 다시 심사숙고해서 재심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더민주 중앙위원,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 이의 제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한 중앙위원이 비례대표 공천 선출방식에 대해 "A,B,C 그룹으로 후보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다"며 "비대위에서 다시 심사숙고해서 재심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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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0일 4·13총선 당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례대표 후보군 43인을 발표하면서, 후보를 A그룹, B그룹, C그룹으로 나누고 그룹 내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자 같은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순번이 정해진 일부 인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는 등급별 구분 없이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순위 선정 방법은 21일 비대위를 통해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비대위가 발표한 안에 따르면 A그룹 후보들은 1~10위권에, B그룹 후보들은 11~20위권에 배정된다. 더민주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더민주가 총선에 승리하더라도 C그룹 후보들은 사실상 당선 기회가 없는 셈이다.

A그룹에는 김성수 당 대변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김숙희 서울특별시 의사회회장,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양정숙 변호사,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포함되었다. 이중 박경미, 최운열 교수는 비례대표 1번, 6번으로 김종인 대표에 의해 직접 선정되었다. 김종인 대표 본인은 비례대표 2번에 배정되어 5번째 비례대표 의원 당선이 확실시된다.

B그룹에는 송옥주 더민주 정책실장, 심기준 최문순 강원도지사 정무특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이재서 총신대 교수, 이재정 민변 사무차장, 이철희 더민주 선대위 전략홍보본부장, 정은혜 전 더민주 상근 부대변인,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포함되었다. 이중 송옥주 더민주 정책실장은 비례대표 13번 배정이 확정되었다.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이며, 정은혜 전 부대변인은 청년비례대표 후보였다.

C그룹 후보들은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서은경 대한영양사협회장이 C그룹이 되었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였던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도 C그룹에 배정되었다.

당선이 유력한 A그룹과 B그룹의 후보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교수와 당 간부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박경미(여·50)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조희금(여·61)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최운열(65)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이상 A그룹), 이덕환(61)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재서(62) 총신대 교수(이상 B그룹)의 5인이 비례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중에서 교수 출신은 홍종학 가천대 경제학 교수와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 둘이었고, 김용익 교수도 보건·복지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순수 교수 출신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 간부와 당직자들 역시 비례대표 후보에 대거 진출했다. 우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5) 본인이 비례 2번으로 배정되었고, 김성수 대변인(59) 역시 A그룹이다. 송옥주(여·50) 더민주 정책실장, 이철희(50) 더민주 선대위 전략홍보본부장은 B그룹이다. 송옥주 더민주 정책실장은 13번으로 배정되어 당선 확률이 높다. 19대 총선 당시는 당 간부급 중에서 한명숙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15번을 배정받았었다. 당직자 중에서는 김현 의원이 17번, 진성준 의원이 18번을 배정받아 후미를 지켰다.

교수와 당 간부급들의 비례대표 진출이 활발해진 대신, 노동계와 청년계 비례대표가 1석씩 줄어들었다. 19대 총선에서는 노동계 비례대표로 전순옥(1번)·은수미(3번)·한정애(11번) 의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1인이 줄어들어 A그룹의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B그룹의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만 배정되었다.

앞서 장경태·김규완·최유진·정은혜 후보가 경선에 참여했던 청년 비례대표 경선은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겪으며 엉망진창이 되었다. 결국 네 명의 후보 중에서는 정은혜 전 부대변인(여·32)만 살아남은 상황이다.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은 C그룹으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김빈 후보의 비례대표 진출은 사실상 좌절되었다. 19대 총선에서 당선되었던 청년 비례대표 후보인 김광진, 장하나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뜻을 대변할 의원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애인계 비례대표 몫이 뒷순서로 빠지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이자 장애인 운동가였던 최동익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2번을 배정받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당선이 확실한 A그룹에 장애인계 비례대표는 없고 B그룹에 이재서 총신대 교수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다름아닌 고령화이다. 당선이 확실한 A그룹의 평균 연령은 만 59.4세이고, 교수출신 비례대표 후보 5인의 평균 연령도 60세에 근접하여 비례대표 후보들의 연령이 크게 상승했다. 전문성과 관록을 살린 추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참신함과 신선함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당의 전략과 기획에 따라 비례대표 제도를 활용한 전략적 배정도 가능하겠지만, 여건상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의 순서가 뒤로 빠지게 된 것은 아쉽다. 청년 후보의 국회 진출이 어려운 현실상 청년 비례대표의 숫자가 감축되고 제도 자체가 파행된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구 진출이 어려운 사회 소수자와 정치적 취약계층의 국회 진출이 단절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더민주, #비례대표, #총선, #청년비례대표,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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