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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사이버대 중 최고 경쟁률, 최다 재학생, 최초 사이버대" 등을 광고하는 서울디지털대학교(사진).
"국내 사이버대 중 최고 경쟁률, 최다 재학생, 최초 사이버대" 등을 광고하는 서울디지털대학교(사진). ⓒ 학교홈페이지 갈무리

"실용적인 온라인 교육으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디지털대는 1만3천여 명의 재학생을 갖춘 국내 최대 사이버대학으로서, 고등교육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평생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대학정보공시포털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나온 서울디지털대학교(이사장 조옥래, 총장 정오영) 학교 소개다. "국내 사이버대 중 최고 경쟁률, 최다 재학생, 국내 온라인대중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곳"으로 광고하는 서울디지털대는 졸업 시 학사학위가 수여되는 고등교육법상 4년제 정규 사립대학교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사이버대학에 등록금도 일반대학 1/4 수준"이라고 홍보하는 등 겉보기엔 매우 그럴 싸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앞서 10년 넘게 학교에서 근무하며 인정받던 교직원(교수)이 올해 초 해고당한 뒤 "전 이사장에 관한 비리 조사에 사실대로 응했다가 보복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관련 기사: 10년 이상 재직 모범 교수, 왜 갑자기 해고당했나).

가장 심각한 것은 엄영석(81) 전 이사장이 학생들에 끼친 손해다. 2000년께 이 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엄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사립학교법상 그 용도가 엄격히 정해진 교비회계(등록금)을 이사장 마음대로 사용해, 학교와 학생들에게 총 86억 원가량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당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엄영석 전 이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선 2심 판결에 엄 전 이사장 측이 불복하며 상고했으나,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디지털대 초대 이사장인 엄영석 전 이사장(사진). 엄 전 이사장은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유죄를 받았다.
서울디지털대 초대 이사장인 엄영석 전 이사장(사진). 엄 전 이사장은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유죄를 받았다. ⓒ 대학교 홍보책자

초대 이사장 엄영석, '학교에 86억 손해' 대법원 유죄 판결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검찰(서울서부지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엄영석 전 이사장은 학교건물·연수시설 고가매입으로 인한 특경가법상 위반과 업무상 횡령·배임 등 약 8개 혐의로 기소됐다. 2000년 초 평생교육시설로 시작한 서울디지털대학을 지난 2008년,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하려고 그 조건인 교육용 기본재산(학교건물)과 수익용 기본재산(수익발생용 재산)을 무리하게 충당하려다 생긴 일이었다.

엄 전 이사장은 2000년 10월 평생교육법상 평생교육시설인 서울디지털대(SDU)를 설립·운영하기 위해 학교법인 '서울디지털대학교'를 만든 뒤 이후 14년간 법인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또 2010년 같은 학교 평생교육원을 세워 초대 원장으로 취임, 재단 이사장직과 겸직하며 학교법인과 서울디지털대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했다.

사건은 2007년 말, 학교 관계 법령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원격대학에 사이버대학이 추가됐고,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은 교육부 허가를 받아 고등교육법상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서울디지털대는 당시 필수조건 중 하나인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해 2008년 교육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서울디지털대가 고등교육법에 따른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졸업생 학위수여와 대학원 설립, 학사 편입학, 학자금 대출 요건, 취업 등에서 차이가 있는 등 향후 등록 학생 수 증감과 직결"됐다고 봤다. 사이버대 전환 인가는 디지털대에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될 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1심 판결문 살펴보니... "교육 통해 사적 이익 추구 등 죄질 매우 불량"

검찰은 당시 디지털대가 이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고 봤다. 다음은 검찰 공소장에 나온 기소 요지의 일부다.

