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한 사립 고등학교 교감이 학부모한테서 불법찬조금을 받아 교직원 회식비로 사용한 혐의가 드러나 뇌물수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이 교감이 해당 학교의 '불법찬조금 근절 책임자'로 지정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달 5일 A사립고교 교감 B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5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현재 B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10월 28일 1·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학부모 C씨로부터 50만 원이 든 봉투 두 개를 받았고, 이를 학교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교직원 회식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전달한 학부모 C씨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B씨의 불법찬조금 수수 의혹은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으며, 보도 후 인천시교육청 감사관실은 A고교를 감사했다. 감사 결과, 언론 보도 내용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자, 시교육청은 B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인천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그런데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B교감이 <시사인천>의 취재 결과, '불법찬조금 및 촌지 수수 근절 책임자'인 행동강령책임관에 지정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의 '2016 불법찬조금 및 촌지 수수 근절 대책'을 보면, 행동강령책임관(교감)은 ▲불법찬조금 및 촌지 예방·근절 교직원 연수 및 상담 ▲불법찬조금 및 촌지수수 근절 학부모 및 자생단체 임원 연수 및 상담 ▲교직원에 대한 불법찬조금, 촌지 수수 모금 여부 확인 및 지도·점검 ▲자생단체 회비 모금 동향과 정보 수집 및 점검·관리 ▲공무원 행동강령 상담 및 연수 실시 등의 역할을 하게 돼있다.
결국 A고교는 불법찬조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B교감이 교직원들에게 "불법찬조금과 촌지를 수수하지 말라"며 관련 연수와 상담을 진행하고 불법찬조금 신고를 받는 상황인 것이다.
A고교는 현재 홈페이지에 '청렴하고 깨끗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불법찬조금·촌지 근절에 학부모님의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라며 불법찬조금 관련해서 교감에게 신고를 하게 안내하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불법찬조금으로 수사를 받는 교감이 불법찬조금 근절 책임자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렇게 해서 이 학교가 불법찬조금을 근절한다고 홍보하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애초부터 불법찬조금 근절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시교육청도 B교감이 수사를 받는 것을 알면서 방관한 것은 아닌지, 진정한 불법찬조금 근절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인천시교육청 공무원행동강령 상 교감이 행동강령책임관을 맡게 돼있고 교감이 없을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담당 교사를 선정하라는 조항은 없다"며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공무원행동강령을 개정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