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의 꽃 소식을 SNS와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접했던 터라 기대감이 높았다(
참고 꽃샘추위에 맨발로 입수... 이런맛 이군요). 봄소식을 만날 수 있는 종주가 되리라 기대하며 불티고개로 이동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불티고개에서 집결하여 이동했다.
불티재, 불턱고개, 불뚝고개, 불치 라는 많은 이름으로 불리운다. 산을 의미하는 '불'의 고형어인 '붇'과 고개를 의미하는 티가 불티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전시민들의 많은 분은 다소 생경하게만 들리는 지명이다.
종주에 함께하는 월평공원 갑천생태해설가 선생님들도 4할 이상은 불티고개를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 고개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게다. 왕복 8차선 대로가 나면서 그냥 지나가는 낮은 언덕쯤 일 뿐 의미가 없는 장소가 됐다. 불티고개는 작은 공영주차장이 있어 이후 종주의 집결지로 이용할 예정이다.
각설하고, 기대감이 부푼 종주를 출발했다. 지난번 종점부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했다. 역시 지천에는 꽃천지였다. 우리나라 꽃은 어쩌면 이렇게 작은지 눈에 담기도 아쉬울 정도다. 봄까치꽃, 냉이꽃, 꽃다지, 꽃마리, 민들레 야생화 들이 지천에 깔렸다. 천변에 쌀을 티우기 시작한 버드나무는 꽃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하천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보였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 새롭게 하천변에 식재된 나무도 만났다. 하천해설가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나무였다. 어쩔 수 없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이름을 알아냈다. 식목일을 즈음해 식재된 호두나무라고 한다.
주민의 이야기에 해설가 선생님들은 모두 아~~~ 그럴 것으로 추정했다는 듯 소리쳤다. 제방에 심어진 호두나무가 몇 년 후 다시 찾았을 때 거목으로 성장해 있기를 바란다.
늘봄쉼터에서 신양리까지 네 번째 구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매번 고속도로 내에서만 잠시 들르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면을 보았다. 갑천변에 위치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구간이라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 변에 설치된 펜스가 눈에 띤 것이다. 안내 푯말에는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라고 쓰여 있었다.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 접근하여 로드킬을 방지하려고 설치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모습을 보니 로드킬 방지가 될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일부 구간은 파손된 곳이 있어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또한 너무 눈에 띄지 않았다. 수풀이 우거져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고라니나 너구리 등은 팬스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돌진하다 부상을 당할 수 있어 보였다.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고라니 정도라면 이 정도는 쉽게 뛰어 넘을 수 있을 높이였다.
고속도로가 있을 것을 예상 할 수 없는 고라니라면 언제든지 지나갈 것이다.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관리와 야생동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설치가 절실해 보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종주 후 한국도로공사에 민원을 제기 해 놓은 상태다.
고속도로의 이면을 확인하고 이동 중 진짜 하천의 모습을 확인했다.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의 배설물을 확인한 것이다. 수달 배설물이 있는 장소는 정기적으로 배설하는 화장실로 보였다. 많은 배설물들과 흔적들이 주변에 있었다. 생선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고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똥을 보고 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엇인가 귀한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착각할 것이 분명했다.
천변을 이동하다 눈에 띄는 나무도 확인했다. 층층나무란다. 같은 높이에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층이 진거처럼 자란다고 하여 층층나무다. 함께한 해설사 선생님들이 아니면 그냥 지나쳤을 나무이다. 어린 나무의 붉은색의 나무 피와 층층이 자라기 시작하는 형태가 참 자연이라는 생각에 머무른다.
입이 떨어져 나가 아직 새싹이 돋지 않는 싸리나무는 빗자루를 연상케 했다. 당장에라도 빗자루를 만들어 마당을 쓸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예전 같으면 마을 주면에 싸리나무라 반듯이 베어졌을지 모를 나무가 갑천변에서 홀로 자라고 있었다.
신양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아버지와 아들나무처럼 자란 느티나무를 만났다. 느티나무를 만났으니 잠시 쉬는 것은 하천종주에 기본이다. 마을에 당산나무처럼 자란 느티나무는 늘 넓은 그들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한다.
느티나무 옆에는 돌무더기가 쌓여 있던 흔적이 있었다. 아들나무처럼 보였던 느티가 돌무더기에서 자라고 있다. 과거를 추측컨대 과거 당산제를 지냈던 돌탑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상상에 나래를 펴본다. 많은 주민들이 흥겹게 당산제를 하던 모습을….
이번 종주에 대미를 장식해줄 것이라 기해했던 남개연은 만날 수 없었다. 신양리는 갑천유역에서 제일 먼저 남개연이 확인 된 곳이다. 때문에 신양리 마을 입구에는 남개연에 대한 푯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입이 자라고 꽃이 피기에는 아직은 이른 시기라서 확인 할 수는 없었다. 다시 오리라는 눈도장을 새기며 남개연의 아쉬움을 달랬다.
앞으로도 종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지리산, 설악산이 아닌 갑천 종주는 참 다른 매력이 있다. 마을을 지나고, 생명을 지나고, 물길을 지난다. 4월 종주를 마친지 하루가 지났다. 벌써부터 5월의 종주가 기다려진다(참고 :
하천의 매력을 찾는 갑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