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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이상 청소만 한다고 생각해보시라. 저릿저릿하다.
 3시간 이상 청소만 한다고 생각해보시라. 저릿저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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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일을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났다. 자세는 엉성하지만 그래도 첫날보다는 낫다. 오른손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릿저릿하다. 슈퍼바이저에게 하소연해봤다.

"베큠병이야. 그래도 접히잖아. 그럼 낫지 뭐."

슈퍼바이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그나마 사장이 나은 편이라고. 다른 곳은 막무가내로 시킨다고 한다.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해. 그러다가 몸 상하는 거야."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정말 자칫 잘못했다가는 몸이 상할 수도 있다. 베큠이라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쉬워보인다. 그러나 그걸 3시간 이상 해야 된다고 생각해보라. 손가락이 아픈 건 당연할지도.

"아프면 너만 손해다."

우리나라처럼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병원비는 비싼 편. 물론 여행자 보험을 들어놨긴 했지만 되도록 병원에 안가는게 상책. 호주에서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보기드문 한국인 사장님

사장은 보기드문 사람이다. 호주 내 한인사장들에겐 '워홀러는 착취하는 게 당연하지'라는 인식이 있다. 말그대로 착취.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최저시급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단순 노동에 영어가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이곳에서 일종의 룰이다. 억울하면 영어를 잘하라는 심보랄까.

그러나 그는 최소한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정해진 룰을 어길 순 없다. 좁은 한인 사회에서 룰을 깨기란 상상치 못한 용기를 동반한다. 그래도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 둘째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기자의 출퇴근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흔치 않은 일이지. 사장이 직접 트레이닝 한다는 게. 대부분은 클리너들이 직접 해주거든."

3년 차 클리너가 말했다. 그가 청소일을 하면서 사장이 직접 트레이닝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게다가 디파짓(보증금) 없이 주급을 계산해주는 것도 흔치 않다고.

"여기 사장이 시급도 잘 쳐주는 편이지. 어떤 곳은 너무 짜게 주거든."

어떤 사장은 한 달을 디파짓으로 잡는 경우도 있다고. 그곳은 월급제로 운영되던 곳이었다고 한다. 결국 2달이 지나야 첫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단다. 가뜩이나 물가가 높아 주급제로 운영되는 호주에서 그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때 나한테 돈 많이 빌려갔어. 뭐 디파짓은 돌려받는 거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나 싶기도 하고."

친구에게 청소일을 한다고 하자 말해준 일화. 어찌보면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간 덕분일지도 모른다.

차가 없으면 시급은 고정된다

호주에서는 차가 정말 중요했다.
 호주에서는 차가 정말 중요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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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청소일을 한다는 것은 곧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만큼 돈을 벌지만 쓸 시간이 없다는 뜻. 그러나 차가 없으면 시급은 15호주달러로 고정된다.

"차 있는 사람에게 더 챙겨줘야지. 차 없는 사람은 이동하느라 시간버리는데, 그만큼 덜 줘."

사장은 차가 꼭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는 기자에게 구역을 떼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자신도 아내의 출산 준비를 도와줄 수 있다고. 어떤 차를 사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일본차를 권했다.

"호주에서 일본차가 좋아. 연비도 좋고 수리하더라도 가격도 싸고."

호주에는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차를 한 번 사면 오래 타는 이곳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거리에 클래식 카나 중고차들이 즐비하게 돌아다닌다. 중고차는 탈만 할까. 3년간 살았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중고차 오래가는 편이야. 날씨가 건조한 편이고 한국처럼 습한 건 아니라서 그런가봐."
기본 10만 km다. 꽤 오래 타는 편이야."


다양한 브랜드의 차를 보다

중고차를 알아보는 방법은 검트리(Gumtree, 포털 류의 검색 사이트)나 카세일즈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직접 중고차 거래상을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고차 거래상은 가격을 올려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 친구가 차 산다고 중고차 센터를 갔거든. 그런데 한인 거래상이 슬쩍 친구를 불렀어. 걔가 차를 소개해줬는데, 완전 폐차 직전이었어. 그런데 어떻게든 팔려고 가격을 후려치더라고."

차를 산다고 하자 친구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중고차 거래상을 믿으면 안된다는 뜻이었다. 셰어마스터도 비슷한 말을 했다.

"카세일즈로 들어가서 봐요. 괜히 중고차 거래상 만나지말고. 걔네들은 어떻게든 팔려고 하는 애들이니까. 중고차도 잘 봐야죠."

가격대를 높게 잡을 순 없다. 대략 1000호주달러에서 2000호주달러 사이로 정했다. 검색되는 차가 있긴 했다. 그러나 대부분 폐차 직전이거나 무언가 꺼림직한 차다. 가끔 '대박'이 나오긴 했지만 금방 사라졌다. 그런 차들은 '개인'이 거래하는 것이다.

"개인이 하는 걸로 사는 게 좋아요. 직접 운전도 해보고 서류도 확인해보고."

셰어마스터가 말했다. 그는 중고차를 살때 꼭 운전해보라고 권했다. 시험운전 없이 하다가는 독박을 쓸 수 있단다. 또한 레지 정도를 확인하라고 했다.

깐깐한 차 등록 절차

레지는 일종의 차 등록이다. 정해진 기간까지 운행이 가능하다고 주 정부에서 승인을 해주는 것. 레지를 받기 위해서는 핑크슬립과 그린슬립을 받아야 한다. 핑크슬립은 차 컨디션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가 운행하려는 차가 이상이 없음을 카센터를 통해서 확인받아야 한다. 그린슬립은 대인보험이다. 내가 만약 사고를 냈을 때 사람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발급된다. 호주에서 사고가 나면 그에 대한 책임이 어마어마 하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여자친구 언니가 사고당한 적이 있거든. 운 좋게 하나도 안 다쳤는데 차를 폐차했어. 그때 1억 원 받았어. 하나도 안 다쳤는데 그만큼 보상해준거야."

중고차를 살 때 레지 여부는 꼭 확인해야 한다. 기간에 따라서 차 가격이 왔다갔다할 때도 있다. 또한 차 수리여부에 따라 서류를 전부 증빙해야 한다. 이 차가 정말 운행이 가능한지 이상이 없는지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

여러 노하우를 들었지만 아직은 머나먼 얘기다. 일단은 돈이 문제다. 이제 1주일. 이전 스시바와는 달리 청소 일은 2주에 한 번 주급이 나온다. 결국 1주일은 더 지나야 한다. 계속 틈틈이 중고차를 확인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청소, #중고차, #카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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