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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 장애를 지녔던 송국현씨는 2014년 4월 13일 발생한 화재로 17일 숨졌다.
 복합 장애를 지녔던 송국현씨는 2014년 4월 13일 발생한 화재로 17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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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씨가 하늘 나라로 간 지 벌써 732일(2016년 4월 18일)이 되었네요. 어제(4월 17일)는 국현씨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지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 새벽 6시경인 2014년 4월 17일, 국현씨도 장애인등급제라는 덫을 빠져 나오지 못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국현씨가 화재를 당해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서울광장 한쪽 귀퉁이에 초라하게 차려진 국현씨의 분향소와 국현씨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송국현씨 분향소 2014년 4월 17일 숨진 송국현씨의 초라한 분향소
▲ 송국현씨 분향소 2014년 4월 17일 숨진 송국현씨의 초라한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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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에 살다 자립 생활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벌어진 참극이기에 안타까웠고, 복합 장애를 지녔지만 장애 3등급이라는 이유로 1, 2등급에만 지원되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어 벌어진 참극이었습니다.

뇌병변 장에로 몇 걸음만 걸어 나오면 되는 화마를 피할 수도, 언어 장애 때문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던 국현씨를 발견한 건 집주인이라죠. 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집주인의 신고로 화재 현장에서 구조돼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끝내 살아날 수 없었던 국현씨의 죽음은 '장애인 등급제'라는 그물에 걸린 사회적 타살이었어요. 장례마저 지난한 투쟁을 거쳐 사망 25일 만인 5월 12일에야 치러졌고요.

수줍음 많던 국현씨는 꽃구경을 좋아했다면서요? 그해 4월 1일, 난생 처음 했던 여의도 벚꽃 구경 나들이가 너무 좋았던지, 종종 꽂 구경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죠. 4월 10일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 장애등급심사센터를 다시 찾았지만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그날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이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꽃구경이 되었습니다.

주인 잃은 방에 월요일 수업에 입고 가려고 모처럼 장만한 새 옷이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며, 활동가가 울고 또 울었어요. 장애 3등급 배지 되돌려 줄 테니 국현이 형 살려서 돌려달라면서 말이지요.

국현씨 분향소 앞에서 국현씨와 또 다른 동료들을 앗아간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라는 악법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장애등급제 폐지'와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보장'은 이행되지 않고 있어요.

2014년 5월 9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 단체의 '송국현씨 죽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요구에 마지못해 송씨 사망에 유감을 표명하고 장애등급제 적용 완화와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행은 형식에 그쳤고요.

장애인 등급제 폐지 대신 복합 장애 3급까지 활동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고, 24시간 활동 지원 대신 긴급 알리미 서비스로 대체했습니다. 장애인 단체 활동가 말에 의하면 이런 조건으론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 많지 않다고 해요.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악법이에요. 그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 장애인 단체가 광화문 해치 마당 지하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3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어요. 국현씨 장례식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꼭 이뤄내겠다고 약속하고 투쟁하고 있지만 어언 2주기인 4월 17일이 투쟁 1337일이네요.

장애인등급제가 아니었다면 함께 꽃구경 했을 국현씨. 아직 더 힘을 함쳐야 하나 봐요.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어 다른 장애인들이 맘껏 꽃구경 나들이를 즐길 그날이 오면 국현씨가 좋아하던 꽃 사진 많이 찍어 보여줄게요.

"국현씨 장애인등급제를 꼭 폐지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3주기가 돌아오기 전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됐다는 기쁜 소식 전할 수 있길 바라며 함께 할게요."

장애인 평등 세상이 올 그날까지 장애인등급제와 부양 의무제가 폐지되는 그날을 위하여
▲ 장애인 평등 세상이 올 그날까지 장애인등급제와 부양 의무제가 폐지되는 그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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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악법이에요. 그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 장애인 단체가 광화문 해치 마당 지하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3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어요.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악법이에요. 그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 장애인 단체가 광화문 해치 마당 지하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3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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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동지 장례위원회 요구안
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
보건복지부 문형표장관은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1. 문형표 장관의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동지 죽음에 대한 공식 사과
2.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장애등급제한을 즉각 폐지
3. 중증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활동보조 하루 24시간 지원 보장
4. 보건복지부는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긴급지원 대책을 마련
5. 기만적 '장애등급제 폐지' 선전 중단 및 예산계획이 수반된 실질적 '장애등급제 폐지' 계획을 수립하고 장예인계와 논의기구를 구성
6. 부양의무제 폐지

덧붙이는 글 | 2014년 4월 17일 뇌병변 장애와 언어 장애 등 복합 장애를 지녔던 송국현씨(53세)는 장애 3등급이라는 이유로 1. 2 등급에만 지원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어 집에서 난 화재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장애인등급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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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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