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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3일 오후 9시 53분]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우면서 야심 차게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있었습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흘러들어 가게 하겠다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한국경제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라는 찬사와 사내 유보금 과세라는 우려를 동시에 받은 정책이었습니다.

이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만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2015년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2016년 3월까지 신고하니 이제 첫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이미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가계소득 증대패키지
 가계소득 증대패키지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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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년 만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최경환 부총리가 제안했을 당시에는 참신한 접근이라는 의견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계산방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당기소득 × 0.8 - (임금증가액 + 투자 + 배당) 또는
당기소득 × 0.3 - (임금증가액 + 배당)

위의 산식에 따라 산출되는 기준 미달액에 대해 10%를 과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종전 우리나라 세법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에 당기소득이 100억 원인 회사가 작년보다 임금을 10억 원 더 지급하고, 투자와 배당으로 각각 30억 원, 10억 원 지출했다고 가정해 보면, 위의 기준 미달액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기준미달액 = 100억 원 × 0.8 - (10억 원 + 30억 원 + 10억 원) = 30억 원 또는
기준미달액 = 100억 원 × 0.3 - (10억 원 + 10억 원) = 10억 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10억 원에 대한 10%인 1억 원을 납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구체적인 적용방안이 나오면서 이미 실패가 점쳐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투자대상에 사업용 유·무형 고정자산이 포함되면서 토지, 건물 투자액을 포함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매입비였는데, 이렇게 부동산 매입비를 포함하면서 많은 기업이 기준 미달액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소득 상위 1%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 뻔한 배당을 대상으로 한 점입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배당소득 신고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배당을 아무리 늘려보아야 중산층과 서민 가계의 소득 증가와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금은 증가액을 대상으로 했지만 투자나 배당은 증가액이 아니라 그해 금액을 그대로 인정한 점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임금증가보다는 손쉬운 부동산 투자나 배당을 선택하라고 길을 열어준 셈이었습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2월 말까지 배당을 공시한 상장사들의 현금배당 규모가 전년 대비 4조 원 늘어나 총액이 18조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이유, 원점에서 되돌아보면

2008년 법인세 감세의 명분은 법인세 감세를 해 주면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 결과적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의 표처럼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최고세율 구간(200억 원 초과)에 대부분 소득이 해당하는 기업의 경우 12%에 해당하는 법인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표1 : 법인세율 변화]
 법인세율 변화
 법인세율 변화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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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인세 감소 혜택을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3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손익계산서에 있는 세전 이익을 기준으로 법인세 감소 혜택을 추정해 보면 삼성전자가 8천억 원, 현대자동차가 2천억 원입니다. 두 기업만 합해도 1년에 1조 원 혜택을 본 것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8년 법인세율 인하로 정부가 4년간 26.7조 원의 법인세를 깎아줬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표2 : 법인세 인하에 따른 2013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사례]
 2013년 감세효과
 2013년 감세효과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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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삼성전자 및 현대자동차 감사보고서, 실제 법인세 계산에는 세무조정 사항을 반영해야 하나, 두 계산방식 모두에 동일한 세무조정 사항이 반영되므로 차이를 계산할 때에는 회계상 이익을 기준으로 함)

하지만 정부가 의도했던 법인세 절감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투자나 고용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정규직 문제 악화·청년실업 증가·하청기업인 중소기업과 대기업 소득 격차 확대 등의 문제는 심화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하고 경제의 활력이 없어지면서 감세정책 이후에 경제성장률이 3% 내외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이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하고 나서도 임금이나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이제는 근본적인 정책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2008년 법인세 감세가 당초 내세운 효과가 없었으니 법인세율의 원상회복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원상회복을 해 나가는 중간단계로 그 감세액을 소득분배 개선과 청년 고용에 활용하도록 세밀한 방안을 만들어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즉, 최신의 스마트 무기가 목표를 정밀타격하듯이 공제 대상을 현재처럼 배당이나 투자액까지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가계소득 증대가 되는 항목으로 설계하는 방안입니다.

2008년 감세액에서 출발하는 방식으로

우선, 기준 과세액을 감세 이전의 세율과 현재 세율의 차이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억~200억 소득에는 5%, 200억 초과 소득에는 3%가 과세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 과세액에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제액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공제액은 청년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 증가분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 기존직원에 대한 임금인상은 고려하지 않거나 반영하더라도 낮은 가중치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정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년 대비 인상분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비용 증가액에 대한 공제율은 이론상 22~100%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50~60% 정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정책의 결과로 기업이 받는 효과는 간단명료합니다. 청년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업체 임금 지원의 증가분이 없다면 2007년 이전 세율을 적용받는 것입니다. 만약, 위의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2008년 감세 혜택을 100% 보는 것입니다.

이 정책의 효과를 앞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예로 돌아가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최근 3년 평균에 해당하는 각각 18조 원과 6조 원의 세전 이익을 거둔다고 가정해 보면, 2007년 이전 세율과 현행 세율의 차이는 각각 6천억 원과 2천억 원입니다.

[표3 : 2016 가상의 기준 과세액 산정]
 2016년 기준과세액 계산
 2016년 기준과세액 계산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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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성전자의 경우 6천억 원이 기준 과세액이 됩니다. 만약 청년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액이 3천억 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증가액이 3천억 원,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 증가액이 2천억 원이라고 하면 그 합계액이 8천억 원이고, 공제율 50%를 적용하면 공제세액이 4천억 원이 됩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대응하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2천억 원을 납부하게 됩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청년고용 증가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증가액, 하청업체 임금인상 증가액의 합이 4천억 원이었다고 가정하면, 공제율 50%를 적용하여 공제세액이 2천억 원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납부할 금액이 없게 됩니다. 

[표 4 : 개정된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적용결과 시뮬레이션]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뮬레이션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뮬레이션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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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도 선택 가능한 대안

이것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일까요? 삼성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대안1)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6천억 원을 부담하는데, 이것은 법인세율이 2007년 이전으로 원상회복 되었으면 납부할 금액입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정책에서 정한 것 이외의 비용 지출을 늘려서 세금지출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최고세율 22%를 고려하면 2조 7천억 원의 비용 지출을 늘린다고 하면(대안2) 세금증가액이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정부 정책에 따라 청년고용, 비정규직, 하청업체 임금인상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세금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대안2보다 1조 5천억 원 만큼 지출이 감소합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투자한 돈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로 이루어질 것이고 그 효과는 오롯이 삼성전자가 보게 됩니다.

[표5 : 삼성전자의 선택 가능한 대안별 효과 추정]
 삼성전자의 대응
 삼성전자의 대응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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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방향에 협조하여 청년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업체 임금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면 3년만 한시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용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청년고용, 비정규직, 중소기업 불균형 문제에 이 정도의 대안 제시는 해야

하지만 과세방안은 앞으로 발생할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안입니다. 사내유보금 과세도 아니고 이중과세도 아닙니다. 단지, 최경환 부총리가 2014년에 제안했던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당초 목표로 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 재설계를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청년고용과 비정규직 문제, 하청업체의 임금 인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의 대안은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홍순탁 시민기자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법인세 증세#대기업 증세#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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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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