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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는 2009년에 태어났습니다. 2016년, 바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죠.

잘 아시다시피 여성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고비를 겪습니다. 결혼할 때, 출산 후 복직할 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낼 때 등등입니다. 주변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해 휴직이나 퇴사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7세 때 쌍둥이 남매가 유치원을 마친 후 놀이터에서 놀 친구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은 유치원 외 학원으로 옮겨갔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들은 어느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나열한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겨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답니다. 중학교 1학년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함께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가게 된 거죠.

결국 아이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고 하신 선배는 퇴사하게 됐답니다. 몇 달이 지나 회사에 찾아온 선배님의 표정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대요. 직장을 그만두고 상실감에 빠진 본인의 처지도 힘들었고, 한 번 벌어진 엄마와 딸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너무 먼 앞날의 이야기를 한 건가요? 여하튼 워킹맘이 가장 퇴사율이 높은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을 두고 요즈음 저는 아이들의 초등학교 1학년 준비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미리 준비해두지 않고 학교생활 1~2년을 아이들이 불안하게 보낸다면 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아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사실은 말은 이렇게 해도 저는 가정주부나 아이들 매니저로서 만은 살아갈 수 없는 성격이라 계속 회사에 다닐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저희 가정은 반드시 부부 둘이 벌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구조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콕 집어 친구들과 잘 못 지낸다거나, 선생님께 문제아로 찍힌다거나,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낮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과 회사일 사이에서 이도 저도 집중하지 못하는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겠죠.

집에서는 회사일이 잘 안 풀리니 늘 표정이 어둡고 회사에서는 또 아이들이 눈에 밟히니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아, 그건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아마 당장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제2의 직업에 대해 준비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는 건, 아시다시피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또 내가 너희들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억울한 마음이 떠나지 않아 아이들과 저의 사이는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나저러나 어쨌거나 저는 회사에 붙어있어야 가정에도 아이들에게도 좋을 겁니다.

사실 지네들(아이들)의 인생이죠. 제가 관리한다고 뭐 엄청나게 달라지겠습니까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학부형으로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우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손 놓고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며 모른 척하면서 엄마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챙기는 학교생활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면서 매일 아이들의 학습내용을 기록하는 육아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입학을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공부보다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가 우선인데요.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지낸다거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다거나, 동네에서 인사를 잘한다는 등의 내용은 막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이미 7세 이상이 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의 학업 성취도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니까요.

아이들이 커서 공부로 먹고사는 일을 할지 어떤 일을 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른들의 말씀이나 제 짧은 경험을 가지고 판단하건대, 적당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만큼 편한 게 없습니다. 저 역시 어릴 때는 인정하지 않던 어른의 말씀을, 마흔이 된 이제야 맞다고 인정하는 셈입니다.

기술직일 수도 있고 사무직일 수도 있고 업종의 종류는 한계 지을 수 없겠습니다만, 자영업 또는 재주를 팔아 밥벌이를 하는 일은 조직에 속해서 날짜가 지나면 월급을 받는 직장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더군요. 그런 사례를 주위에서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하나같이 어른들은 공부를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됐고, 저 역시 그 잔소리의 대열에 서게 됐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아이의 체력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갖춰야 하는 네 가지 요소 중에 저희 집은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나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바로 초등학교 입학 전 간단한 엄마표 학습을 기록하는 육아일기를 써보자는 것이었죠.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의 저변에는 제가 학습에 관한한 욕심도 많고 여전히 공부에 대한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공부뿐만 아니라 저의 공부에도 여전히 욕심이 있거든요.

학창시절 저는 모범생의 테두리 속에 있으면서도 결코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잘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능 재수, 4년 만에 복수전공, 회사를 다니며 매해 자격증 한 개씩 총 8개, 그리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공부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늘 넉넉지 않았던 가정형편 때문에 저희 엄마는 제가 대학생 때 남동생의 과외비를 위해 인근 학교에 급식조리원으로 다니기도 하셨고, 상품 권유 텔레마케터도 수 년간 하셨어요. 당시 엄마의 고생은 부끄럽기도 안쓰럽기도 그리고 저를 더욱 억척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고액의 입시 전용 보습학원을 다니겠다, 재수 때 과감히 다니던 학교를 포기하고 재수 종합반을 하겠다고 엄마께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이면에는 정말 원하던 대학의 학과는 도저히 입학이 힘들 것 같다는 좌절감과 어려웠던 가정형편이 골고루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이라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일련의 과정과 글들을 기록한 결과 제가 못한 일을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욕심을 반영하게 되더군요.

어느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저도 제 아이들이 저처럼 자라기를 원치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보다 더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고쳐서 습득시키고 싶은 거죠. 많건 적건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각종 간접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모두 다 매한가지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일찍부터 제가 보고 배운 테두리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 저라는 혹은 부모라는 한계 속에서 더 크게 자라지 못할 것 같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혹시 아이들이 지금 보고 있는 엄마 아빠의 길이 최선이라 여길까 두렵습니다.

저나 남편이 답답하리만치 모범적인 부모님을 보고 그렇게 자랐듯이 저희 아이들도 부족함이 가득한 부모인 저희를 보고 자라고 있으니까요.

가끔은 '이만하면 내가 어때서!'라는 마음이 생겨 아이들 모두 저만큼만 아니, 욕심을 부려 남편만큼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합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께 저나 제 남편은 알아서 제 앞가림을 한 괜찮은 자식들이었다고 자부하고 있거든요.

나만은 아니라고 외쳐도 결국 저는 아이들을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모범생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고 다그치겠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지만 아이가 성인이 돼 하고 싶은 일을 합리적으로 발견할 때까지는 우선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교육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의 상태와 성취 정도를 지켜봤다는 것을 기록했습니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니까요.

아직은 이것저것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지만 무사히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7세 기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작은 노력들이 학원 같은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나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죠.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부분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재미없었다는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공부할 때 혼내거나 짜증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는 시간에 비해 공부하는 시간을 아이들이 썩 반기지는 않습니다만 막상 시작한 뒤에는 비교적 열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좀 많은 분량을 소화해내는 근성도 생기고 있고요.

또 단순 반복이 아니라 기본 원리의 이해를 위해 꾸준히 복습을 염두에 두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저의 욕심에 의해 진도를 선정하고 얼만큼을 배워냈는지 측정하기보다 아이가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 좀 더 신경 쓸 생각입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가면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는 옆에서 <수학의 정석>을 풀겠다고 나설 만큼 극성 엄마임에 분명합니다. 아이가 공부하는데 엄마가 잘 수 없다, 가짜로 공부하는 척할 수 없다, 같이 공부해주겠다 뭐 이런 결심에 따른 잘못된 실천이겠죠(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정말 싫어할겁니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계속해서 회사를 다녀야 합니다. 물론 우리 가정의 생계를 위해서 또 저만의 삶을 위해서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일은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아이는 엄마의 끌어당김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제가 계속 간섭할 테니까요.

쌍둥이 남매의 학습과정에 대한 육아일기는 제가 가진 미련과 욕심과 콤플렉스로 시작한 일이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다짐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워킹맘의 자녀로 초등학교 1학년의 한 달을 무사히 보내게 도와준 도우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엄마의 관심일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초등입학,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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