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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영(尊影), 이건 '오타'가 아니다.

존영(尊影)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존명(尊命, 남의 명령을 높여 이르는 말)의 오타가 아니다. 미국의 록 그룹 '드림 시어터'의 베이시스트 존명(John Myung)의 오타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폴로 16호의 사령관이며 달에 아홉 번째로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우주비행사 존영(John Young)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존영, 높다, 우러러보다, 공경하다는 뜻의 한자어 존(尊)과 형상, 초상의 뜻을 가진 한자어 영(影)이 합쳐져 남의 사진이나 화상을 높여 이르는 말, 존영(尊影)이다. 난데없이 웬 한자어 풀이냐고? 지난 28일 새누리당 대구 선대위가 유승민, 유성걸 등 비박근혜계로 공천에서 밀려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대통령 존영(尊影)을 반납해달라'라며 공문을 보낸 일을 거론하기 위해서다.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인가, 아니면 종북인가

대통령 사진에 존영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서 익숙한 일이었다. 제5공화국 당시 <매일경제>는 전두환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우표에 대해 "전두환 대통령의 존영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당시 사용한 표현도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국가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는 할 수 있다. 서슬 퍼런 군사주의 시대가 아니었나.

그런데 지난 28일 새누리당이 이 녹슨 권위주의 산물을 꺼내들었다. 대통령의 사진을 두고 '존영(尊影)'이란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2020년을 목전에 둔 시대에, 권위주의 시대에나 쓰일 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이들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저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한편, 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벤치마킹'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나 발행되는 '국정교과서' 체제를 굳이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흉내 내려 한다. 이들이야말로 '종북세력'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보낸 공문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보낸 공문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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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 '프로이트의 말실수'?

말실수 한 번 했다고 뭐 그리 속 좁게 구냐고? 한 번이 아니다. 지난해 청와대 누리집의 한 꼭지에는 '대통령, 추석 계기 국군장병 격려 예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부사관 이하의 모든 국군장병들에게 격려 카드와 특별 간식을 '하사'할 예정입니다"라는 표현을 써 문제가 된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하사'라는 표현이었다. 하사의 사전적 정의는 '임금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준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지지난해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의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3번이나 사용했다. '각하' 역시 구시대적 언어로 김대중 정부 이후 대통령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대통령님'이 맞다.
 
백번 양보해 이들 모두가 새누리당 일부 구성원의 말실수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실수는 그들의 심리상태를 은연 중에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심리학에는 '프로이트의 말실수'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말실수'는 억압된 무의식이 의식에 개입해 남에게 감추고 싶은 생각을 본의 아니게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새누리당 구성원들의 거듭된 말실수는 바로 이 '프로이트의 말실수'라는 개념의 의미처럼 그들의 속마음을 부지불식간에 비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남몰래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의문스럽다.


태그:#새누리당 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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