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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 추용호(66) 장인(인간문화재)이 자신의 집 앞에서 천막을 치고 지난 밤을 보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해 명도소송에서 이긴 통영시가 집 안에 있던 물품을 들어내고 대문에 '출입금지' 표시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오갈데 없는 추 장인이 천막에서 하루 밤을 보냈던 것이다.

추용호 장인은 31일 아침 "갈 곳도 없다. 통영시에서 대문에 출입금지 표시를 해놓아 집 안에 들어갈 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천막을 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영시가 5월 30일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집을 도로개설 공사와 관련해 강제집행에 들어간 가운데, 추용호 장인은 집 앞에 천막을 쳐놓고 지난 밤을 보냈다.
통영시가 5월 30일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집을 도로개설 공사와 관련해 강제집행에 들어간 가운데, 추용호 장인은 집 앞에 천막을 쳐놓고 지난 밤을 보냈다. ⓒ 임준혁

통영시는 30일 '도천테마공원 뒤편 도시계획도로' 부지 안에 들어가 있는 추 장인의 집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통영시는 지난 2014년 추 장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냈다. 그 결과, 1심에 진 추 장인이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패소하고 말았다.

통영시는 집 안에서 들어낸 물품을 통영시 용남면에 있는 한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물품 속에는 소반장을 만들 때 쓰는 연장도 있는데, 일부 연장은 추 장인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매우 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용호 장인은 "어제 보니까 물품을 마구 다루기도 하더라"며, "100년 이상된 연장도 있어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연장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추 장인은 "소반장을 만들 때 들어가는 목재도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손상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그는 "나무 제품은 요즘과 같은 날씨에서는 보관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며, "잘못하면 나무가 터져서 결이 살지 않아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추용호 장인은 '통영 12공방'의 맥을 잇고 있다. 그의 집은 그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통공방이다. 추 장인의 집은 통제영 12공방 장인들한테 기술을 전수받았던 아버지(추웅동, 1912~1973)의 공방이었고, 120년의 역사가 있다.

소반은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상을 말하고, 부엌에서 방안으로 음식이나 그릇을 옮길 때는 쟁반의 용도로도 쓰인 실용적인 목가구이다. 통영소반은 특히 아름다운 무늬목을 사용하거나 나전으로 장식하고 문양을 조각하여 한껏 멋을 낸 생활 예술품으로 명성이 드높다. 통영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통영반(統營盤)'이라 불렀다.

뜻있는 사람들은 '통영 12공방'의 맥을 끊으면 안된다며 우회 도로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영시는 이미 공방의 앞 뒤 도로공사를 마친 상태다.

추용호 장인한테 소목장을 배운 임준혁씨는 "소식을 듣고 어제(30일) 통영을 다녀왔다. 선생님의 아버지 때부터 100년이 훨씬 넘는 고택이고, 통영 12공방의 맥을 이어온 유일한 공방"이라며 "도구와 재료들은 고궁박물관과 여러 대학에서 자료조사를 할 정도로 매우 귀중하고, 수년간 말린 목재들이 훼손될까 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문화재를 떠받들어도 모자라는데, 추용호 선생님이 집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상황에 놓여 안타깝다"며 "전통 공방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영시 관계자는 "물품을 옮길 때 여성인력을 썼고, 섬세하게 다루었다"며 "연장을 포함한 물품은 분류를 해서 상자에 넣어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5월 30일 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해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집에 대한 강제집행을 실시해 집 안에 있던 물품을 밖으로 들어냈다.
통영시는 5월 30일 도로 개설 공사와 관련해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의 집에 대한 강제집행을 실시해 집 안에 있던 물품을 밖으로 들어냈다. ⓒ 임준혁



#통영소반#소목장#인간문화재#통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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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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