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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갑자기 멈췄다. '사상사고 발생'이라는 간단한 안내방송 외에는 부가적인 설명이 없었다. 20분이 지나서야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 속속 전해지기 시작했다.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홀로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스무 살 직원이 달려오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년 전 강남역 사상사고 발생 이후 또 다른 사상사고가 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고의 피해자는 갓 스무 살 된 전문계고교 졸업생이었다. 시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구의역 승강장에 자발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는 서울메트로 측에 의해 철거되었다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메트로는 구의역 1, 4번 출구 방면에 새로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언론은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든다. 서울메트로 측은 '자회사를 8월까지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들고 나왔다. 과연 이것으로 끝나는 문제일까. 이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서울메트로의 대책은 '자회사'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유통/관광사업을 위해 만든 코레일유통과 코레일관광개발, 역무원 보충을 위해 만든 코레일네트웍스 등과 같이, 안전문의 운영만을 위한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코레일에서 운영하던 열차카페의 사례를 다시 짚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철도청이 각 리조트와 협업하여 만들었던 식당차는 코레일의 출범 이후 열차카페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다. 열차카페는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했어야 하나, 이후 코레일관광개발이 직원관리를 대구백화점으로, 또 대구백화점은 엠서비스로 하청을 맡기면서 갑-을-병-정, 다시 말해 4단 하청이라는 기현상을 발생시켰다.

현재는 직원들의 대우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백화점과 엠서비스 대신 주니엘 사와 계약하면서 갑-을-병, 3단 하청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큰 문제만 없을 뿐 피복, 숙소 등 자잘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생겨날 자회사도 이런 수순을 밟기 쉽다. 단순한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열차카페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이 달린 안전문이다. 안전문 운영에 이런 하청관계가 적용된다면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2월에야 졸업한 스무살 '미생'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인 29일은 그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 신입사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하청업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총체적이다. 직원이 겨우 120명인 영세업체가 하루에 30~40건씩 일어나는 안전문 고장에 대비해야 했다. 업체의 직원 중 상당수가 서울메트로 퇴직 직원, 그마저도 안전문과는 상관없는 분야에 일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무 살 고졸 직원의 가방엔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안전문 고장은 한 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적은 인력 속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출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언론과 하청업체의 태도이다.

부주의와 안전불감증? 문제는 '위험한 세일쇼'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인 구의역을 방문해 역구내에 붙어있는 추모글들을 읽고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인 구의역을 방문해 역구내에 붙어있는 추모글들을 읽고있다. ⓒ 최윤석

몇몇 언론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을 꼽았다. 하지만 조금만 뒤집어보면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열차가 도착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직원 한 명이 안전문과 선로 사이에 들어가 정비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이는 1년 전 강남역 안전문 사상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용역이 대신 죽는 헬조선'이라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용역은 지금껏 '빨리빨리'와 '더 싸게'를 강조받았다. 초기에는 외주업체를 통해 1억5천만 원을 들여 만든 안전문이 설치 후기가 되어서는 6천만~7천만 원 수준에서 설치되었다. 당연하게도 안전문을 정비하는 업체를 선정할 때도 이런 '눈물의 세일쇼'는 이루어졌을 것이다.

리스크는 고스란히 외주 직원의 몫으로 돌아간다. 오선근 서울메트로노조 안전위원은 30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4년 사이에 구의역 사고와 비슷한 사고는 직영으로 정비하는 5~8호선에서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정비에 외주를 맡기는 1~4호선에서 3번 발생했다"며 "저렴한 돈으로 유지와 보수, 설치까지 모두 관리한 것이 문제이고, 이는 자회사가 만들어져도 간판만 바꿔 끼우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경고했다.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한 해 약 2천 명 꼴인데, 그마저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은 노동자를 합치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살인 사건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한 해에 1천 명인데,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산재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지도 하지만, 산업재해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이 적은 것도 문제이다. 이번 사고 역시 전형적인 산재였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공공기관의 하청마저 위험하다.

공업인들 사이에서는 '인력을 갈아 넣는다'는 의미의 '공밀레'(공업+에밀레종, 에밀레종에 아이를 넣었다는 전설에 입각해 만들어진 말)라는 자조적인 은어가 있다고 한다. 단순한 실적에 내몰려 고급인력을 하나의 부품 취급하는 나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시민이 산업현장에서 근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인력의 부품화는 또 다른 구의역 사고를 낳게 될 것이다.

철도의 안전은 내보이기 위한 '폼'이 아니다

한 때 코레일 수도권서부지사가 '코레일은 안전 종결자가 되겠습니다'라는 표어를 내걸어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안전에 최고로 신경 쓰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와 안전을 끝장내버리는, 즉 안전과 매우 거리가 먼 회사가 되겠다는 두 가지 의미로 모두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종결자' 시리즈가 한창 유행할 때 나온 표어였다.

현재 대부분 철도회사의 행보가 이와 비슷한 중의적 행보를 보인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여러 매체에 작업 사진을 보여주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여러 사고가 발생하는 나쁜 의미로의 '안전 종결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2015년 이후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이 운영 업체의 실수로 사망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직원에 이어 시민까지 철도 사고로 인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문 사이에 끼어 80대 노인이 사망한 이수역 사망사고나, 추돌사고로 인해 70대 관광객이 목숨을 잃은 문곡역 추돌사고, 그리고 192명의 시민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사고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 이용하는 철도는 안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말이나 표어뿐인 보여주기식 실천이 아니라 진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사고처럼, 그리고 강남역 사고처럼 현장에서 사망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직원의 복리 후생을 신경 쓰고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는 것. 구의역 사고로 인해 숨진 젊은 영혼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


#철도사고#안전#스크린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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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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