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낮 시가현 오츠시 도초(堂町) 마을 와카미야하치만(若宮八幡) 신사에서 열리는 유다테(湯立)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마을에 따라서 유다치 축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사 마당에서 솥에 물을 끓여서 뜨거운 물을 대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뜨거운 물을 흩뿌리는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마을의 풍년과 무병 무재해를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유다테 축제 날짜는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벼 모내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열립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전부터 신사에 모여서 제장을 청소하고, 부뚜막 주변에 대나무 가지를 세워 금줄을 치고, 솥을 씻어서 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낮 12시부터 마을 사람들은 쟁반에 과자를 담아서 보자기에 싸서 신사 본전에 제물로 올립니다. 마을 전체는 70세대가 넘지만 이날엔 10세대가 조금 넘게 참가했습니다. 그밖에 신사에는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과일과 푸성귀, 말린 박 속 따위입니다.
특이한 것은 유다테 축제 때는 멥쌀로 떡을 만들어서 제물로 올린다는 점입니다. 멥쌀을 가루로 만들어 물로 반죽하여 동그랗게 만들어서 찝니다. 찹쌀떡 떡과 달리 끈기가 없어서 겉에 쌀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됩니다. 찹쌀 모치보다 투명하게 보이면 끈기가 없어서 먹기도 쉽습니다.
낮 1시쯤 이 마을 신사에서 열리는 의식을 담당하는 이웃 마을 다테베(建部) 신사에서 여자 신관 두 명이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자 신관을 미코(巫女)라고 합니다. 여자 신관 한 명은 신사 본전에 올라가 제물을 확인하고, 제사 시작을 신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고헤이(우리나라 무속에서 사용하는 지전과 비슷함)를 들고 내려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축수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신사 본적에 올라가서 신에게 축문을 낭독하고, 신에게 축복을 기원하고, 오늘 열리는 유다테 축제의 기원대로 올 농사가 풍년이 들고, 마을 각 집 마다 무병장수하고, 재난이 없게 해달라고 기원합니다. 기원이 끝나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여자 신관이 뜨거운 물을 끓여놓은 부뚜막에서 의식을 시작합니다.
부뚜막 세 곳에 각 술을 접시에 담아서 섞어놓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다발로 물을 휘젓고, 뜨거운 물을 흩뿌립니다. 이 때 북과 작은 징을 두드려 음악을 연주합니다. 물을 흩뿌리고 나면 대나무 잎 다발을 부뚜막 앞으로 던져놓습니다. 이렇게 세 부뚜막에서 세 번 같은 행동을 합니다.
부뚜막에서 제의가 끝나면 신산 하이덴(拜殿)에 들어가면 미코 무당이 방울을 들고 춤을 춥니다. 이 춤은 전후좌우로 돌면서 방울로 소리를 내고, 부정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제의가 축제가 끝나면 사람들은 제물로 올려놓은 먹거리를 내려와서 다 같이 나누어 먹거나 마시고, 남은 먹거리를 나눠서 집으로 가져갑니다.
뜨거운 물을 섞거나 흩뿌리는데 사용했던 대나무 가지를 나눠서 가지고 갑니다. 이 대나무 가지를 현관에 꽂아놓으면 집안에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뜨거운 물은 사람이 가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뜨거운 물로 부정이나 잡귀를 쫓고, 복을 기원하는 축제는 마을이나 지역에 따라서 다른 날 행하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