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귀농·귀촌 100만 시대를 앞두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 지역 지자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40∼50대 중년도 청년으로 분류되는 농촌 지역에 이들 세대의 귀농은 농업 회생의 신호탄이자, 마을 일꾼의 확보를 의미한다. 이들이 지닌 도시지역민과의 인맥과 정보력은 농촌에 큰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20∼30대 청년층의 귀농은 지역의 미래에 보탬이 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년층의 귀촌도 반갑다. 당장 지역에 소비를 만들어 내고, 길게 보면 그들의 자녀들과 유대를 통한 추가 인구 유입도 기대할 만하다.
충남 예산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 3월부터 오는 7월까지 총 18회차로 '귀농·귀촌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지난 4월 28일과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7회차 현장학습에서 만난 교육생들은 빡빡한 일정에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귀농·귀촌의 의지를 보였다. 프로그램에는 교육생 33명(예산군 내 3년 차 미만 귀농·귀촌인 24명, 관외 9명)이 참여했다.
첫날 오전 10시 쏠라이팜 허브농장(예산읍 신례원리)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은 ▲ 천지수향농장(신양 차동리) ▲ 늘픔버섯농장(신양 시왕리) ▲ 대흥슬로시티 ▲ 광시황새공원 ▲ 봉수산자연휴양림 숙박 및 성공 귀농인과의 대화 ▲ 산내들표고버섯농장(신암 중예리) ▲ 서초구 양재aT센터 귀농·귀촌 박람회 견학을 마치고 둘째날 오후 늦게야 끝이 났다.
현장 농가방문과 저녁 시간을 활용한 대화의 자리에서 선배 귀농인들은 자신들의 실패·성공담을 전했다. 또 후배 귀농인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투자비와 수입규모, 재배기술과 시설정보, 이웃과 관계 맺기 등 다양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공무원들 다 그렇지 뭐' 하지 말고 기술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 받을 수 있다" "도시인맥을 적극 활용해 정보도 얻고 소비자로 만들라" "내게 가장 잘 맞는 작목을 찾으라"는 등의 당부도 이어졌다.
귀농 5년 차이면서 4년째 귀농 상담을 하는 이미숙 귀농귀촌지원센터 상담요원은 "귀농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냐'와 '뭐하면 돈을 벌 수 있냐'"라면서 "그런데 도시에서 누가 '식당을 하면 돈 벌 수 있다'고 한다고 음식 솜씨도 없는데 식당을 시작하지 않는 것처럼 농사도 내 생활방식, 내 몸, 내 생각과 맞는 작목이 있다. 그걸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 덕분인지, 아직 작목을 정하지 않고 기술센터 내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지 1년 6개월 된 이명자(57, 예산읍 대회리)씨는 아직 농토도 사지 않은 상태다. 작목이 결정되면 그에 맞는 농토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양에 농토를 마련해 놓았다는 강석태(64, 인천시)씨는 내년에 이사할 계획이라며 "대추방울토마토를 심으려고 했는데 오늘 허브농장을 방문한 뒤 수박이나 기타 작물도 고민해 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계신 덕산 옥계리로 귀농할 계획인 이상훈(36, 인천시)씨도 "1차 산업인 농산물과 3차 산업인 관광을 결합한다는 큰 그림만 그렸지, 구체적인 작목은 결정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알아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작목을 정하고도 교육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임성래 팀장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사람 간의 교류도 중요하다. 이 교육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도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시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군내에서 성공사례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장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참가 교육생들의 연령대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26세 남성부터 71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한편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예산군농업기술센터는 누리집 첫 화면에 귀농귀촌종합상담 배너와 팝업창을 눈에 띄게 배치하고 ▲ 귀농 첫걸음 ▲ 귀농지원안내 ▲ 성공귀농인 소개 ▲ 귀농귀촌지원센터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또한 상설 상담사를 배치하고 상담실과 상담전화(041-339-8129)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귀농·귀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과는 달리 관련 업무가 전문팀이 아닌 3명(팀장 포함)이 소속된 정보개발팀의 업무 중 하나로 배정된 것이 아쉽다. 또 귀농지원상담실의 출입문이 폐쇄적인 느낌의 철제방화문으로 돼 있는 점 등은 큰 아쉬움으로 꼽힌다.
예산군농업기술센터 정보개발팀 임성래 팀장과 배따뜻한샘 실무관, 이미숙 상담요원(오른쪽부터).
예산군청에서 축·수산 업무를 계속해온 임 팀장의 업무경험이 귀농귀촌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됐음에도 30년 베테랑 공무원답게 까다로운 인허가 상담까지 귀농귀촌인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인 배 실무관은 귀농인들과 함께 배우는 자세로 열성을 보이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상담요원은 귀농성공수기 수상자 출신답게 살아있는 상담으로 귀농귀촌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귀농귀촌 지역을 결정하지 못하고 상담을 했던 분이 예산군에 정착하실 때 가장 뿌듯하다"며, 예산군 귀농귀촌 첨병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