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부정·불의에 저항했던 3·15의거를 기념하는 기념관에 박정희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거나 박근혜정부를 언급한 내용의 전시물이 게시되어 수정 요구를 받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소재 국립3·15민주묘지에 있는 3·15의거 기념관의 전시내용이 논란이다. 이 기념관은 개보수해 지난해 3월 재개관했다.

수정 요구를 받고 있는 전시물은 전시관 마지막 부분에 있는 '마산 3·15의거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상'에 대한 설명 내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대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박정희 정부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오늘날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여기에 더해 파독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파병으로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3·15의거가 우리나라 민주발전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며 박근혜 정부를 맞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 분단의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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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는 기념관 전시물과 관련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했고, 상부기관인 국가보훈처의 검토 과정을 거쳐 설치했다.

안승옥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은 "어제 관리소장을 만나 전시물 내용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특정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형식은 안된다. 국가 발전상을 설명하더라도 특정 정부를 거론하는 것보다 연대별로 서술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만 전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 회장은 "3·15의거는 모든 부정과 불의, 독재에 맞서 싸운 정신이다. 박정희정권은 18년간 장기독재를 했다. 하물며 다른 곳도 아니고 그런 3․15의거를 기념하는 곳에 있어야 할 전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단체는 3·15의거 정신이 자유민주정의라고 하는데, 이승만이 '자유당'이었고, 박정희가 '민주공화당'이었으며, 전두환이 '민주정의당'이었다"며 "3·15의거는 인류 보편적인 애매모호한 정신을 쓰면 안되고, 억압과 독재, 착취, 부정에 맞선 저항정신이 되어야 하고, 기념관에는 그런 정신을 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 전시물 논란과 관련해 보고를 해놓았고, 지시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전문가 등과 논의해서 전시 내용을 교체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시민의 시위를 말하고, 이는 이승만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옛 마산시는 1968년 구암동 애기봉에 3·15의거 희생자들의 묘역을 조성했고, 이 묘역은 2002년 8월 국립묘지로 승격되었으며, 3·15의거는 경남도기념일로 있다가 2010년 3월부터 국가기념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