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는 정말 한국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각종 안전 정책들을 쏟아내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안전의 문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현장과 지역에서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싸움들을 하고 있는지 짚어보았다.... 기자말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8월 대통령은 "국가 안전대진단과 안전투자 확대, 안전산업 육성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대한민국을 구현해야 한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형성된 국민들의 불안감과 안전에 대한 욕구를 안전산업육성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 3월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이는 여전히 정부 안전 정책의 가장 주요한 줄기가 되고 있다.
위험한 곳을 찾아라! 안전산업이 지켜줄 거야정부가 2015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국가안전대진단 결과도 안전산업과 적극 연결하려 시도하고 있다. 올해도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이름으로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사회 전 분야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그런데, 이런 대진단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대진단을 통해 발굴된 보수·보강 수요를 빨리 안전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진단장비가 필요하다면 R&D 사업과 연계하여 신산업을 창출하겠다고 한다. 작년에도 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안전투자 수요를 발굴, 재정 투자를 확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등이 안전 투자가 부족하거나, 첨단 장비를 사용한 위험 진단이 안 돼서 발생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참사의 주요 원인은 눈에 보이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규제하지 않은 것이었다. 정말 원인을 못 찾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안전은 첨단 기술이 지켜주나요?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과 첨단 기술을 연결 시키는 기사가 최근 부쩍 자주 등장한다. 이런 첨단 기술의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소방 웨어러블 기기, 국민안전 로봇, 안전 감지센서, 재난대응현장 무인기, 드론을 활용한 산업단지 재난 대응, 인공지능(AI) 등이 모두 입길에 오르내린다. 각 지자체는 서로 관련 산업 공단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마치 이런 기술이 안전하고 행복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 국민을 현혹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안전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동화로 인적오류를 없애 사고를 줄이겠다는 전통적인 안전 패러다임은 실패했다.(박상은,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의 체계에서 발생하는 사고일수록, 사고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고 그 돌파구를 기술에서 발견하려는 시도로는 안전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내포한다.
국민 생활안전 인프라는 CCTV?국민안전처의 2016년 예산은 3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예산을 발표할 당시, 국민안전처는 국민 생활안전 인프라 확충 및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역점을 두었다고 자랑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도시공원 등 전국 3306개소에 CCTV설치를 지원하는데, 346억 원을 사용하겠단다.
CCTV 산업 지원은 이런 직접 투자뿐 아니라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이루어진다. 2015년 12월, 정부는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현재 41만 화소 이상의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 화소수를 130만 화소로 상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450만대의 민간 CCTV와 700만대의 차량용 블랙박스가 정부의 관리·감독 밖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어 개인 정보유출 등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정부의 CCTV 산업 지원은 '안전한 사회' 대신 '감시와 치안 사회'를 만드는 데 활용될 뿐 아니라, 대기업 배불리기에 이용된다. 2013년 기준으로 CCTV 등 물리보안 산업은 국내 시장이 1.2조원이 넘고, 이 중 85%를 에스원, KT텔레캅 등 3대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점점 더 커지는 민간 보험 시장정부는 또 '재난의무보험 가입 확대'도 추진한다. 위험부담을 사전에 잘게 쪼개 대비하는 '보험' 방식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예전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 재난으로 인한 손실을 평가하고 배상하는 것이 이제는 모두 민간 보험업계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당연히 환영한다.
정부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2016년 12월부터는 재난의 무보험 가입을 확대하도록 했는데, 법 개정 과정과 포괄적 재난보험 상품 개발을 보험업계와 함께 해왔다. 국민안전처는 2015년부터 보험업계와 업무협약을 맺어 보험요율·위험률 산출 및 통계 관리, 보험 대상물건의 안전 진단, 위험분산 연구 등을 함께하고 그 결과 경마장, 박물관, 미술관, 전시시설 등까지 의무 보험 가입 대상을 늘리는 법 개정에 성공했다.
안전산업활성화방안 발표 초기부터 정부는 '주요선진국은 민간의 자율 규제가 중심이 되나, 국내의 경우 재난·안전이 공공의 역할로 인식되고 있어, 정부에 대한 시장 의존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 재난과 안전이 공공의 역할이 아니라면 대체 공공의 역할에는 무엇이 남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