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사람 입에서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망언이 나왔다.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한 주민의 인터뷰, 이 어이없는 소리를 접한 국민들은 실소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잘 모르는 섬마을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가 이게 무슨 참변인가. 실로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그럴 범죄자 놈은 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야 정상이 아닐까. 어떻게 자신의 주민에 대한 관심이 이리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 그러는 것일까.
무고한 주민도 살아가야하는 그 동네 언행의 흐름까지도 심히 걱정이 된다.
성폭행 범은 조용한 섬마을에 와서 아주 쉽게 또 성폭행을 저지른다.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하며 감싸주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계산적일지도 모르겠는 이 주민의 황당한 말, 참으로 잘못된 인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곱씹을수록 황당한 말이다. 악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 악하지 않은 사람들이 알아서 조심하란 소리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 되었다지만 현실에서 만은 '이것이 진정 막장 코미디네' 라고 넘어갈 수 없단 소리다.
범죄자 처벌에는 당연히 주목해야하지만 "토막 살인도 묻지마 살인도 아닌데" 라는 한 주민의 언행 또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 혹여 그런 생각의 어른 몇이 아이 몇 십을 물들인다고 생각하니, 어른들의 분위기를 그렇게 조장한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참혹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 선생님만의 몫이 아니다. 부모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선생님인데, 어른을 잘못 만난 아이들은 어째해야 하나. 아직 어떠한 사상도 이념도 세워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현실은 대체 어떤 영향력을 주고 있나.
며칠 전 한 예능에서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내용 중 어린이 장래희망 조사 결과를 다룬 바 있는데 "조사 결과, 80년대 장래희망 1위는 대통령, 90년대 장래희망 1위는 의사" 였으며 "지금은 운동선수, 교사, 연예인이 TOP3"으로 집계 됐으며 심지어 장래희망이 정규직이라고 답한 아이들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상태라면 정규직이 장래희망인 어린이들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른들 상황 또한 여의치 않다.
올해 최저 임금은 6030원으로 지난해보다 8.1% 인상된 금액이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임금 6030원이 아니라 '최저'의 임금, '최저임금'이라는 것이다. 받아야할 임금 중의 최하의 수준이어야 한다는 말. 그런데 만행을 벌이는 몰상식한 나쁘고 이상한 갑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참 많이도 올랐네, 이 금액 쳐주면 된 거지'라는 생각으로 심지어는 '내가 너를 채용한 것도 감지덕지로 생각해'라는 마인드로 이기적인 갑질을 해댄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어쩔 수 없이 '진짜어른'과 '가짜어른'을 감별해내야 하며, '진짜어른'을 찾는 것이 탄광에서 원석 찾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어쩌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꿈속에서 마저도 괴물이 나타나며 '진짜 어른이 적은 나라'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1963년, 출판된 해에 미국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동화책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부 팔렸으며 1974년 단편 애니메이션화 되었고, 1980년에는 오페라가 된 후에 2009년에는 영화화 되었다. 2016년 현재,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뭐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이 발전해온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동화 속이 아닌 정말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쉽게 죽인 괴물들이 감옥 바깥을 쉽게 나오며, 돈과 명예 권력을 잘못 이용해 범죄를 은폐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자의 인권, 물론 중요할 수 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보자. 진짜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가 진범이라고 자백해도 무고한 약자가 진범이 돼 버린 상황만 봐도 그렇다. 범죄자가 아니지만 범죄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인권마저 빼앗겨버리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이니 참,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제대로 돈을 벌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규모의 부동산과 동산이 있어야만 어른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직하고 성실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남겨진 어른들은 또 어떠한가. 아이이며 어른이며 적성을 고려해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속된말로 잘릴 위험이 비교적 덜한 '정규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어린이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동화 속 괴물들과 싸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 어느 어느 동네에서는 누가 누구를 죽였다는 소식, 또 누가 목메 죽었다는 소식. 어른들 입에서 '노답'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게 되어버린 현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 대안을 다 같이 찾아야할 시점이다.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나타내는 '노답'대신 '참여'를 답으로 정하고 모든 국민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 불안해 하는 어른은 아이에게 GPS를 달아줘야 하는 흉흉한 세상, GPS가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도와줄지는 몰라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 아직도 많다. 자살률 1위의 수치를 갖고 있는 나라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망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포기하지 말고 변화되는 꿈을 꿔야한다. 대체 언제쯤이면 괴물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나라와 세상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