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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탈북자 동원 집회'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억대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사옥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탈북자 동원 집회'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억대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사옥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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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역사는 자랑할 것보다 숨겨야 할 치부가 많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정과 탈세 기업인들의 부당한 거래가 전경련 잉태의 배경이다, 부정 축재를 눈감아 주는 대신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과 같은 단체를 만들라는 것이 군정의 요구였고 삼성 창업주 이병철씨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의 독대에 의해 경제재건촉진회가 만들어졌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전달한 비자금 사건.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행된 일명 차떼기 사건. 이명박 정권과 사돈 조석래 전경련회장의 유착. 시대에 따라 모양은 달랐지만 돈과 권력을 맞바꾼 거래라는 본질은 같다. 전경련은 재계 총리로 대접받으며 회원사인 기업들의 부당 이익을 챙겨왔고, 정권은 정치자금 뒷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겨왔다. 공생관계라 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한 정권과 함께 국가 경제를 갉아먹는 기생의 삶이었던 것이 부끄러워야 할 전경련의 얼굴이다.

국가경제에 기생했던 전경련

며칠 동안 전경련의 이름이 여론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어버이연합 사태에 알려진 전경련의 불법지원에 관한 뉴스다. 둘째는 전경련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2013년 6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규제 특별법을 반대한 사실이 알려졌다는 소식이다. 셋째는 지주회사 규제. 적합업종 규제 등을 7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칭한 전경련이 92만 3천개의 일자리를 위해 개혁을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전경련이라는 이름만 빼면 어떤 유사점도 발견하기 힘든 뉴스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세 가지 소식에는 전경련의 그릇된 욕심과 권력과의 검은 거래를 위한 음모가 공통으로 들어있다. 어버이연합 지원. 가습기살균제 피해규제 특별법 반대. 7대 갈라파고스 규제 개혁 요구. 모두가 전경련이 버려야 할 구태가 녹아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는 전경련 정관을 스스로 부정하는 구습의 무한한 반복인 셈이다.

2001년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면서 영유아와 임산부를 포함해 사망자만 239명에 이른다. 정부의 무능과 기업의 탐욕이 부른 또 다른 세월호 대참사였다.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창하던 이명박 정부(2008~2009년)때였다. 정부는 유럽 등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약물의 판매를 방치했으며, 기업은 약물의 유해성을 알고도 숨겼다. 더 경악할 일은 야당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했지만 정부와 여당. 전경련의 집요한 반대로 법안 제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2013년 4월 장하나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언주. 홍영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잇달아 살균제 피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2013년 6월 전경련은 '가습기살균제 등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의견'이라는 정책건의 자료를 내며 본격적으로 특별법 반대를 하기 시작했다.

장하나 의원 등이 낸 법률안이 원인자 부담 원칙. 부담금 신설 원칙에 어긋나며 화학 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였다. 구제는 우선 정부에서 하고 나중에 피해 기업에게 청구하라는 전경련. 가습기 피해는 기업과 개인의 문제라는 정부. 특별법은 이렇게 무산됐다. 전경련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던 이명박근혜 정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자였다.

가습기 피해자 구제 방해하고 국기문란에 뒷돈대고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저지를 위해 정부와 여당. 전경련이 커넥션을 형성했다면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정권과 시대정신이라는 뉴라이트 단체. 전경련. 어버이연합이 악마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국정과 여론을 유린한 사건이다. 시대정신에서 이념을 생산하고 정권에서 권력을 동원하고 전경련에서 뒷돈을 대서 2만 원 알바 노인들을 동원해 서로의 이익을 챙긴 국기문란사건이다. 용서와 관용의 국민감정을 넘었고 법의 잣대로도 단죄가 불가피하다.

어버이연합이 노조를 비난하고 노동개악을 위해 길거리에 나섰던 건 전경련의 맞춤식 집회였다. 경제 민주화보다는 경제 성장이 우선이고 강성 노조가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도 어버이연합의 입을 빌린 전경련의 논리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건넨 지원금이 밝혀진 것만도 5억 원이 넘는다. 차명 계좌를 통한 지원 하나만으로도 명백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경련. 변명이 궁색한 것이야 예상되는 일이지만 침묵은 범죄의 인정이나 긍정도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경련은 지난 10일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시 경제적 기대효과'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7대 규제개혁을 하면 92만 3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안. 지주회사 규제. 적합업종. 게임셧 다운제. 금산분리. 택배 증차규제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규제이며 이를 개혁하면 63조 5천 억 부가가치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16만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의료법인의 투자가 허용되면 26만9천 명이 취업할 길이 열린다는 식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등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항의방문단이 11일 오후 여의도 옥시 사무실앞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옥시 영국본사 항의방문 귀국 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등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항의방문단이 11일 오후 여의도 옥시 사무실앞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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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어이없다. 박근혜 정부와 경제 코드가 맞는 주장일지는 모르지만 갈라파고스 규제가 있다면 규제가 생겨난 이유부터 살피는 게 우선이다. 수도권 난개발을 막기 위해 수도권 규제가 있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의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지주회사 규제. 금산분리 정책인 것이다.

영리 의료법인의 허용이 국민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저임금으로 고효율을 얻어 내려는 기업의 기름 짜듯하는 노동정책이 원인이다. 저임금과 쉬운 해고. 이를 조장하면서 규제를 풀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주장은 국가와 국민의 볼모로 잡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전경련을 해체하라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전경련이 내세우는 정관 1조다. 그러나 대문에 거는 장식용 문패와 다름없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책에 편승하여 막대한 부를 축척한 재벌들. 재벌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권과의 유착으로 온갖 패행을 일삼아온 전경련. 일자리를 가지고 국민을 겁박하고, 국민이 죽어나가는데도 면피에만 급급했다. 잘못된 정권과 부화뇌동하여 노인들에게 2만 원 알바를 시켜 여론을 호도했고 국기를 문란케 했다.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가 사람을 죽였다. 오로지 재벌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전경련이 국민들에게 뿜어내는 온갖 정책과 강요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무섭다. 유신 시대 전경련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의 경단련도 검은 거래의 비난을 사 200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상에는 없느니만 못한 존재도 있다. 대한민국의 전경련. 유신시대 정경유착의 상징이지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재벌 탐욕의 첨병 역할을 해온 전경련. 해체되어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태그:#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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