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유진(민언련 정책위원),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이진순(민언련 정책위원), 정민영(변호사),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지난 1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국가정보원에 입국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변호사 접견을 신청했다. 민변의 접견 요청 사유는 북한이 국정원에 의한 유인납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국제 여론에 호소하고 있는 만큼, 국제인권 기준에 맞게 이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이를 거부했다. 국정원이 공문을 통해 밝힌 접견 거부사유는 "해당 종업원들이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였다고 한다. 민변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변호사 접견 거부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 중 조중동은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가 민변 기자회견을 보도했다.
그렇다면 북한 관련 보도라면 거의 모든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보도하던 '북한 보도의 메카' KBS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KBS는 이 내용을 저녁종합뉴스에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KBS가 어쩌다 보도하지 않을 수도 있지 뭘 그런가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KBS가 얼마나 북한 보도를 '쏟아냈었는지'부터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북한 보도의 메카' KBS, 1일 평균 6.4건 내보내올 1월 6일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발표와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로 대한민국은 거센 북풍에 휘말렸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롯한 핵실험, 군사훈련, 군사도발 가능성, 테러 가능성 관련 보도에 많은 양을 할애했다. 여기에 개성공단 폐쇄와 한미군사훈련, 사드 배치, 정부의 대북성명이나 대통령 발언과 국정원이 발표한 다양한 북한 동향 보고 및 탈북자 소식 등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북한 관련 소식의 뉴스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6년 1월 6일부터 총선 전날인 4월 12일까지 KBS의 <뉴스9>, MBC의 <뉴스데스크>, SBS의 <8 뉴스>의 북한 관련 보도를 수집 분석해 보았다. 로켓 발사와 테러 가능성 등 북한의 도발 행태와 북한 동정 보도 일체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 측 대응과 외교행위, 국제사회 반응 등을 모두 포함한 북한 관련 보도량을 비교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KBS는 624건을 보도해서 기간 중 총 보도량 대비 31.3%가 북한 관련 보도였다. MBC는 19%인 374건, SBS는 17%인 377건이 북한 관련 보도였다. KBS는 98일간 하루 평균 북한 관련 보도를 6.4건씩 보도한 것이다. MBC는 3.8건, SBS가 3.5건을 전했다. 선거보도와 비교해보면 북한관련 보도가 얼마나 많은 보도량인지 짐작할 수 있다. 분석 기간은 정확하게 총선 D-98일부터 D-1일이었다. 선거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게다가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선거보도 체크는 직접적 선거 관련 보도뿐 아니라, 앵커나 기자가 총선이나 선거라는 언급하면서 사안을 선거와 연결지은 보도를 포함했다. 이처럼 직접 선거보도가 아니라 간접 선거보도 사안까지 포함했음에도 KBS의 선거관련보도량은 290건으로, 북한보도(624건)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지상파 3사 모두 북한관련 보도가 더 많았지만, MBC는 선거 250건:북한 374건, SBS는 선거 302건:북한 344건으로 KBS에 비해 간극이 그리 크지 않다.
KBS 302건 > MBC 157건 > SBS 136건
이처럼 압도적으로 타 방송사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북한 위협 보도를 쏟아낸 KBS는 어떤 보도를 했을까. 북한 관련 보도의 소재를 분석해 보았다.
보도량은 KBS가 가장 많지만, 전체 북한관련 보도 대비 비율로 봤을 때는 지상파 3사가 대체로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비율로 보도했다. 3사 종합해서 높은 보도비율로 드러난 소재는 ① 북한의 군사도발 관련 보도(총 328건), ② 우리 정부의 외교노력(대통령 해외 순방 포함)과 국제사회 대응 관련 보도(총 282건), ③ 우리(한미연합 포함)측 군사대응 관련 보도(총 189건)였다.
KBS는 타사에 비해 북한의 군사도발이외의 정치권 동향이나 북한 동정을 다룬 보도를 유난히 많이 내놨다. KBS는 북한 동정을 143건(10.7%)이나 다룬 데 비해, 같은 시기 MBC는 25건, SBS는 22건이었다. 실제 직접적 북한 보도라 할 수 있는 북한 도발+북한 정치권 동정+북한의 테러 암살 가능성+탈북자 관련 보도를 합하면 KBS 302건(48.%), MBC가 157건(42%), SBS가 136건(40%)이다. KBS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과 북한 내부 정보 관련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개성공단 이외의 북한의 해외 자금줄을 추적하는 보도들도 KBS에서만 많았다. SBS는 관련 내용이 2건(0.6%)뿐이었고, MBC도 4건(1.1%)이었지만, KBS는 22건(3.5건)이나 할애했다. 이들 보도는 주로 해외 북한식당이나 북한의 노동자가 파견된 곳의 상황을 전하는 내용이였는데, KBS는 자사 보도로 4월 북한식당 종업원의 대량 탈북이 이뤄졌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4월 8일 탈북 당시 보도량도 MBC는 2건, SBS는 3건인데, KBS는 7건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 식당 종업원 탈북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의 안보 불감증 자초할 우려 있어KBS가 국가기간방송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은 채, 국민의 안보의식을 키운답시고 위기의식만 부풀린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이성적인 보도를 해야 할 공영방송이 감정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한껏 과장하는 보도를 앞세우고, 객관적 검증이나 진위 파악을 위한 정보는 슬쩍 뒷전으로 미루는 식의 보도행태를 일삼는 것은 문제다.
예컨대 관련 정보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임에도, 일단 북한에서 제공한 선전물을 그대로 이용하여 화면을 구성하며 대단한 일이 벌어진 양 위협을 부풀려 보도한다. 그리곤 관련된 국방부나 통일부의 입장은 언급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식이다.
이처럼 치밀한 검증없이 전쟁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은 '선동'에 불과하며 남북관계에 결코 바람직한 보도태도가 아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선거를 앞둔 시기에 지독한 북풍몰이라고 비판한 것이 무색하게, KBS는 선거 이후에도 꾸준하게 북한 관련 보도를 내고 계속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북한 내부 소식을 '스토킹' 수준으로 전하는 것도 여전하다. 딱 하나만 분명히 짚고 싶다. KBS의 북한관련 '과잉보도'는 그 자체로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같이 작용해 국민의 안보의식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이처럼 미주알고주알 북한 동정을 전하면서 정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이는 국민 겁박용 보도일 뿐이다. KBS, 기왕 열심히 보도하기로 했다면, 진정한 북한통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