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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노란리본을 부탁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성골뱅이신사에서 진행됐다. 후원주점 경매에 올라온 문정현 신부의 서각 작품이 참석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노란리본을 부탁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성골뱅이신사에서 진행됐다. 후원주점 경매에 올라온 문정현 신부의 서각 작품이 참석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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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는 죄가 아니다."

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아래 위원회)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노란 리본을 부탁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성골뱅이신사에서 진행됐다. 후원주점에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이 참석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았다.

위원회는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로 체포·기소된 사람에게 법률지원을 하는 곳으로 지난 2월 출범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년 동안 세월호 집회·시위로 550명이 연행됐고, 400명 가까운 시민들에게 소환장이 발부됐다. 2015년 4, 5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발부된 소환장까지 더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7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후원주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김덕진 위원회 운영위원장이 방송인 김제동씨의 재킷을 소개하고 있다.
 후원주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김덕진 위원회 운영위원장이 방송인 김제동씨의 재킷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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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공동대표인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와 최종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은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을 날랐고, 수녀들은 주방에서 통닭을 튀겼다.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도 주점 곳곳을 누비며 주문을 받았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많이 파는 역할"을 맡았다.

이날 후원주점에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참석해 힘을 모았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는 서빙을 맡았고, 강정마을 주민들도 주방에서 땀을 흘렸다. 부당해고 문제로 사측과 싸우고 있는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고진수 주방장은 생연어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에 반대하고 있는 상인들은 생선을 공수해와 싼 가격에 음식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100여 명이 후원주점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후원주점에 참석한 시민들이 건배를 외치고 있다.
 후원주점에 참석한 시민들이 건배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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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주점 가득 메운 시민들 "함께 싸웠으니, 함께 책임지자"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후원주점에는 수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위원회가 건물 2, 3층에 준비한 좌석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득 찼다. 후원주점은 자정 무렵까지 진행됐다.

후원주점을 이끈 김덕진 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집회에서 체포되고 연행되고 구속되고 소환장을 받은 시민들은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러 나온 거지, 국가를 뒤엎으려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을 당시 막았으면 그걸로 끝내야지, 이후 채증자료를 토대로 소환장을 보내고 하는 것은 시민의 의견 개진을 막는, 너무도 부당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부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민중총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법처리로 상대하겠다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유치장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함께 싸웠으니 함께 책임지자는 마음으로 위원회를 만들었고 후원주점을 열었다"라고 덧붙였다.

후원주점에 참석한 한 시민(30·여·서울 관악구)는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 지난해 세월호 집회에 나갔다가 구속된 분이 있다"라며 "아직 그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고 그 동안 면회를 못 갔는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갚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거 같다"라며 "(후원주점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후원주점에선 경매가 진행되기도 했다. 경매에는 문정현 신부의 서각 작품 두 점, 가수 말로의 공연 무대의상 상하의, 방송인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 의상 재킷 등이 나와 새주인을 찾았다. 경매 수익금 역시 위원회의 법률지원에 쓰인다.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후원주점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후원주점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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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너무 감사하다" 눈물

이날 후원주점 곳곳에선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석 엄마' 권미화씨는 후원주점이 진행되는 도중 무대에 올라 "이렇게 저희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저희도 어려운 분들과 만났을 때 힘이 돼 드리겠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시종일관 유쾌했던 권씨는 갑자기 나오는 눈물에 민망했는지 "365일 번 돈 오늘 열심히 씁시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유가족 오병환(고 오영석군 아버지)씨와 생존자 아버지 장동원씨도 이날 위원회와 후원주점을 찾은 시민들에게 연신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후원주점 한 켠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던 두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후원주점 도중 마이크를 잡은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후원주점 도중 마이크를 잡은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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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님 말씀 좀 들으려고 왔어요.
오병환(아래 '오') : "오늘 같은 날 무슨 인터뷰야(웃음). 그냥 맛있는 거나 먹어요."

- (음식 가득한 테이블을 보며) 많이 팔아주셨네요.
: "오늘 (희생자) 가족들이 많이 왔어요. (취재하니까) 술은 안 되지? 사이다 마실래요?"

- 오늘 왜 후원주점을 찾으셨어요?
: "세월호 (집회)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경찰에 잡혀갔잖아요. 우리 가족들이 당연히 도와줘야지. 고마운 마음도 있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어쨌든 오늘 여기 와서 보니까, 좋은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정부보다 훨씬 나아요."

장동원 : "(위원회와 후원주점을 찾아준 분들에게) 고맙죠. 심정 같아선 (세월호 집회 때문에) 연행되신 분들 모두 다 챙겨주고 싶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마음만 더 아픈 거죠."

- 아직 저녁식사 시간 전인데 사람들이 많은 거 같네요.
: "내가 오후 3시(후원주점 시작시간) 전에 와 있었는데,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힘이 또 나네요."

: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 낮 시간에도 이러니 저녁 때되면 더 많이 올 거 같아 기대돼요. 시민들이 아직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싸워주신 분들까지 보듬어주는 모습에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 다른 곳에서 싸우는 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고요.
: "그렇더라고요. 강정마을, 많은 노동자 등 가슴 아픈 현장이 상당히 많은데 (세월호 참사 후 2년 동안) 그분들이 우릴 위해 좋은 일을 해주신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해야죠. 만약 세월호 진상규명, 미수습자 인양, 안전사회 건설 등이 다 이뤄져 더 할 게 없다 해도 앞으로 다른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할 거예요."

☞ 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 후원 및 법률지원 신청 안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세월호 변호사'라고 불리는 박주민 변호사가 후원주점 앞에 모여 웃음을 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병환(고 오영석군 아버지), 정성욱(고 정동수군 아버지)씨, 박 변호사, 장동원(생존자 아버지)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세월호 변호사'라고 불리는 박주민 변호사가 후원주점 앞에 모여 웃음을 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병환(고 오영석군 아버지), 정성욱(고 정동수군 아버지)씨, 박 변호사, 장동원(생존자 아버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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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법률위원회, #후원주점, #문정현,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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