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2월 21일, 오는 7월까지 연장근로수당(시간외근로수당)의 지급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얼굴과 지문 인식을 통한 출퇴근 기록에 한해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복지시설 운영 공통지침을 각 사회복지기관에 보냈다.
이에 대해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인천지부는 지난 3월 7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초법적 지문인식시스템 도입 지침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4월 19일에는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하는 지문인식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 25일 김종산(48)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인천지부장을 만나 인천시 지침의 문제점과 향후 노조의 대응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복지 종사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생체정보인식시스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해마다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공통 운영지침을 내려 보낸다. 지난해 장애인거주시설에 '지문인식으로 사회복지사들의 출퇴근을 관리해 연장수당을 지급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이걸 토대로 인천시는 장애인거주시설뿐 아니라 전체 사회복시시설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복지부의 2015년 '장애인 복지시설 사업 안내' 지침서에는 '시간외근로수당의 인정은 지문인식 등, 신체 일부를 확인하는 시스템만 적용'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시가 2월에 제시한 지침은 '시간외근로수당' 지급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고 출퇴근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며, 지문 인식과 동시에 안면 인식기도 설치하려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설명이다.
노조는 물론이고 사회복지 종사자 대부분이 곧바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사회복지계의 반발로 시는 기존 방침을 바꿔 안면 인식을 제외한 지문 인식으로, 출퇴근이 아닌 연장수당 관리에만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국사회복지유니온 인천지부는 지문 등의 생체정보를 이용한 근무 관리 자체가 문제라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시의 지침 변경으로 불만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지문 인식은 작년에 복지부 지침에 의해 장애인 거주시설에 설치해서 반발이 덜하다. 사회복지시설은 시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침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재수탁이 안 될 수 있어,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 시나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시설까지 무조건 하라고 일반화하는 건 불법보조금을 감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김 지부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한 이유가 '지문 등 생체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문제제기하는 연장수당 부정지급에 대한 것은 출퇴근 카드나 시간외 관리대장 등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오는 7월까지 관내 사회복지시설 930여 개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지문 등 생체정보는 '민감 정보'로 분류해 이에 대한 처리를 엄격하게 제안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반대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지문 인식을 거부하긴 쉽지 않다. 지문 인식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설이나 종사자들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대체수단을 요구할 것이다. 개인정보인 생체정보를 지키는 건 노동자들의 권리이며, 이를 침해할 시 거부할 수 있다는 걸 알리겠다. 시에서는 지문 인식을 거부하면 연장수당을 안 준다고 하는데, 지침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싸움도 할 예정이다. 이미 변호사 조언까지 구한 상태다. 지문인식기 도입에 반대하는 서명에 현재까지 동참한 인천지역 사회복지사 1006명과 함께 행동하겠다."국가인권위원회는 지문인식기를 사용한 근무태도 관리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정하더라도 지문 등의 정보는 정보주체의 생체정보로서 개별 식별 정보이자 민감 정보에 해당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개별적 동의를 받고 실질적 동의가 이루어지게 지문인식이 아닌 대체수단을 마련하고, 지문정보 보관 등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후회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시작한 일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은 2014년 1월 출범했다. 그때 인천지부 준비위원회도 결성했다. 정해놓은 수의 인원이 확보되면 지부 건설이 가능하다는 노조 규약에 근거해 인천지부 결성을 준비했다. 올해 2월 전국 총회를 앞두고 인천지부는 출범했고, 총회에서 지부 결성을 보고했다.
"이전부터 사회복지 관련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시설이나 법인으로 나뉜 노조는 활동이 어려웠다.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의 전신은 인천지역노동조합(이하 인천노조)이다. 나를 포함해 사회복지사들이 인천노조에 가입할 수 있었던 건,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노조원으로 이름이 공개된다는 건 각오해야 한다는 거다."김 지부장은 1995년 서울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5년쯤 일하다 어느 날 에너지가 소진된 자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열정과 헌신 등, 소명의식을 갖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회의감을 느겼다.
"2002년 월드컵 때 서울시에서 거리의 노숙자들을 구별로 수용해야한다는 지침이 하달됐다. 구마다 복지관에서 노숙자쉼터를 만들었다.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공공근로로 일자리를 주고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줬다. 노숙자나 알코올중독자가 왜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귀가시간을 통제하면서 마찰이 생기니, 그들이 사회복지사를 위협했다. 그들끼리 칼부림을 벌이기도 했다. 임시 처방이 낳은 당연한 결과였다."
김 부장은 성실하게 일했던 동료들이 이직하거나 사회복지계를 떠나는 걸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법인이나 시설의 장과 싸울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회복지사업이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기에, 정부를 상대로 요구하고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이나 개별 시설이 아닌 전국 조직이 필요했고,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을 만들었다.
"돈 벌려고 하면 이 일을 못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현장을 떠나는 게 안타까웠다. 내 아이나 후배들한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올해는 교육 사업에 매진할 예정"인천지부가 건설된 지 두 달 됐다. 지금까지 노조 활동하면서 내 이름을 전면에 건 적이 없다. 이름을 건다는 건, 고용문제 등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다. 올해는 지부 체계와 활동정형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인천지부 건설 후 사무국을 꾸렸고, 부서별 간부도 선임했다. 지부 운영위원회와 분회, 지회를 세울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이 단단해지려면 주체가 튼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김 지부장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나 교육을 염두에 두면서 간부들의 능력을 높여내는 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지부는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지부다. 지난해에는 전국 사회복지 시설의 취업규칙을 분석했다. 근로기준법이나 헌법을 위반한 시설이나 취업규칙이 아예 없는 곳을 적발해 고용노동부와 복지부에 문제제기했다. 2014년 출범한 후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설의 28%만이 복지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는 걸 밝혔고, 정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건비 가이드라인 심의위원회에 사회복지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우리 노조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심상정·양승조·우원식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과 법 개정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