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며 지하철, KTX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분위, 성적 미달, 9학기 이상, 정보 부족 등등 여러 이유로 국가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58.3%나 된다. 게다가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 중에서도 등록금 액수의 반값을 혜택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세청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70% 가량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정책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조금만 따져보아도 박근혜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4.13 총선 대학생 참여 네크워크 'MOVE(무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 반값등록금을 받지 못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첫번째 순서로 서울문화예술대학교 2학년 재학중인 김현모(가명)님을 서울 광진구 건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집이 월 소득인정액이 600만원? 진짜 너무 황당하다"
- 성함, 학교, 학년 등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이름은 김현모(21살, 가명)입니다. 학교는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라는 사이버 대학교의 15학번입니다."
- 이렇게 사연을 공개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인터뷰에 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연히 페이스북 페이지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거 보자마자 빨리 써야 겠다, 정말 알리고 싶다, 이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소득분위가 6분위 책정되어서 황당해서 사연을 신청했습니다. 주변 친구들 보면 저보다 잘살아도 국가장학금을 200만 원씩 받고 있는게 너무 억울하더구요. 사연 신청하고 운영자분의 인터뷰 제안이 들어와서 응하게 되었습니다."
- 등록금은 얼마 내시나요?"저희학교는 신청한 만큼 등록금을 내기 때문에 230만 원 정도 납부했고, 국가장학금으로 60만 원 정도 돌려 받게 됩니다."
-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아래 반값등록금 대숲)'에서 사연을 읽어보았는데요. 다시 한번 가정 형편에 대한 사연을 설명해주시겠어요?"저는 15학번입니다. 작년에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있는지 몰라서 신청을 못했고, 올해는 알게 되어서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소득분위가 6분위로 책정이 되었더라구요. 제가 궁금해서 소득분위 산정기준을 찾아봤거든요. 월 소득인정액이 600만 원 가량하는데 정말 황당하더라구요.
저희 집은 아버지는 농사를 작게 지으시면서 일용직 건축일을 하세요. 최근에는 거의 한 달넘게 쉬고 계세요. 어머니는 아파트 경리를 하시면서 월 90만 원 정도를 받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수입이 부족해서 부모님이 강원도 홍천에서 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크지 않게 농사를 지으세요.
처음에는 반값등록금 대숲에 올렸듯이 20년 된 트럭 때문에 그런 줄 알았어요. 1톤 트럭이거든요. 20년 되서 상당히 오래된 차량인데 굴러가긴 하거든요. 새로 살 돈도 없고 해서 그냥 쓰고 있죠. 아무튼 제가 그 뒤로 부모님이랑 조금 이야기를 나눴어요.
집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시골에 땅이랑 집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땅은 그리 넓지 않고, 집은 그냥 보통 시골집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할머니 집이 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어요. 할머니 집은 특히 더 낡았거든요. 정말 억울한게 저희 큰아버지들이 도박으로 날려버릴까 봐 저희집으로 명의를 넣은 것이거든요.
저희 집이 빚이 있었는데 올해 그걸 갚는다고 땅을 많이 팔았어요. 그러니 농사도 규모가 많이 줄었어요. 올해는 정말 사정이 많이 어렵죠. 소득분위 책정하면서 집집마다 사연을 다 알수 없는 건 이해가 되긴 되는데요. 저희보다 잘살아도 더 많이 받는 걸 보면 좀 황당하고 억울하죠."
- 국가장학금은 얼마나 받으시나요?"60만원 정도 받습니다."
- 학자금 대출을 받으시나요?"아니요."
- 15학번이면 올해는 2학년인데 작년에는 어떻게 하셨나요?"작년에는 국가장학금이라는 제도를 몰라서 받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작년에는 사정이 조금 괜찮았아요. 땅도 있었으니까요. 올해는 할머니께서 쓰러지셔서 요양원에 계시거든요. 그리고 아버지도 일을 못하시고 그러다 보니까, 올해는 학교 못 다니고 알바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할 수도 있었죠.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국가장학금 제도를 알게 되서 급한불은 끄게 되었죠."
"등록금도 부담스러운데, 용돈은 꿈도 못 꾸죠"- 평소 본인의 삶은 어떤가요?(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한다거나 등등)"등록금도 부담스러운데, 용돈은 꿈도 못 꾸죠. 이모네 집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그래서 보증금, 월세 같은 주거비용이 들지 않아서 참 다행이죠. 지금 인터뷰하러 나올 때도 돈이 없어서 이모 카드를 얻어가지고 왔어요. 평소에는 알바 해서 생활비를 벌고 있어요. 최근에는 호텔 서빙 알바를 하고 있어요. 일일알바 형식으로 구해서 하는 것인데요. 일이 엄청 험한 건 아닌데 안정적이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 알바를 많이 해보셨나봐요?"네. 이것저것 많이 해봤어요. 택배 알바도 해봤는데요. 일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10만 원 넘게 받아도 너무 조금 받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의점 알바가 안정적이라 하고 싶은데 제가 6월에 군대 간다고 해서 잘 안 뽑으려고 해서 못하고 있어요."
- 예술계열 학과인데 재료비는 어떻게 하시나요?"이게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딱히 지원이 있지 않아요. 이번 학기에 회화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아크릴이랑 수채 물감을 구입하는 데 25만 원이 들었어요. 게다가 유화를 사야 되는데 유화는 특히 더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캔버스 같은 것도 계속 사야 되는데 그것도 좀 부담되죠. 재료비 때문에 알바도 많이 하고 있어요."
-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정부는 반값등록금이라고 홍보하고 다니는데 조금 어이가 없죠. 못해도 3분의 1 정도만 하고 반값등록금 완성했다고 하면 이해는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고 하는 것) 가식인 거 같아요."
- 앞으로 어떤방향으로 등록금 정책이 진행되면 좋겠나요?"잘사는 친구들은 적게주고, 못하는 친구들은 많이주고 그러는데 차별하지 않고 다 똑같이 2분의 1씩 주었으면 좋겠어요. 하다못해 3분의 1정도라도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부가 약속한 반값등록금은 부담을 반값으로 줄인다는 정책이다. 시민사회와 대학생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반값등록금은 등록금 액수는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이었다. 반값등록금이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등록금 액수는 반으로 줄지 않았으며, 부담도 전혀 반으로 줄지 않았다. 끝으로 김현모(가명)님의 사연 마지막 구절로 글을 정리하려고 한다.
"제 주변에 세련된 자동차 타고 다니는 집안 사람들은 200만, 300만을 받는다는 게 억울합니다. 저 너무 억울하네요. 제가 금수저 은수저를 바라는것도 아니고 걱정 없이 대학생활 하고 싶은데 이건 뭐 플라스틱 수저도 못 물게 하는 나라. 참 더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