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수능 공부를 하면서 목이 급히 아팠다. 수능 시험 코 앞이라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한의원에서 침 몇 대 맞고 버텼다. 시험이 끝나고 몸 전체 긴장이 풀렸지만, 통증은 가시질 않았다. 부산지역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수개월 침을 맞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추나요법이라는 시술을 거금을 들여서 몇 차례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혹시나 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정형외과를 간 적도 있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처음에는 거북목이라고 하며 꾸준한 물리치료와 주사 치료 병행하면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돈을 들여서 치료를 꾸준히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아 통증을 내버려두고 수년간 살았다.
그러나 2013년 군대 가기 전에는 몸이 아프면 안 되니깐 다시 한 번 정형외과를 찾았다. 목 통증을 해결하지 않으면 군대 가면 고생할 것 같아서 정형외과에 갔는데 의사가 목 디스크가 있다고 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내가 아픈 쪽은 오른쪽인데 왼쪽에 디스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의사 말에 혹해서 거금 20만 원 하는 통증 완화 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다. 조금 효과 있었지만, 목은 다시 아파졌다. 군 생활 동안에 목 통증은 나를 괴롭히는 선임보다 짜증 나는 괴물이었다.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을 만나다
2016년 군대 전역 후에도 목 통증은 여전했다. 하지만 더는 내버려두면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인터넷에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 그중에 허리나 목 근육 통증을 디스크라고 과장하여 환자들에게 비싼 돈을 요구하는 의사를 비판하는 의사가 쓴 책을 발견했다. 황윤권의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디스크 판정 내리며 비싼 돈 주고 CT, MRI 사진을 찍자는 의사들을 비판하며 모든 통증은 굳어진 근육으로 인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지 않은 자세를 반복하거나 오랫동안 굳어진 태도 때문에 허리, 어깨, 목 등이 굳어진다고 한다.
저자는 굳어진 근육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돌과 나무 등으로 통증이 심한 부위를 두드리라고 한다. 의사가 통증을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저자가 말하는 방식 대로 한 달째 실천하고 있는데 변화가 있다. 물론 10년간 묵혀둔 통증이라 한 달 만에 완치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도움 된다. 적어도 내가 어디 아픈지 정확히 알게 되었고 굳어진 목을 끊임없이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료를 위해 비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통증에 필요한 것은 통증과 이별하겠다는 의지만 충만하면 된다.
병원에 가면 환자가 어떻게 불편한지 이야기도 듣지 않고 CT, MRI 등 사진부터 찍고 보자고는 것이 현대 정형외과 의사의 현실이다. 황윤권의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은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스스로 치료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 의사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는 책으로 널리 읽히길 바란다.
"100년 뒤에는 허리 디스크나 목 디스크 따위는 병명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중략) 그리고 100년 뒤에는 모든 의사가 기본적으로 환자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입으로 설명하고 환자보다 낮은 자세로 진찰하고 치료해서 '명의'라는 특별한 의사들이 없는 세상이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