피고인 엄영석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무렵 대학 처장 등을 모아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수익용 기본재산 마련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

①강의용 컨텐츠 사업 법인을 새로 설립,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용 컨텐츠를 CP(Contents Provide:콘텐츠 제공 관련) 임차계약 형식으로 고가에 발주한 후 수익을 다시 대학에 출연하거나 ②학교법인 건물이나 연수시설 등 교육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하거나 ③외국법인에 투자해 취득한 주식의 평가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 피고인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서 교비회계의 적정한 집행을 감독할 임무가 있고, 사학법상 교비회계에 속하는 재산을 법인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김OO(대학 사무처장), 신OO(법인 사무국장)에게 지시해 위와 같이 교육용 기본재산인 교사를 매입함에 있어 부당하게 교비회계에 손실을 입히도록 고가 매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혐의도 다양했다. 학교 건물 두 곳을 각각 적정가격보다 5억원 씩 더 비싼 값에 매입하고, "감정 평가액이 15~17억 원에 불과했던" 친동생 소유 삼척연수시설을 40억 원에 매입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또 배우자가 원장이며 아들이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회사(주식회사 IDRM, 아래 IDRM)에 대학 강의 컨텐츠를 고가에 부당 계약해 대학에 약 52억 원 손해를 초래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횡령) 등도 있다.

 과거 엄영석 전 이사장 친동생 소유의 건물이 있던 자리를 다음 지도로 찾아봤다(사진). 당시 재판부는 학교 측이 이를 적정가격보다 18여억 원 이상 비싸게 주고 샀다며 불법적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엄영석 전 이사장 친동생 소유의 건물이 있던 자리를 다음 지도로 찾아봤다(사진). 당시 재판부는 학교 측이 이를 적정가격보다 18여억 원 이상 비싸게 주고 샀다며 불법적이라고 판단했다. ⓒ 다음 로드뷰

 서울디지털대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엄영석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3년6개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사진은 징역5년을 선고한 1심 판결문 중 일부.
서울디지털대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엄영석 전 이사장은,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3년6개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사진은 징역5년을 선고한 1심 판결문 중 일부. ⓒ 대법원 판결문

이 외에도 동생 아들을 학교에 허위 취업시켜 급여 2800만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2008년부터 약 5년간 법인카드를 배우자와 함께 8300여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업무상 횡령), 학교 업무용 차량을 개인 차처럼 쓰면서 기름값 등 경비 1억 7100여만 원을 교비로 사용해 학교에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분석 결과 이런 식으로 엄 전 이사장이 학교에 끼친 손해만 총 86억2800만 원이었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피고인 비리를 폭로한 오규열에게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다음은 1심 판결문의 일부다.

"피고인(엄영석)은 ① 학생 교육에 오롯이 투자돼야 할 교비회계에 속한 자금을 CP계약이라는 교묘하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자신과 특수이해관계에 있는 회사로 빼돌리거나 학교법인회계로 전용한 점, ② 그 과정에서 학교법인 직원들을 동원, 도덕성과 명예감을 중시하는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반강제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게 만든 점

③ 또 불법적인 의도로 진행된 CP계약으로 인해 학생들은 저가와 저질의 교육 콘텐츠를 받게 된 점 ④ 결국 순수하고 고결해야 할 교육기관을 사적인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점 ⑤ IDRM으로 유입된 학교법인 교비회계는 상당 부분이 피고인의 아내, 아들, 며느리, 조카 등 친인척에 귀속된 점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죄질도 매우 불량하다."

재판부 "결국 학생들이 저가, 저질의 교육 콘텐츠 받게 돼"

엄 전 이사장 측은 1심에 항소했고, 이후 "(동생 엄강웅 소유의) 삼척연수시설을 적정가격보다 고가로 매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 "배임 손해액을 과다하게 인정했다", "원심의 형(징역 5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삼척연수시설 매입 여부와 매매가격 결정 등은 모두 총장 조백제에 의해 이뤄졌다"며 혐의를 남에게 미루기도 했다.

