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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소프트가 개발한 유니키와 우리은행의 원터치리모콘은 모두 인증이 필요하다. 원터치리모콘은 인증이 필요없다는 검찰의 판단은 잘못됐다."

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비이소프트 사옥. 이 회사 표세진 대표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비이소프트는 정보보안시스템을 개발해온 중소업체다. 표 대표는 이날 회견 내내 격앙돼 있었다. 그는 "검찰이 피해자인 나를 오히려 불구속 기소했다"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리은행이 기술을 빼돌렸다?... 핵심기술 '동일'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가 17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가 17일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은정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표 대표는 지난 2014년 초에 '유니키'라는 금융보안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는 "2013년 중국 출장 중에 해킹사건 등을 접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유니키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자금융거래의 시작을 승인해야만 거래를 할 수 있는 보안서비스다. 즉 전자금융거래를 할 때 등록된 스마트폰을 통해 유니키를 'ON(허용)'으로 처리해야 금융거래가 시작된다. 유니키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피싱(phishing, 금융기관을 사칭한 사기)이나 파밍(Pharming, 가짜사이트의 접속을 유도하는 사기) 등의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는 "사전에 인증된 고객의 휴대전화가 없으면 개인정보가 해킹당해도 금융사기를 칠 수 없다"고 했다.

표 대표는 "2014년 초에 유니키의 개발을 완료하고 2월에 특허출원을 신청했다"라며 "우리은행에는 그해 3월에 사업제안서를 처음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표 대표가 이날 공개한 문자 자료 등에 의하면 비이소프트는 박아무개 우리은행 고객정보보호부 차장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박 차장은 회사 및 개인 메일 등으로 유니키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비이소프트는 2015년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에 모든 자료를 건넸다.

ⓒ 전은정

ⓒ 전은정

표 대표는 "박 차장은 지난 15개월 간 비이소프트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2014년 4월 7~8일에는 유니키의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와 특허청구에 대한 범위까지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특허는 기술을 발명해 특허를 등록하면 해당 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받는 것이다.

그는 "유니키를 채택할 것으로 판단해 자료를 다 넘겼는데 특허청구항 내용까지 받은 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렸다"라고 주장했다. 표 대표는 "비이소프트 같은 중소업체는 대기업을 상대로 정보보안시스템을 판매해야 하는 입장이라 계약을 하면 기술을 넘겨주겠다는 등의 말을 먼저 꺼내기가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이 점을 악용해 자료만 넘겨받고 입을 다물었다"라고 강조했다.

표 대표가 우리은행이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우리은행은 비이소프트에 특허청구항 자료를 요청하기 직전인 2015년 4월 6일 '원터치리모콘' 출시를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원터치리모콘은 유니키와 핵심기술이 거의 동일하다. 원터치리모콘도 유니키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뱅킹 등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할 때 'ON'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보안서비스다. 표 대표는 "검찰 조사 당시 우리은행의 내부 메일을 보게 됐는데 '핵심기술이 비이소프트와 분쟁의 소지가 있으니 조치하라'는 등의 문구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은행도 비이소프트와 기술이 같아 문제가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비이소프트의 제안을 받은 부서와 원터치리모콘을 출시한 부서가 달라 정보 공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 쪽은 "당시 연락을 받은 박 차장은 IT부서고 원터치리모콘을 출시한 곳은 스마트 금융부로 같은 건물에 있지만 부서가 다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두 부서 사이에 정보가 오고 가지 않았으며 비이소프트의 기술을 탈취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표 대표는 원터치리모콘이 출시된 것을 한 달 뒤에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출시 직전에도 우리은행은 연락을 해왔고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자료를 계속 넘겨줬다"며 "원터치리모콘을 본 후 기술을 탈취했다고 하자 우리은행에서는 되레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으며 불구속기소가 됐다"고 밝혔다.

검찰 불구속 기소... 무지에서 비롯된 '촌극'

검찰은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표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표 대표에 대한 불구속 기소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 우리은행이 비이소프트의 기술을 도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표 대표에게 ▲ 유니키는 선인증이 필요한데 원터치리모콘은 인증이 필요없으며 ▲ 유니키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동작하고 원터치리모콘은 지정된 스마트폰에서만 동작한다 ▲ 'ON'으로 설정한 후 일정시간에만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니키와 원터치리모콘은 다르다고 했다.

표 대표는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촌극이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은 원터치리모콘은 인증이 필요없다고 했는데 원터치리모콘도 인증이 필요하다"며 "금융거래에서 인증을 하지 않는 보안서비스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다못해 휴대폰 게임도 본인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라면서 "엄청난 돈이 오가는 금융서비스에 개인인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짚었다. 실제 우리은행 쪽도 "원터치리모콘은 본인인증이 필요한 금융서비스"라고 밝혔다.

표 대표는 유니키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원터치리모콘은 지정된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틀렸다고 반박했다. 표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우리은행의 사업제안서에는 '유니키는 지정된 스마트폰에서만 동작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 금융거래인증강화 방안에는 '고객 본인이 소유하고 인증한 스마트 기기'라는 문구가 세 차례에 걸쳐 명시돼 있다. 표 대표는 "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는데도 검찰은 이런 말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일정시간에만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은 이미 상용화 돼 유니키의 독자기술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표 대표는 "검찰이 언급하는 것은 모든 앱에 있는 시간제한서비스와 푸시(Push) 기능"이라며 "누가 흔하디 흔한 이 기술을 독자기술이라고 주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표 대표는 "단 한 번도 이미 시장에 상용화돼있는 기술로 특허를 낸 다고 한 적이 없다"며 "유니키의 핵심기술은 ON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표 대표의 주장이 맞다면 검찰은 부실수사를 한 셈이다.

금융정보 보안시스템을 둘러싼 중소업체와 거대은행간의 진실공방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우리은행#비이소프트 #유니키#원터치리모콘#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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