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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책은 알지 못했던 지식, 지혜를 배우는 동시에 저자와 독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소통의 매개체다. 책을 통해서 어떤 기업의 최고 경영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몇 백만 원이 넘는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에 대답하며 대화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개인 블로그 같은 공간에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우연히 저자가 블로그를 통해 읽고 작은 인사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았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의 고수리 작가와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정말 멋진 인연이다!

책은 멋진 만남의 계기가 되어주고, 소통의 계기가 되어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높은 벽을 허물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책 읽기는 우리에게 좋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읽지 않는 사람은 더 안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항상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책 읽기가 좋은 건 알지만 정말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조금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작은 책 읽기 모임, 동네 책방 등의 풀뿌리 책 읽기 공간의 탄생이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펄북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펄북스 ⓒ 노지현

오늘 소개할 책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그런 현상 중 하나로 일본에서 번진 동네 도서관의 이야기다. 동네 도서관은 시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다. 개인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책을 모으고, 책장을 만들어서 기존의 조용한 도서관에서 벗어나 사람과 소통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든다.

저자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배움을 나눌 기회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번듯한 장소가 없어 고민했지만, '도모히로 유이치'이라는 사람과 만나면서 그냥 시작해볼 용기를 얻었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지속 가능한 배움을 나누는 새로운 '학연'을 만드는 동네도서관의 꿈은 그렇게 시작했다.

책을 통해 저자가 사람들과 함께 동네도서관 1호점을 여는 모습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저자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 뜻을 표하자 지지하는 사람이 한 명 생겨났고, 함께 일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사람이 찾아오는 우연이 가져다  준 인연과 기회가 정말 대단했다. 이것이 실천이 가진 힘인 것 같았다.

동'네도서관은 사람의 힘을 믿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활동이다. 자신이 먼저 용기 내어 첫걸음을 떼면 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긴다. 일단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등을 밀어준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많은 동네도서관이 있다. 전부 개인이 시작했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바로 '동네도서관'이다.' (본문 63)

책을 매개로 하면 지위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을 사람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 또한, 서로 배움을 나누는 일인 만큼 상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동네도서관은 요즘처럼 서로 간의 소통이 줄어든 시기에 사람을 끌어당겼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 펄북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저자가 처음으로 동네도서관을 세우는 과정을 시작으로 하루하루 나무처럼 커가는 동네도서관이 숲을 이루는 모습을 읽어볼 수 있다. 대학 병원, 치과, 절, 자연 속에서 세워지는 동네도서관은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며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도서관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정숙한 공간에서 모두 조심스럽게 책을 넘기는 공간이다. 아마 요즘에는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서 공기가 지나치게 무거운 공간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네도서관은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책을 통한 소통이 중심이 된다.

여러 동네도서관 사례 중에서 개인적으로 라이브 연주 밴드가 참가해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히비야 도서 문화관 이벤트가 기억에 남는다. 도서관은 어떤 이미지를 가져야 하는지 따지기보다 도서관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동네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현재 우리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가진 책 읽기 모임이나 동네 책방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수 요조가 연 동네 책방이 아닐까. 그녀의 동네 책방 또한 크게 보면 동네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아디오스 님은 '문화공간 두잇'이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끼리 모여서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라는 이야기 모임을 운영하는 강동훈씨도 책과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는 늘 우리와 떨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책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아직 우리에게 '동네도서관'이라는 것은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큰 의미로서 동네도서관 범주에 넣을 수 있는 동네 책방, 책 읽기 모임은 손가락 소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책을 읽으면서 만난 동네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연, 동네도서관을 운영하며 '사람'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동네도서관을 통해 책과 사람을 만나는 곳을 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카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맛있게 익는 과정이 필요하다. 커다란 냄비에 효모균을 넣어 발효시키면 맛있게 바뀌는 것들이 많다. 전통주가 그렇고 낫토, 된장이 그렇다. 우리 사회도 큰 것을 우격다짐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를 통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동네도서관은 작은 힘이지만 이 활동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뀜으로써 전체적으로 좋은 동네,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본문 200)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펄북스(2015)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책#책 읽기#동네도서관#지역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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