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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은 사람이에요. 다 털고 가고 싶다고! 그런데 그럴 수 없잖아요. 나마저 그럴 수 없잖아. 지금 (최고위원들) 다 그만두셨는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벌컥 속상한 속내를 드러냈다. 총선 참패 이후 최고위원 전체가 사퇴한 뒤, 홀로 난파선을 끌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것이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자신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다수 의원들이 반발하며 자신에게 책임론을 집중하자, 억울함이 폭발한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내가 입장이 얼마나 곤혹스럽겠냐고. 비대위원장이 뭐 대단한 벼슬이라고."

급기야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고 사퇴해버린 최고위원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목소리 톤도 들쑥날쑥 높아졌다.

그는 "내가 오히려 거꾸로 화가 나는 건, 내 말을 처음부터 들었으면 (최고위원들이) 다 사표 내지 말고 차기 원내대표를 뽑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최고위원들이 다 같이 (사퇴)하고 끝냈어야지"라면서 "근데 다 사표를 내버렸으니까 지금... 내가 이걸 다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는 걸 자신은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그때까지 참았어야지, 급하게 하루 만에 사표낼 게 아니라 국민께 사과하고, 반성하고 차기 비대위 어떻게 할지 (토론)했어야지"라면서 "나도 (사표를) 내고 싶었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최고위원들이) 원내대표까지 내면 안 된다,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해라, 그래서 내가 십자가 지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쏟아냈다. 

총선 전 '비박계 공천학살'을 옹호했고 김무성 전 대표의 '공천장 날인 거부' 때 부산까지 김 대표를 찾아가 날인을 설득했던 기세등등한 모습은 '십자가를 진 고독한 원내대표'로 바뀌었다.

'원유철 비대위체제' 포기... 친박계로부터도 버림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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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원내대표가 격정의 넋두리를 쏟아낸 건 19일 오후 이학재, 김영우, 황영철, 오신환 등 비박계 소장파 의원들의 항의성 면담을 받고 나서다. 이들 '새누리당을 혁신하는 모임'(김세연, 김영우, 이학재, 황영철, 박인숙, 오신환, 하태경, 주광덕)은 이날 원 원내대표를 만나 ▲ 비대위 체제 승인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 계획 취소 ▲ 혁신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선자 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후 원 원내대표는 ▲ 26일 당선자 총회 개최 ▲ 차기 원내대표 조속한 선출 등 두 가지 결론을 밝혔다. 또 자신은 전국위원회 개최를 애초에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선 직후 최고위원회는 '원유철 비대위원장 체제' 구상을 짜놓고 일괄 사퇴했다. 하지만 이날 원 원내대표가 밝힌 대로 당선자 총회가 먼저 열리면 비대위원장을 누구에게 맡길지는 당선자들의 총의에 맡겨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결국 친박계 중심의 '원유철 비대위원장 체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따라서, 적어도 오는 26일까지는 새누리당 지도부 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 수행을 포기한 건 당내 반대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두언, 이혜훈 등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일찌감치 '원유철 비대위원장'에 반대를 표하고 나섰고 혁신모임은 연판장까지 돌렸다.

친박계 인사들도 반대했다. 혁신모임에 참가한 이학재 의원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이정현 의원조차도 '원유철 비대위원장 반대' 움직임에 대해 "당내 그런 목소리, 의견 차는 너무 당연하고 건강한 것"이라면서 "더 좋은 합리적인 사람 있으면 그 사람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당 지도부 인사는 비대위원 및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결국 총선 참패 뒤 친박계 비대위원장 체제를 통해 주도권 유지를 꾀했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위기 수습 대책은 첫발부터 헛디딘 셈이고, 총선 뒤 열흘이 넘는 지도부 공백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