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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경제 동화' 출간 시도기
나의 '경제 동화' 출간 시도기 ⓒ pexels

1년 여의 시간 동안 동화를 썼습니다. 총 45꼭지, 3부로 구성된 '경제 동화'입니다. 냉정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온 가족을 독자로 생각해 쉬운 내용으로 꾸몄습니다.

동화의 각 꼭지에는 경제 용어가 하나씩 등장합니다. 평소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용어를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경제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꼭지씩 완성해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꼭지가 기사로 채택됐을 때의 그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동화를 다 완성한 듯 기뻤습니다.

6월 한 달간 총 15회의 원고를 썼습니다. 이틀에 한 꼭지씩 쓴 셈입니다. 글의 분량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이틀에 한 꼭지씩 썼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합니다.

<오마이뉴스>에 한 꼭지 한 꼭지 제 글이 쌓여갈 때마다 글 쓰는 즐거움도 커져갔습니다. 아울러 제 꿈도 커져갔습니다.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보고 싶어 온 종일 글쓰기에 매달렸습니다.

글의 영감(?)이 종종 새벽녘에 떠오른 탓에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습니다. 불 켜기가 귀찮을 때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새 연재 횟수가 15회에 이르렀습니다. 애초에 목표한 분량에 도달한 것입니다.

큰 뜻 품고 출판사에 원고 넣었지만

처음의 목표를 이루고 나니 보다 큰 욕심이 생겼습니다.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책으로 내려면 내용이 좀 더 많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기존 꼭지의 중간 중간에 새로운 꼭지를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이를 다시 수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해가 바뀌었습니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총 45꼭지의 원고가 완성됐습니다. 원고가 마무리되자마자 서둘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출간하고 싶었거든요. 단 하루라도 빨리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제 원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한다는 심정으로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여러 곳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워낙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터라 그 중 어느 한 곳에서는 꼭 연락이 올 줄 알았습니다. 출판사의 답을 기다리는 동안 저자 서문도 미리 준비했습니다. 저자 서문을 쓰는 틈틈이 다음번에 낼 책에 대한 구상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 원고를 받아주는 출판사는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출판사들의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요즘 출판시장이 어렵거든요. 어려운 경제를 동화로 쉽게 풀어내는 콘셉트는 좋은데,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출판사들의 말인 즉, '책이 잘 팔릴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분야의 다른 책들에 비해 경쟁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슬픈 얘기지만 명색이 '경제 동화'가 상품으로서 '경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출판사의 말이 충분히 공감됐습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무명의 작가가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건드렸으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꽤 난감했을 것입니다. 글의 내용이 어떠하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모든 출판사들이 난색을 표하는 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실의 벽에 막힌 저는 동화책을 내겠다는 욕심을 접었습니다. 동화책을 낼만한 자격이 많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간을 통해 동화작가가 되겠다는 저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겉으로 보자면 지난 시간 동안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습니다. 하지만 실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몇 가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남긴 것

우선,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 나오면 많은 독자들이 내 책을 읽게 될 거야. 그 중 어떤 독자는 내 글에 공감해 고개를 끄덕이겠지...'

이런 상상을 하는 동안 저는 잠시나마 현실의 어려움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어떤 일을 끝까지 해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을 경험했습니다. 45꼭지의 원고를 완성했을 때 가슴속에 꽉 차오르던,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 느낌, 그 기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쓰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려'라는 좋은 말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제 동화의 주제는 '배려'입니다. 동화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따뜻한 자본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자본주의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배려'라고 말합니다.

비록 '배려'를 제 삶속에 녹여 들이지는 못했지만, 1년이란 시간 동안 '배려'란 말을 머릿속에 담고 살면서 이 말이 가진 놀라운 힘에 대해서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배려'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제가 따뜻한 자본주의를 이루는 방법으로 배려를 내세우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습니다. 제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누리집의 학급마당을 보던 중 '배려, 그 위대한 힘을 믿으며'라는 문구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별 느낌이 없던 이 말이 경제 동화를 구상하는 동안 아주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1년이란 시간을 원고 준비에 쏟을 수 있었던 것도 배려의 힘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동화작가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배려, 그 위대한 힘을 믿으며'라는 급훈을 내걸고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셨던 제주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의미 있는 1년을 보냈습니다."

☞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동화> 보러가기


#배려#동화작가#경제동화#동화출간#동화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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