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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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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지난 2013년 BC카드를 거쳐 권선주 현 행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에 TM센터(텔레마케팅센터) 운영비로 2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아웃소싱 전문업체 윌앤비전의 수주실적 등을 확인한 결과, 윌앤비전은 지난 2013년 6월 'BC카드-IBK TM센터 업무'를 2억 원에 수주했다. 윌앤비전은 권선주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아웃소싱 전문기업이다. 당시 권 행장은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이었다.

윌앤비전의 TM센터 업무 수주가 BC카드를 거쳐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2억 원에 이르는 기업은행의 자금이 권 행장의 남편기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 '부적절한 거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선주 행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은 지난 2013년 'BC카드-IBK TM센터 업무'를 수주했다.
 권선주 행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은 지난 2013년 'BC카드-IBK TM센터 업무'를 수주했다.
ⓒ 윌앤비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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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BC카드-IBK TM센터 업무' 2억 원에 수주 

윌앤비전은 자사 누리집을 통해 '2013년 실적'으로 ▲ 한국연구재단 업무 ▲ 롯데홈쇼핑 퍼미션센터 업무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 ▲ 우리카드 고객센터 업무 ▲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센터 업무 ▲ Yes24 대구센터 업무 ▲ 배달의민족 콜센터 업무 ▲ 경남은행 BPR센터 업무 ▲ BC카드-IBK TM센터 업무 ▲ 씨티카드 콜센터 업무 ▲ 주연테크 해피콜센터 업무 등을 수주했다고 공개했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윌앤비전의 수주실적은 'BC카드-IBK TM센터 업무'이다. 이화택 대표의 부인인 권선주 행장이 당시 IBK기업은행의 임원(부행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윌앤비전은 BC카드-IBK TM센터 업무를 2억 원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를 거치긴 했지만 부인이 근무하는 국책은행과 남편이 근무하는 개인기업 사이에 자금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적절하지는 않다'는 시각이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프로모션을 위해 BC카드에 TM센터 운영을 요청했고, BC카드가 윌앤비전에 TM 업무를 두 달간 맡겼다"라며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2억 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BK기업은행 안에도 BC카드 TM센터가 있긴 하지만 특별상품의 프로모션을 위해 회원사로서 BC카드에 TM센터 운영을 의뢰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BC카드가 TM 업무를 다 소화할 수 없어서 그것을 윌앤비전에 외주를 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이 BC카드에 두 달간의 TM센터 운영비로 2억 원을 지급했고, BC카드가 TM 업무를 통째로 윌앤비전에 맡겼기 때문에 2억 원이 전부 윌앤비전에 갔다"라며 "하지만 권선주 행장은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이었고, 계약을 담당하지도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BC카드가 윌앤비전과 계속 거래해왔고, 윌앤비전도 우리카드나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의 업무를 수주해온 TM 용역 전문기업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기업은행 돈이 결국 윌앤비전에 들어갔긴 했지만 이것을 권선주 행장과 엮으려는 것은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권선주 행장은 지난 2012년 1월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기 직전 1년간(2011년 1월-2012년 1월) 카드 담당 부행장(카드사업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윌앤비전의 2013년-2016년(목표치) 매출액 추이.
 윌앤비전의 2013년-2016년(목표치) 매출액 추이.
ⓒ 윌앤비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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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행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하지 않은 '진짜 이유'

권선주 행장과 이화택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모두 연세대 선후배간으로 권 행장은 영문과를, 이 대표는 법학과를 졸업했다. IBK기업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정권 실세인 최경환(경제학과) 전 경제부총리와 임종룡(경제학과) 현 금융위원장이 모두 연세대 출신이다"라고 귀띔했다. 연세대는 지난 2014년 권 행장과 최경환 전 부총리를 각각 '자랑스러운 연세인상'과 '연세를 빛낸 동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권 행장은 지난 19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이후 CS센터장과 PB사업단 부단장, 외환사업부장, 중부지역본부장, 카드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거쳤다. 특히 지난 2013년 1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국내 최초의 여성은행장'에 발탁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5일 핀테크(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추켜세우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권선주) 기업은행장께서 핀테크에 앞장서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그때 여성은행장이 안됐으면 어떻게 될 뻔했나? 아주 다행이다"라고 권 행장을 추켜세웠다. 특히 "다른 많은 분들도 이 여성은행장을 좀 본받으세요"라고 말해 권 행장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대통령의 여자'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최근 박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방문했을 때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다녀왔다.

