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거리의 악사 김한주(48세)씨. 그의 노래 <잊은 적 없다>를 들으니 가슴이 턱 막혔다. 잠시 잊었던, 끝난 줄만 알았던 세월호 참사는 2년 전 상흔 그대로였다.
전남 여수에서 '세월호 촛불가수'로 불리는 그는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업을 이어가지만 2년째 변함없이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근까지 그가 작곡한 노래만 250곡이 넘었다. 세월호 관련 곡만 20여 곡을 만들었다.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시민사회, 노동, 문학 단체에서 그는 민중가수로 통한다.
2년째 진행된 '세월호 거리공연' 가보니
매주 4번째 토요일이면 여서동 수협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길거리 음악회가 열린다. 지난 주말인 26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세월호 사건,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잊지 말자고 시작한 음악회가 그동안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2개월을 쉬었지만 이제 다시 기운을 모아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섭니다." 페이스북에서 세례명 김디도로 활동 중인 그는 투쟁현장에서 느낀 영감으로 노래를 만든다. 최근에는 그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의 대사인 '정치란 무엇인가'를 노래로 만들어 페북에 공유중이다. 이날 게스트로는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애니 로리>와 <사랑으로>를 비롯 4곡을 연주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단장 정한수 목사는 "세월호 참사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진실이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늘 기도하고 열심히 투쟁해서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고 선체가 속히 인양되기를 바란다, 이 추운날씨에도 수고하신 여러분의 노고가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라이브송 무대로 <제발 진실을>을 부른 김한주씨의 멘트가 이어졌다.
"2년 동안 정부의 탄압으로 수많은 진실이 감춰졌지만 알게 모르게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제발 진실을 밝혀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우린 어떤 말을 할까요?"세월호 사고가 난후 성공회에서는 매일 촛불모임을 진행했다. 재작년 11월부터 박혜선씨의 제안으로 거리음악회가 2년째 진행중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노동당원들은 세월호 성역 없는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거리공연은 추모곡과 함께 노래, 시낭송으로 이어졌다. 펼침막에는 '4.16약속지킴이 10가지 약속'과 '깨어나라 시민들이여!'를 내걸었다. 이날 기자가 지켜본 공연은 전반적으로 썰렁했다. 바쁜 걸음으로 훌쩍 지나치는 사람들과 묵묵히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 중 눈시울을 적시는 이도 있었다. 공연은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면피용 청문회... "정부 포기한 지 오래다"
음악회 제안자 박혜선씨는 "세월호 촛불모임에서 시작됐다"면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별다른 능력이 없으니 노래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확대되길 기대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대한성공회 이우경 본회퍼는 "성경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라 했다"면서 "재작년 사고 후 매일했는데 일주일 단위로 가다가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행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외쳤는데 정부의 의지가 없으니 전혀 이루어진 게 없었다, 청문회도 면피용으로 마무리 짓기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여서 더 분노가 일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거리의 악사 김한주씨와 나눈 인터뷰다.
- 택배와 대리운전도 힘들 텐데 공연까지 하고 있다. "중간중간 힘든 과정이 많았다. 하지만 택배가 몰려도 공연은 똑같이 했다. 이후 작년에 업체가 바뀐 후 약간 시간적 여유가 있어 더 많은 곡을 만들었다."
- 세월호 관련 노래를 많이 썼다. 활동은 어떻게 하나."페이스북 활동을 한다. 페북에 김디도로 활동 중이다. 현장에서 느낀 영감을 통해 시인이나 이름 있는 글을 빌어 즉석에서 노래로 만든다. 현장에서 지금껏 250여 곡과 세월호 관련 20여곡을 썼다."
- 시민들이 관심을 안 가져준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나. "글쎄. 그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동참까지는 안하더라도 고민도 하고 연대도 한다.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을 변화시켜 큰 흐름을 만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오염된 사회다 보니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끊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어가고 있다."
- 시민들이 각성해야 할 점은 뭐라 보나."안전을 무시해 대형사고가 나더라도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되는 사회는 무섭다.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되면 세월호처럼 300~400명보다 더 작은 사고는 앞으로 무덤덤해진다. 따라서 진상이 밝혀지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 여당에서 '시체장사' 막말한 사람이 비례대표가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결국 바꿔야 할 대상이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는 포기한 지 오래다.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죽어도 이 모양인데 여기서 공연한다고 큰 변화가 오진 않는다. 잘못된 사회는 바로잡아야 한다. 삶이라는 게 돈에 대한 가치만으로 살 수 없다. 삶의 가치를 사람에게 두는 삶이 절실한 때다."
- 공연은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힘든 부분도 많지만 멤버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