그러나 2심 역시 '유죄'였다. 엄 전 이사장이 "교비회계의 적정한 집행을 감독해 학교회계를 성실히 보존할 업무상 임무가 있고, 교육자로서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심각한 손해를 입혀 책임이 대단히 무겁다. 또 범행을 저지르고도 학교법인 직원들을 동원해 범행의 죄증을 은폐하고자 시도했다"는 이유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엄 전 이사장이 고령이며 학교 설립에 상당한 개인재산을 출연했다는 이유를 들며 1심 선고 형량인 징역 5년을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 전 이사장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그 사이 엄 전 이사장은 감사원 감사결과로 임원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디지털대 "전 이사장과 법인, 피해 갚으려 노력"... 교육부 "아직 환수된 것 없어"

 오규열 교수(사진)는 서울디지털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2월 학교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오 교수는 "보복성 해고"라 주장했다.
오규열 교수(사진)는 서울디지털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2월 학교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오 교수는 "보복성 해고"라 주장했다. ⓒ 유성애

재판부가 엄 전 이사장과 관련한 범죄 사실을 밝히는 데에는 당시 실무자였던 오규열 전 교수(사진, 전 교무처장)의 내부 고발이 도움이 됐다. 오 전 교수는 검찰로부터 '엄 전 이사장과 함께 공모한 실무자'로 지목됐지만, 처벌을 각오하고 상세히 진술한 것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무자였던) 오규열은 피고인 전횡으로 인한 학교의 비정상화를 바로잡고자 자신의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관된 진술을 하는바, 그 진술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춰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라고 썼다.

하지만 법원이 "학교 비정상화를 막으려 이사장 비리를 폭로했다"라고 인정했던 오 전 교수는 올 초 학교 측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고, 이에 그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처분 취소청구'를 내 지난 5월 말 '해임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학교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상태다.

오 전 교수는 앞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링크)에서 "제가 가장 화났던 건 경영진이 학생들 등록금을 전용(轉用)했던 부분"이라며 "제 해고보다도 사학비리가 얼마나 심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비싸게 내면 그걸로 교육에 재투자해야 하는데 서울디지털대는 그렇지 않았다, 이사진 등 소수의 전횡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엄 전 이사장이 학교에 끼친 손해액 86억 원 등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와 관련해 서울디지털대 대외협력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에 끼친 피해는 법인과 엄영석 전 이사장이 이행하기 위해(이를 갚으려) 노력 중이다"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도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판결 이후) 교육부 요구에 따라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했으며 삼척연수시설도 처분 허가를 받아 판매를 진행 중"이라며 "법인과 엄 전 이사장이 이행하고자 함께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교육부 측에 확인한 결과, 이행을 기다리고 있을 뿐 아직 환수된 금액은 없었다. 교육부 담당자는 7일 "(건물을 제외한) 금액으로 환수될 부분은 53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금액으로 환수되면 보고가 오는데 아직 보고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분이행 결과를 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반드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은 국가보조금 받는 공공기관, 교육부는 뭐하나"

사학 비리는 비단 서울디지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가 지난 5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 중 비리나 분규, 교권 침해가 일어난 곳은 수원대, 상지대, 성신여대 등 15곳이 넘는다.

중앙정부에서는 사학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 세울 땐 개인이 세우더라도, 설립 이후에는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국가가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학 관리 감독권을 가진 교육부 감사는 허술한 편이다. 2015년 9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낸 자료('사립대학 감사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과 사립전문대학의 44.5%인 125개 학교는 설립한 이후 단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개혁국본은 5월11일 전국 사학비리 분규현황 자료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학 비리는 고질적인 비리로, 2016년인 지금까지도 척결되지 않는 철옹성 같은 적폐"라고 짚었다. 이들은 "사학은 국가보조금을 받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도 검찰과 교육부, 국회 교문위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사학의 온갖 비리가 확인돼도 고작 '경고' 처분을 내리고, 검찰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고발해도 대부분 '증거불충분'이라며 불기소하는 등 지금 현실은 추악하고 참담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교육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학교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게 한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디지털대#엄영석# 사학비리#부당해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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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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