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 "만우절 허위·장난 전화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만우절인 1일 허위·장난 전화가 잇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며 여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상황실 근무를 섰던 강원도소방본부 직원 김모씨는 "만우절 장난전화는 이제 옛말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강원지역에서는 만우절 119 허위 신고가 3년 연속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예전의 만우절 문화는 거의 사라진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112나 119에 장난이나 허위 전화를 걸어 경찰력과 소방력을 낭비하는 만우절 징크스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찰과 소방본부가 형사 책임뿐 아니라 민사소송도 불사하는 등 대응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단순 민원 신고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만우절 허위·장난전화 전국에서 단 3건
1일 전국 경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112에 접수된 허위·장난전화는 2건이다. 119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여자친구와 다투고서 "여자친구가 납치된 것 같다"고 한 신고, 입원한 친구가 면회를 받아주지 않자 "내가 사람을 흉기로 찔렀다"고 한 112 신고가 있었지만, 만우절과 직접 관련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 남성이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있는 자신의 친구 집에 불이 났다며 119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친구로부터 "우리 집에 불이 났으니 대신 신고를 해달라"는 만우절 장난 전화를 받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신고 장소로 소방차를 6대나 출동시켰으나 확인 결과 허위 신고로 드러났다.
만우절 112 허위·장난 전화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1년 67건, 2012년 37건, 2013년 31건, 2014년 6건, 지난해는 3건이었다.
통계수치가 말해 주듯이 만우절 112 허위·장난 전화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된 셈이다.
만우절뿐 아니라 연중 112 허위 신고 자체도 감소 추세다.
112 허위 신고는 2012년 1만465건, 2013년 7천504건, 2014년 2천350건, 지난해 2천927건 등이다.
만우절 119 허위 신고도 크게 줄었다.
인천, 충북, 대전, 부산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단 1건의 허위·장난전화도 접수되지 않았다.
전남과 강원은 만우절 119 허위 신고가 3년 연속 단 한 건도 없었다.
◇ 1년간 6천170차례 허위신고…민·형사 강력한 대응
만우절 등 장난·허위 전화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형사 책임뿐 아니라 민사소송도 불사하는 등 대응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형법 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는 위계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에도 범죄 또는 재해의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한다.
경찰력·소방력 낭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신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남 진주에서는 1년간 무려 6천170차례 112 허위 신고한 50대 여성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 여성은 하루에 많게는 140여 차례 112에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했다.
충북 영동에서는 지난해 술에 취해 112와 119에 허위를 일삼은 50대 남성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됐다. 즉결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4명이나 된다.
광주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위치 추적을 통해 허위 신고자를 특정해 강력히 처벌하는 사례가 늘면서 허위·장난전화가 크게 줄었다"며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한 것도 한몫을 한다"고 분석했다.
◇ "죽은 동물 치워달라" 단순 민원 신고는 '여전'
만우절 허위·장난 신고는 민·형사상 강력한 대응 덕에 자취를 감췄지만 단순 민원 신고는 여전하다.
'죽은 동물을 치워달라',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해 달라', '장기 방치된 오토바이 수거하라' 등이다.
심지어 현금 자동인출기에서 삽입한 현금카드가 나오지 않아 이를 꺼내달라는 신고도 112나 119에 접수된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장난 전화를 추적해 엄중히 처벌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허위 신고가 크게 줄었다"며 "반면 다른 기관에서 처리해야 할 단순 민원 처리 신고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장난전화나 단순 민원 신고로 공권력이 낭비되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임기창·오태인·장아름·김진방·손현규·김소연·고성식·김근주·김형우·오수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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