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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에서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 2016, 아래 <다시 봄>)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에 담긴 10대들의 목소리를 좀 더 깊이 듣고 새로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다시 봄>을 읽다'라는 제목으로 여섯 차례 기획 연재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 글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이었던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씨가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말]
처음 작가로부터 <금요일엔 돌아오렴> 후속편으로 생존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고민이 되었다. 희생자 부모이기에 가장 두려우면서도 가장 궁금한 참사 당일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자에게 직접 듣지 못하고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는 것이 무한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기에 단편적으로 들은 내용이 듣는 이의 입장에서 확장되어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도 담을 예정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차마 우리 아이들에게는 권하지 못 했다. 평소 낯을 심하게 가리고 세월호 관련 인터뷰라면 너무나 강력하게 거부해서 몇 차례 찾아온 촬영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되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이미 <금요일에 돌아오렴에> 참여했던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촬영이 아닌 구술 작업이니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고, 어려우면 중간에 그만두어도 된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허락을 했고 구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다시 오는 봄은 어떤 봄일까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책 표지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책 표지 ⓒ 창비
구술이 원고로 만들어지고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기까지 아이들은 한 번도 나에게 글을 보여준 적이 없다.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고 캐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이 작업을 통해 오랫동안 꺼내놓지 못한 응어리를 하나둘 풀어놓았기만을 바랐다.

책이 완성되어 집에 온 날 예쁜 표지를 보고 맘이 놓였다. 일단 표지는 합격! 평소 도서관 일로 책을 많이 만지다 보니 책의 표지가 책을 권할 때나 고를 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안심이 되었다. 제목도 맘에 들었다. 다시 오는 봄은 어떤 봄일까? 2014년의 봄일까? 그 이전의 봄일까? 우리는 아직 2014년의 봄인데... 제목 속의 봄이 우리 아이였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표지와 제목은 마음에 들었는데 정작 책장을 떠들어보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하면서도 일기장을 몰래 읽어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쉽게 열어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 있을 때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가 일주일이 다 돼서 우리 아이들 이야기부터 읽었다. 예상은 했지만 부모들처럼 아이들도 한순간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보였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아이들의 입을 막고 감정을 숨기게 한 것을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슬퍼할 권리를 빼앗기거나 세월호가 하나의 가십거리가 되어 조롱당하는 일을 겪었던 일을 처음 알고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 도대체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수직적인 교육을 넘어 같은 인간으로서 아픔을 보듬어주는 배려만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 아닐까?

다른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도 대부분 같은 경험들을 갖고 있었다. 친구나 이웃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 특히 드러내놓고 불쌍히 여기는 시선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친정언니 카톡 프로필에도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분노할 뿐이다'라고 적혀 있다. 적선하는 듯한 눈빛보다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정부, 정치인, 언론 등의 태도는 부당하다'고 외쳐주기를, 같이 '해결 방법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고맙고 함께 밝혀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고마운 거다.

아이들의 고백에도 나왔듯이 낯선 누군가가 자신이 유가족인 걸 아는 게 부담스럽고 그래서 모르기를 바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평생의 꼬리표라는 걸 안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부모들도 형제 자매들도 벗을 수 없는 굴레를 짊어진 것처럼 늘 마음이 무겁다. 만약 사회적으로 유가족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나쁘지 않다면 누군가가 아는 게 그렇게까지 무섭거나 숨기고 싶지는 않을 거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데도 '떳떳한' 유가족이 되기 위한 몸부림을 사회로부터 또 자신으로부터 요구 받고 있다. 국가가 해주지 않는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야 하고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알려야 하고 이웃이 꺼려하는 추모를 진행해야 한다. 부모들만큼이나 형제자매들도 이 일을 버거워하면서도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설 수 있게 협의회 안에 형제자매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사회에서 같은 또래들이 연대해준다면, 부모의 뒤를 이어 이들이 끝까지 이 싸움을 이어갈 주역이 될 거라는 기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겼다.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서게끔 하는 또래의 연대를 기대하며

 2015년 8월 안산8·15기념문화제 2부 토크콘서트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 엄마' 박은희씨가 안산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2015년 8월 안산8·15기념문화제 2부 토크콘서트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 엄마' 박은희씨가 안산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 박호열

형제자매들의 글에 비해 생존자들의 글은 처음에는 되도록 빨리 읽어버렸다. 아니 대충 읽으려고 노력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게 되고, 그 당시 상황이 눈앞에 너무 자세하게 그려지고 희생된 우리 아이들의 처절한 절규가 생생하게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 이야기 속 안에서 처음에는 살아 있었을 아이들인데. 가능하다면 책 속으로 손을 뻗어서라도 그 아비규환에서 우리 아이들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존학생들도 형제자매들처럼 어른들의 과한 관심과 동정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여전히 아이처럼 기다리기만을 강요하는 학교와 어른들에 대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답답함을 느꼈다. 참사 이후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너무 큰 것이었을까?

여전히 묻지 않고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는 폭력을 걷어 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은 아이들만큼은 형제자매가 되었건 생존자가 되었건 아니 함께 울어준 모든 청소년, 청년들도 우리 아이들이 빼앗긴 자유와 꿈과 생기를 마음껏 누리기를 바란다.

이 글을 쓰는데 창 밖에 바람이 세차다. 인양이 코앞인데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2년을 기다린 9명의 생명들을 곧 맞이해야 하는데 혹여 배에 무리가 갈까 걱정이다. 인양이 온전히 이뤄질 때까지 그래서 9명이 돌아올 때까지 날씨도 도와주고 특조위도 특별법 개정으로 조사 기간이 확보되고 교실도 지켜지면 좋겠다.

떠난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제대로 밝혀지는 날, 이전과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날, 그날이 우리에게는 진짜 봄이 되어줄 것이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창비(2016)


#세월호#다시 봄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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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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