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13 총선을 17일 앞둔 27일, 야권단일화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요한성당에서 김병관(분당갑) 후보와 함께 부활절미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결과를 내놓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곳도 그렇고 수도권 곳곳에 야권후보들이 나뉘어져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승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며 "어쨌든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박광온 더민주 의원도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야권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이 지역에는 현재 김명수(국민의당)·박원석(정의당)·강새별(민중연합당) 등 총 4명의 야권후보가 출마, 여야 대결 구도가 1 대 4로 형성돼 있다.

박 의원은 "야권이 하나가 되지 못해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인천과 창원의 사례처럼 경선 방식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역풍 경계했던 새누리당, 야권분열로 어부지리 얻나

새누리당 4·13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김무성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새누리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정관 새누리당 4·13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김무성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들의 주장처럼 야권단일화는 4.13 총선 판세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20대 총선 후보자 명부에 따르면, 전국 253개 선거구 중 178곳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확정되면서다. 특히 전체 선거구의 절반(122개)에 달하는 수도권은 무려 105곳에서 '야권분열'이 현실화됐다.

앞서 '유승민발(發)' 공천내홍을 겪으면서 수도권 역풍을 걱정했던 새누리당 처지에선 반길 만한 일이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5%p 미만의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지역구는 29곳에 달했다. 무엇보다 당시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등으로 분열됐던 여권은 수도권에서 43석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던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와 통합진보당은 각각 65석, 4석을 얻었다. 즉 분열은 곧 패배임을 여야 모두 '학습'한 셈이다.

그러나 야권은 현재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무산된 상황에서 지역 단위의 후보단일화를 놓고도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 25일 각 후보별 단일화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본부장은 서울 마포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철수 대표가 '후보가 개별적으로 하는 단일화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라도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단일화하면 제명을 포함해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각 후보별 단일화를 막지 않겠다"는 안 대표의 약속을 철회한 것이나 같다.

이밖에도 국민의당은 서울 구로갑, 서울 중·성동갑, 경기 광명을, 경기 안양만안구에 타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전략공천했다. 모두 더민주 현역의원들이 출마한 곳이다. 이인영 의원의 구로갑에는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경선에서 떨어진 김철근 후보를, 홍익표 의원의 중·성동갑엔 광주 광산갑 경선에서 탈락한 김경록 후보를, 이언주 의원의 경기 광명을엔 부천원미을에서 컷오프된 송백석 후보를, 이종걸 의원의 안양만안구에는 경기 안양동안갑 경선에서 탈락한 곽선우 후보를 공천했다.

결국, 본선경쟁력과 관계없이 야권단일화를 위한 전략적인 '돌려막기' 공천이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알박기' 공천, 새누리 후보 당선시킬 것"

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함께 손잡은 안철수-박준영 20대 총선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에 더민주는 "새누리당을 돕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구로갑 등은) 알박기 같은 형태의 전략공천"이라며 "결국 우리 후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후보)을 당선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규 본부장이 '제명'까지 거론하며 후보별 단일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에는 "지역 단위에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에서 노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라면서 "개별적인 (단일화) 논의를 한 후보를 제명시키겠다고 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일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는 "계속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더민주는 정의당과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그간 비워놨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경기 고양갑과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기 안양동안을에 후보자를 공천한 바 있다. 정의당은 이에 "전형적인 갑질정치"로 규정짓고 이번 총선에 출마한 63명의 선거 완주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관련기사 : 더민주, 심상정 지역구에 공천.. 정의당과 연대 '위기' ).

이와 관련, 정 단장은 "경남 창원성산에서도 더민주·정의당 후보가 경선해서 단일화하기로 했고 인천 지역의 야권단일화도 이뤄진 상태"라면서 "저희는 고양갑과 수원정에서 (야권단일화) 경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제안을 이미 했다"라고 말했다.


태그:#총선, #국민의당, #야권단일화, #더불어민주당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