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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이기에,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더라도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내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 그 덕분에 지금 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랐는지 종종 추억을 더듬으며 삶의 수수께끼를 풀곤 한다.

어머니는 나를 가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버지는 나를 처음 봤을 때 어떤 표정이었을까, 만약 나를 낳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내가 부모가 된다면 어떨까에 이른다.

나는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좋은 부모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부모가 될지 아니면 아이 없는 삶을 살 것인지 까지.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그래 엄마야- 발달 장애인을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그래 엄마야- 발달 장애인을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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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노릇의 과학_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과학적·심리적·진화론적 이유 / 폴 레이번 지음 / 현암사
 아빠 노릇의 과학_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과학적·심리적·진화론적 이유 / 폴 레이번 지음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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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그래, 엄마야>는 "발달장애인 자녀의 변화와 성장이 아니라 '어머니가 겪은 변화와 갈등'을 드러내면서 이들을 고유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는 포부"로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꿈, 내가 나의 삶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 앞에서 그녀들은 생경한 무언가를 만난 듯 머뭇거렸다." 그들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아이와 분리된 '나'의 시간을 상상하기 힘들어했다."

그렇다. "발달장애인의 어머니라는 굴레는 상상 이상으로 막강한 것이었다." "함께 얼굴을 맞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아이가 마주할 세상의 잔인함에 놀라며 "내가 돌볼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하지만 언제까지? 평생? 난 미래의 엄마지 미래가 아니다. 내게 내 삶이 있듯 미래에게는 미래의 삶이 있다"며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와 비장애인 아이를 함께 키우는 엄마는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비장애인 아이와 세상을 사는 데 크게 모나지 않을 정도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발달장애 아이를 보며 "어떻게 보면 두 아이의 최종 목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는"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엄마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각자가 그리고 함께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말을 꺼냈지만 역시 엄마 이야기가 많았다. <아빠 노릇의 과학>은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책인데, 모성에 비해 크게 이야기되지 않은 부성을 확인하며, 아빠는 엄마와 꼭 같은 크기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과학 연구도 대략 10분의 1에 그치는 등 부성은 모성에 비해 소외되었다. 저자는 이런 아버지의 배제가 "부정확하고 부정적이고 불친절한 이미지들을 영구화"한다고 지적한다. 잘 알지 못해 오해를 받고, 그 오해가 다시 잘 알지 못해도 되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말이다.

임신부터 유아, 아동기를 거치며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각 단계별로 아버지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양육이 아버지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는 이 책은, 저자 자신에게도 더 나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을 찾는 시도였다고 한다.

부성의 역할과 의미를 확인하는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더 나은 아버지가 되려는 마음이 꿈틀대지 않을까.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럼에도 더 분발해주시길 바란다.

아이 없는 삶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 / 엘런 L. 워커 지음 / 푸른숲
 아이 없는 완전한 삶 / 엘런 L. 워커 지음 / 푸른숲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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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내 자궁 안에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해보지 못했을 뿐더러 남편의 사랑을 아이에게 나눠줄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울적해져요."

고개를 끄덕이는 게 어렵지 않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아요.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희생이 너무 커요.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 아이에게는 궁극적으로 잘된 일일 거예요."

고개를 갸우뚱할 이가 적지 않을 말이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은 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 역시 남편과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는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로, 아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딘가 부족하게 여겨지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불편했다. 아이 없는 삶 역시 숱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선택일 뿐이고, 이들에게도 선택의 고민과 실행의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느낀 행복과 불안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그저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다면 택할 수도 있는 몇 가지 길을 부모가 됐다면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혹은 생물학적인 조건으로 부모가 될 수 없었다면, 인생의 다른 목적을 찾아 즐겁게 살면 된다. 우리의 사명은 각자 내린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풍요롭고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가 있든 없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행복한 삶을 꾸리고 즐길 자유와 책임을 갖는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아이가 없는 사람이 괜한 갈등을 겪지 않도록 다른 이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할 뿐이다. 이런 태도가 부모와 아이, 아이 없는 삶을 택한 이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그래, 엄마야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2016)


태그:#가족, #자녀교육,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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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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