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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산골짜기. 아침에는 딱따구리, 밤에는 뻐꾸기가 노래하는 쉼터. 햇살과 산 그늘이 공존하고 계곡물을 따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 모닥불을 쬐며 별빛에 마음을 줄 때, 도시에서의 고된 호흡은 타닥타닥 타들어 가고 눈은 무거운 피로의 꺼풀을 내려놓는다. 글램핑 캠핑장의 봄 풍경이다.

위주선 실장은 로푸드(raw food) 전공을 한 뒤 쇼핑몰, 호텔, 헬스 푸드 등 업종을 거쳐 2015년 봄, 더시크릿가든 캠프지라운드 캠핑장 대표와 함께 캠핑장 운영 기획과 관련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일이 아닌 생활이라고 표현하며, 한결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욕심이 많았어요.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하루하루 손님과 소통하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만족해요. 이제는 경쟁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캠핑장을 찾은 사람과 소통하며 여유와 휴식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늘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한다. 캠핑장을 찾은 이들에게 환영 인사로 줄 국화차, 우엉차, 메밀차를 따뜻하게 데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를 지난 5월 7일 더시크릿가든 캠프지라운드 캠핑장에서 만났다.

실장 위주선
 실장 위주선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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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도 놀이가 될 수 있는 시간

미국에 있는 펜팔친구를 혼자서 만나러 갈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 그는 뉴욕보다는 캘리포니아, 방콕보다는 치앙마이나 빠이 등 산이 있는 시골에서의 여정을 즐겼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갈망한 그의 감성은 숲 속 캠핑장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캠핑장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옷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외모를 꾸미는 등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꽃을 가꾸는 일에 더 손이 간다. 그것은 음식 재료를 친환경 채소로 준비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해물라면을 끓일 때 미나리도 넣어요. 고기도 친환경 채소와 함께 드리죠. 제가 채소를 좋아해서 그런지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웃음)"

캠핑장에서는 기다림도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이곳에서는 도시의 삶처럼 다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한마디면 충분하다.

"도시에서는 기다리는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이곳에서는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손님들은 배드민턴을 하거나 새소리를 듣거나 물가에서 노세요. 기다림도 놀이가 될 수 있는 거죠."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그는 웃으면 말한다.

"자외선을 많이 받는 것? 비타민D를 많이 받는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소통하는 캠핑

글램핑은 세면도구와 먹거리만 준비하면 된다. 텐트 장비, 식기도구, 탁자, 침낭, 난방, 세제, 샤워실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따뜻한 물은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봄, 여름철이면 가족 단위 캠핑객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제일 좋았죠. 글램핑은 스노우피크 텐트로 모두 갈색빛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느 텐트가 자신의 텐트인지 잘 몰라요. 손에 묻지 않는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직접 나무토막에 이름을 적어요. '승현이네'를 적고 그림도 그리죠. 그 문패를 선물하기 때문에 다른 캠핑장에서 사용해도 좋죠. 굉장히 좋아해요."

아이들이 만든 텐트 문패
 아이들이 만든 텐트 문패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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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소원 만들기 이벤트도 즐거운 추억이다. 아이들이 적어 놓은 소원은 캠핑장에 전시되어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소소한 볼거리다.

"작은 나무토막에 날짜와 이름을 쓴 뒤 아이들이 직접 소원을 적어요. 아이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생각해 봐' 말을 걸면 꿈을 하나씩 써서 나무에 적어서 제게 줘요. 그러면 저는 소원이 적힌 나무토막을 캠핑장 프런트 2층 난간에 걸어놓아요. 장래희망을 장례희망으로 적은 친구와 '제 꿈은 농부입니다. 제 꿈을 비웃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은 아이들의 글귀가 기억에 남아요. 간혹 어른들도 참여하시죠."

아이들의 소원 만들기
 아이들의 소원 만들기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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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성을 위한 캠핑 프로그램인 걸스캠핑, 파자마파티, 브라이덜샤워도 기획했다.

"여성은 캠핑하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스노우피크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이곳에서의 글램핑은 캠핑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풍선도 달고 파자마도 준비해주죠. 셀프웨딩, 브라이덜샤워 등 여성분들끼리도 많이 오세요."

도시를 떠나면 마음이 열려요

캠핑장에서 일하면서 지난 1년간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다는 그.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좋아진 점이 건강이라고 했다.

"전에는 많이 말랐어요. 부츠 같은 것도 맞춤으로 해 신고, 스키니 바지도 폭이 남을 정도로 너무 말랐었어요. 이곳에서 생활한 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거죠."

자연에서의 삶이 몸의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면, 이곳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그는 정서적 안정을 되찾았다.

"아이들이 야광 팔찌를 선물했어요. '이모 팔 좀 줘봐' 하면서 팔목에 끼워주었죠. 그때 보람을 느껴요."

도시를 떠나면 마음이 열리고 여유가 생기면서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그는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도시를 벗어나 보라고 권한다.

"캠핑은 6월이 좋아요. 봄과 여름 사이요. 밤에는 선선해서 불 쬐기에도 좋은 계절이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도 좋고, 오지를 불편함 없이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캠핑 에티켓도 잊지 말라고 부탁했다.

"캠핑장에서 풍등은 굉장히 위험해요. 불씨로 인해서 산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한 텐트는 방음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밤 10시 이후에는 조곤조곤 이야기하면 좋아요."

더시크릿가든 캠프지라운드 야경
 더시크릿가든 캠프지라운드 야경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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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는 막연한 결심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도시를 좋아하지 않거나 호기심이 많거나 정체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심심할때에도 무언가를 그리거나 하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문패 만들기, 소원 만들기도 그때 생각난 거죠. 그런데 지금 일하는 곳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막연하게 시작해서는 이 일은 어려울 거예요. 외향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캠핑장에서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캠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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