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관심사 중 하나는 외계인이다.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엄마는 이걸 굉장히 궁금해한다. 텔레비전에서 우주 관련 프로그램을 하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은근 외계인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눈치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 2학년인가 3학년일 때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수업을 맡기도 했는데, 그때 주제도 무려 '외계인이 존재할까'였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결론은 기억난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엄마는 말했다. "외계인이 없으란 법이 없다."
엄마가 반길 만한 책이 나왔다. 이 책 <새로운 하늘의 발견>은 바로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지구에만 있을까, 아니면 지구 바깥의 우주 어딘가에도 있을까?" - 본문 중에서 <새로운 하늘의 발견>은 밤하늘의 별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별들을 헤아리던 인간의 이야기이다. 별을 보면서 인간은 세계를 이해했고, 인간을 이해했다. 하지만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이해한 건 아니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천구에 별들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적도 있고, 우리도 다 알다시피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적도 있다.
책은 인간이 지구 밖 세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기원전 5세기부터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리레이 등을 거쳐오며 인간이 우주를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 그 과정 변화를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외계 행성을 발견해 낸 최근 몇 년 전의 과학 성과까지 이어진다.
초기에 인간은 종교 교리를 통해 우주를 이해했다. 하지만 서서히 과학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다. 그 시발점이 1543년에 출간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일 뿐,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말했다.
종교는 코페르니쿠스의 말을 믿지 않으려 버텼지만, 17세기 초에 발명된 망원경 이후론 사실상 버티기만 할 뿐 반격은 하지 못했다. 그 시절,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들고 밤하늘을 관찰한 끝에 금성을 발견한다.
종교와의 싸움을 끝낸 과학이 외계행성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781년 독일계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대형망원경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후부터였다. 지구와 같은 행성이 지구 밖에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과학계의 최고 관심은 이후 외계행성을 찾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행성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별은 스스로 빛을 내지만, 행성은 그러지 못한다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행성을 증명하는데는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첫째, 자신의 중력으로 둥근 모양을 이룰 정도로 질량이 충분해야 할 것. 둘째, 공전궤도 주변의 물질을 깨끗이 청소한 천체여야 할 것. 명왕성은 두 번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 2006년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혹 아직까지 태양계 행성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우고 있는 사람은 마지막 '명'을 꼭 빼길 바란다.
책의 후반부는 열정과 인내로 똘똘뭉친 과학계가 외계 행성을 찾게 된 과정과 그 성과를 낱낱이 보여주며 점점 더 우리의 궁금증을 부풀려 간다. 책을 읽으며 독자는 내내 질문하게 될 것이다. 외계 행성이 있다는건 외계인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닐까? 우리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이 어딘가에 또 있긴 한 걸까? 이에 대한 현대 과학의 답이 이 책 속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새로운 하늘의 발견>(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저/ 재승출판/ 2016년 04월 01일/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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