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5/27)·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이명박 前 대통령을 왜 써먹지 않나>(5/27, 34면, 최보식 선임기자, http://me2.do/FwyxILJ4)
<조선일보>의 최보식 선임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순방 귀국 후, 이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국익을 위해,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 '업무상' 그를 꼭 만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MB는 5년간 국정 운영을 해봤"으니 "속된 말로 MB를 써먹으라"는 것이다. 최 기자는 MB를 만남으로써 "어떤 참모나 책사(策士)보다 더 훌륭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더 넓어질 수 있"으며 "어쩌면 분열된 새누리당을 통합하는 데도 얼마간 효과"가 있을 거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MB를 '지혜의 보고'인 양 포장한 것은 일단 넘어가자. 최 기자의 주장대로 MB는 어쩌면 박 대통령에게 어떤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친밀한' 만남 이전에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4대강부터 자원외교까지, MB정권의 각종 문제점과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적절한 선물을 고르는 노하우 따위보다 그런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최 기자가 대통령을 정말 위한다면 다음 칼럼에서는 MB청문회를 추천해야 하는 것 아닐까?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5/27)· <동아일보> <단독/성과연봉제 도입 갈등 금융공공기관 평균연봉 8980만원… 90%가 호봉제>(5/27, 2면, http://me2.do/5MlEYjwW) <동아일보>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9개 금융공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의 2015년 공시를 분석해 "금융공공기관 근로자들이 약 9000만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호봉제 비율은 90%를 넘"고 "노조 조직률은 95%를 넘어 근로소득 상위 5%(85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배경에는 경직된 임금체계와 강력한 노조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정부의 '노동개혁'에 따르지 않는 기관이나 업체의 높은 급여와 안정적인 고용 형태, 노조 활동 등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전형적인 '공격' 방식이다. 현재 정부는 올해 초 고용부가 발표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에 의거해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려 하고 있지만 이 지침은 동아일보의 지적대로 법적 효력은 없다.
· <조선일보> <태평로/造船산업 구조조정, 이러다 산으로 간다>(5/27, 35면, 조형래 산업2부장, http://me2.do/FD4tOyz1)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2부장은 "조선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금, 우리 당국은 과연 어떤 원칙에 따라 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의 대주주이자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총재들이 산업 전문가이기는커녕 대대로 권력과의 친소관계에 의해 임명되는 상황에서"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여기에 이어 조 부장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행태"라며 "여야 의원들이 대거 조선소로 몰려가 '노조의 경영 감시권 부여' '구조조정 최소화'"등을 약속한 것을 두고 "개념 없는 약속을 해 댄다", "한국 조선산업의 암담한 미래를 예견하는 전조"라 비아냥댔다.
애초 노조의 경영 감시권 부여는 한국 기업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선임 등을 막을 주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를 어떤 설명도 없이 '개념 없는 약속'이라 언급하는 것이야 말로 '개념 없는' 주장 아닐까?
■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5/27)· <한겨레>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부끄러움이었다">(5/27, 1면, 정대하 기자, http://me2.do/FREOlSpP), <"총상보다 더 큰 고통" 7월3일 "데모 않겠단 각서 찢고 싶었다">(5/27, 2면, 정대하 기자, http://me2.do/FyYqdrag) <한겨레>가 80년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에 저항했던 300여 명의 시민군 가운데 총알 파편을 맞아 다친 유일한 여성"의 '오월 일기'를 최초로 공개했다. 기사는 그녀가 느꼈던 "죽음보다 더 두려운 부끄러움"의 여정을 담담히 소개한다.
그녀는 "광주학살 소식을 듣고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에", "'데모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던 것에, "오월 이후 평범하게 사는 것에"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느껴왔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이기기 위해 "금남로 분수대 앞 집회"에 나갔고, 총탄을 맞아 피를 쏟았으며, 자신의 일기를 공개했다.
부끄럽지 않고자 한 그 행동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사회는 광주를 "폭도로 매도"했고, 그녀는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역사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읽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그 무렵의 기억들이 오직 '부끄럽지 않고자 한' 한 사람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레>가 이 같은 보도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어쩌면 그녀의 이 말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전두환씨 이야기가 회자되고 하니까, 욕만 나오지요. 5·18을 북한특수군 소행이라는 것은 더 웃기지요." 누구보다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끝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한겨레>는 묵묵히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5/27)· <경향신문> <단독/정운호, 고급별장에 홍만표 등 유력인사 자주 데려갔다>(5/27, 8면, 유희곤 기자, http://me2.do/Fm89kay5) <경향신문>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가 홍만표 변호사(57), 브로커 이민희씨(56) 등 지인들과 강원도의 20억 원대 초고급 별장을 자주 찾았다는 주장"을 단독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재판에서 정·관계 인사를 동원해 구명 로비를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대표가 평소 별장에서 유력 인사들과 자주 교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게 된다. 최고급 별장형 프리미엄 콘도에서 이들은 왜 만났어야 했을까? 경향신문의 보도에 주목해보자.
· <동아일보> <단독/외국계 스타트업 대회 혈세 퍼주기 논란>(5/27, 2면, 임우선 기자, http://me2.do/FLzkdaQT) <동아일보>는 "12월 본대회 개최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계 스타트업 경진대회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과도한 지원에 비해 운영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스타트업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음을 단독 보도했다.
애초 정부는 이 대회를 통해 다국적 스타트업을 양성하려 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검증도 안 된 해외 스타트업을 국민 세금으로 초청하는 행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기획해 100%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이 행사가 정말 다국적 스타트업 양성의 마중물이 될까. 아니면 동아일보의 우려처럼 세금 낭비성 사업으로 전락할까. '진짜 세금 낭비'를 감시하는 <동아일보> 임우선 기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한겨레> <'여혐' 뒤엔 소수자·사회적 약자에 대한 광범위한 적대감>(5/27, 2면, 방준호 기자, http://me2.do/IFzi7pk4) <2016 한국, '여혐'과 마주서다> 기획의 4회차 보도 '우리 안의 또다른 혐오들'을 통해 한겨레는 인터넷 공간에서 "인종과 성별, 장애,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경멸하고 배척하는 표현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 기저에 사회 구조적 모순이 있는 만큼 혐오 문화를 개선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단순히 여혐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된 사회 문화적 배경에 주목했다. 현 상황을 성찰했다는 측면에서 <한겨레>의 이번 기획은 의미 있다.
· <한국일보> <변죽만 울리는 핑크빛 정책들>(5/27, 13면, 김성환·신지후 기자, http://me2.do/xtXdz3tC) <한국일보>는 "서울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안전 정책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이 남성중심 문화 속에서 여성을 단지 '보호' 대상으로 간주해 나온 정책들이어서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남성은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불평등 인식"을 해결하지 않으니 '여성전용택시',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안심부스', '여성 전용 좌석제' 등 구체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키는 전시성 행정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을 위한 정책에서조차 사실상 여성이 소외되고 있음을 지적했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보도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