박 대통령에 의해 '최초의 여성은행장'에 발탁된 뒤 권 행장은 여성가족부장관과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청와대가 그를 '비례대표 1번'으로 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기업은행 안에서도 그의 '비례대표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후임 행장을 둘러싼 경쟁이 물밑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임동영 IBK기업은행 홍보팀장은 "권 행장이 '나는 은행권이 더 맞는 사람이다, 그쪽(정치권)에는 뜻이 없다'라고 말했다"라며 "비례대표 1번 배정도 뜬소문이었다가 낭설로 끝났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은행 안에서는 "여성가족부장관이나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가지 않는 이유는 기업을 운영하는 재력가 남편이 부담스러웠거나 은행장 연임을 염두에 두었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윌앤비전은 지난 2014년 3월과 4월에 광고와 방송을 사업에 추가했다.
 윌앤비전은 지난 2014년 3월과 4월에 광고와 방송을 사업에 추가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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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대표, 왜 '방송-광고업'을 사업에 추가했나?

남편인 이화택 대표는 효성그룹의 상사맨 출신이다. 그는 지난 1981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뒤 사업기획력과 영업력을 인정받아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텔레서비스와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효성 ITX 등에서 CEO(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 5월 효성ITX 대표를 사임한 뒤 콜센터 위탁운영, 인재파견, 시설관리 등 아웃소싱 전문기업인 윌앤비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자본금 13억7000만 원인 윌앤비전은 2013년 546억 원, 2014년 632억 원, 2015년 83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평균 23.7%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매출 예상치는 무려 1164억 원이다. 이는 전년도 매출에 비해 약 4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등기사항일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윌앤비전은 지난 2014년 3월과 4월에 ▲ 방송프로그램 공급업 ▲ 전시 및 행사대행업 ▲ 광고기획서비스업 ▲ 부동산임대업을 사업에 추가해 눈길을 끈다. 특히 권 행장이 IBK기업은행장에 발탁된 직후에 이러한 사업 추가가 이뤄졌고, 윌앤비전이 아웃소싱 전문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연 1000억 원 안팎의 기업은행 광고선전비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겠느냐?"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측은 "광고와 관련해 윌앤비전과 거래한 적은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금융권의 한 인사도 "광고업 경력이 짧은 윌앤비전이 은행광고를 수주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IBK기업은행의 주요 지면.TV광고는 각각 UMS(중앙애드컴 후신)와 HS애드(LG애드의 후신)가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권 행장이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직후인 지난 2014년 5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윌앤비전 주식 27만4000주(13억7000만 원)를 전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 15만6180주는 4명의 개인에게, 2만7400주는 1곳의 법인에 팔았고, 나머지 9만420주는 농협에 백지신탁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국내 첫 여성은행장 남편의 '주식외조'" "남편의 남다른 외조"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발탁된 데도 이 대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모교인 연세대에 거액의 발전기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발전기금을 기부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며 "10억 원대는 아니고 억 단위는 된다, 기부자가 기부금액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정확한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한편, 권 행장은 올해 47억8300여만 원(남편 재산 포함)의 재산을 신고했다. 부동산 17억7000만 원과 예금 약 30억1327만 원이 포함된 규모다. 지난 2015년에 비해 전체 재산은 3억여 원 줄고, 예금은 2억여 원 늘었다. 


태그:#권선주, #이화택, #IBK기업은행, #윌앤비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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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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