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4월이 되면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그동안 빚은 갈등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드러나는 총선이 있고, 한 해의 가장 뜨거운 경기 중 하나인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대학가에서는 벚꽃 피는 계절을 맞아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는 20대의 추억을 장식할 MT 같은 행사가 있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4월에 겪을 수 있는 멋진 이벤트다. 그런데 좋은 추억으로 남아야 할 일들이 조금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총선과 야구 이야기는 접어놓고, 오늘은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말하는 20대 대학생이 보내는 축제와 MT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위 사진은 얼마 전에 한 인터넷 포털 메인 화면에서 읽은 기사에 실린 사진이다. 위 사진을 보면 과연 이 대학생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청색 테이프로 몸을 묶어놓고, 액땜으로 막걸리를 신입생들에게 들이붓는 장면이라고 한다. ……….
글쎄, 과연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 잘 모르겠다. 같은 20대라고 해도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 너무 다르니까. 저렇게 한 해의 액땜을 하는 행위라고 하여 청색 테이프로 학생들을 억지로 묶어놓고, 거기에다가 술을 붓거나 술로 때리는 장면은 어떻게 보아도 작은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
마치 우리가 영화에서나 본 학생들을 고문하는 한 장면이라고 말한다면 조금 과장된 걸까? 이 학교의 학생회장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똥군기 논란에서 대해 오해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더 신경을 쓰겠다는 사과의 말을 했다. 과연 학생 회장이 말한대로 이런 좋지 않은 문화는 개선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군기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그때마다 학생 회장과 학교 측은 '부분적으로 잘못이 있었다. 다음부터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시스템'과 함께 위와 같은 일을 벌이는 '사람'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을 모른다.
언제나 '다음부터 더 신경 써서 조심하겠다', '우리끼리 늘 벌이는 친해지기 위해서 벌이는 장난 같은 문화인데 조금 오해가 있었다' 등의 말로 공식 입장을 밝힌다. 그런데 그 말이 마치 '다음에는 들키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끼리 노는 문제인데 사회적 관심은 필요 없다' 등으로 해석되는 건 착각인 걸까?
이런 일을 주도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된다.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잊힐 때가 되면, 다시금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람은 처벌받거나 고쳐지지 않고, 제도 또한 바뀌지 않았으니까.
갑질 문화와 차별, 성적 지상주의, 학교 폭력. 세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모두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평범한 학생들은 과연 제대로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절대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켜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나는 언제나 이런 사건의 관계자가 늘 내놓는 해명인 '일부 학생들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그것은 '우리끼리 노는 문화인데, 적응하지 못하는 비정상인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로 들려서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고,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남보다 조금 더 가지고, 남보다 조금 더 위에 있으면 아랫사람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그런 가치관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비교를 당하면서 차별을 당하고, 낮아진 자존감을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 채우는 것은 이미 상당히 사람의 내부가 망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친해지기 위해서 한 장난, 한해 액땜을 위한 행동, 우리가 계속해온 우리의 문화. 그런 어린아이 같은 변명을 들으며 철없는 한 시절의 사건으로 넘어가기에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된 20대가 어떻게 이런 일을 멀쩡하게 벌일 수 있는 것인지.
대학 군기, 우리끼리 문화라면서 각종 범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도 하는 20대 학생들의 모습이 병든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알지 못한 것을 배우기 위해서 진학한 대학교에서 해마다 늘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것인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어쩌면, 대학교라는 곳 자체가 취업을 위한 관문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에서, 언제나 남과 비교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우위에 있는 것을 발견해 자존감을 채워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마음이 망가져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것은 아닌지 심각한 걱정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