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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현지시간)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88세)가 로스앤젤레스 (LA) 시 의회가 주는 공로패를 받았다. 지난 17일 캘리포니아 주 상원이 수여한 공로패를 받은데 이어 두번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유엔 기자협회에서 일본의 여성에 대한 반인륜 범죄인 성노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을 시작으로, 뉴욕 시청에서 로리 콤보 시의원과 공동 기자회견,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과 주민간담회에서 발언 등 나이를 잊은 활동을 미국에서 전개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3월 22일, LA 시 의회에서 공로패 수상 발언하고 있다. 왼쪽으로부터 제시카 포스티고 LA 여성지위 향상 위원회 위원장,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 이용수 할머니, 데이비드 류 LA 시 의원, 누리 마르티네즈 시 의원
 이용수 할머니가 3월 22일, LA 시 의회에서 공로패 수상 발언하고 있다. 왼쪽으로부터 제시카 포스티고 LA 여성지위 향상 위원회 위원장,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 이용수 할머니, 데이비드 류 LA 시 의원, 누리 마르티네즈 시 의원
ⓒ 이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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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의 LA 시 의회 공로패 수상은, 최초의 한국계 LA 시 의원인 데이비드 류와, 2007년 이후 꾸준히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미국사회에 알려온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사무국장)의 노력의 일환이다. 이 날 LA 시 의회에서 열린 공로패 수여에는 데이비드 류 시 의원, 누리 마르티네즈 시 의원, 제시카 포스티고 LA 여성지위 향상 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하였고, 폴 크레코리언 시 의원이 특별 발언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공로를 치하하였다. 특히 허브 웨슨 시 의회 의장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년여 간, 일본정부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활동하면서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 점에 경의를 표하였다.

지난 3월 17일 캘리포니아 주 케빈 드 레롱 상원의장 대행은 일본군에 의한 인신매매와 위안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전세계를 돌며 인권과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한 점을 높이 사며, 2016년 7월 30일을 캘리포니아에서 한국 위안부의 날로 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용수 할머니의 이러한 행보는 캘리포니아 공립 고등학교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주 교육부는 올해부터 10학년 (고등학교 2학년) 역사 교과서에 세계 제2차대전 항목에서 "일본군이 전쟁기간 중 끌고간 성노예 위안부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이며, "수십 만명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는 내용을 포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일본 극우세력이 조직적인 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하며 교육부를 압박하고 있어 5월에 확정될 개정안 지침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한인단체들의 교육부 방침 지지운동과 이번 이용수 할머니의 활동으로 훨씬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저녁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소감을 여쭤보았다.

- 캘리포니아 상원과 LA 시 의회가 수여한 공로패를 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떠셨는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기억하고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해주는 상을 받으니, 가슴이 아프도록 고마웠습니다. 상을 받은 것은 저이지만, 저는 한국의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중국 대만 미얀마 필리핀의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니들도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날, 도쿄에서 한일간 '위안부 합의'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여름에 위안부 재단 설립에 맞춰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것이라는 <산케이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 일본 신문과 한국 신문이 '위안부합의' 이행을 위해 실무 접촉을 한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은 절대 못 건드립니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우리를 기억해 주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한일 간 합의를 발표하기 전은 물론이고 발표 후에도 내용에 대한 설명 한 번 없었습니다. 당사자인 내가, 할머니들이 살아 있는데, 피해자들의 의견도 한 번 물어보지 않고 무슨 합의를 한다는 건가요?

우리에게 돈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지난 25년간 매주 수요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 나가 일본 총리가 나와서 사죄하라고 외쳤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런 우리의 요구를 외면한 채 일본 정부와 합의를 했잖아요? 국민의 억울함에 귀를 기울이는 게 대통령이지, 국민을 팔아 먹는 게 대통령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말씀을 할 때는 매우 격앙된 목소리였다.

- 할머니들께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군 위안부제 운영 인정,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일본 의회의 공식 사과, 법적 배상, 범죄자 기소, 철저한 교육, 기림비 건립 등 7가지 입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1943년 어린 나이(만 16세)로 일본군에 끌려갔다. 타이완 일본군 주둔지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일본군인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다 칼에 베인 자국, 전기고문을 당한 상처가 아직도 몸에 그대로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 상원이 수여한 공로패 (왼쪽)와 LA 시 의회가 수여한 공로패 (오른쪽) 앞에서
 캘리포니아 상원이 수여한 공로패 (왼쪽)와 LA 시 의회가 수여한 공로패 (오른쪽)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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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정도 타이완 수용소에서 지내다가 1946년 귀국선을 타고 부산으로 왔고, 3년만에 집에 돌아왔지요. 아버지는 중풍으로 누워 계셨고, 그날 제사 준비를 하던 어머니는 사람 행색이 아닌 저를 보며 딸이 귀신으로 돌아왔다며 혼비백산 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70여 년 전의 상처는 몸에 마음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귀향' 하던 날을 기억하시며 눈물을 보이시는 할머니에게 70년 전에 있었던 사실에 대해 더 자세히 여쭤볼 수가 없었다.



태그:#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LA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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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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