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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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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아내가 출근하며 묻습니다.

"당신, 오늘 뭐 해?"
"글쎄. 밭에 풀이 너무 많아, 풀이나 뽑을까?"
"한낮엔 쉬세요. 아참, 비 온다고 했는데, 양파 거둬야죠?"
"응, 그래야겠네."


가뭄이 심합니다. 땅이 바짝 말랐습니다.

땅에 바짝 엎드린 양파잎은 죄다 숨이 죽었습니다. 몇 개 꽃이 핀 양파는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춥니다. 벌들이 양파꽃에 친구하자며 놀고 있습니다.

비닐 구멍에 박힌 양파를 하나 하나 뽑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땅에 묻힌 것들이 아주 실합니다. 쏘옥 쏙 뽑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손맛이랄까? 그런 게 막 느껴집니다.

누가 옆에 있으면 자랑하고 싶네요. 남이 보면 굵기가 고르지도 않고, 모양도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내 눈에는 아주 탐스럽습니다. 내 자식은 다 예쁘고, 잘나 보이는 이치랄까요.

양파는 늦가을에 실같이 가는 모종을 심어 가꿉니다. 비닐 씌워 구멍을 뚫고, 한 구멍에 모 하나를 심습니다. 나는 얼어 죽을까 모 사이사이에 왕겨를 채워 넣었습니다.

옮겨 심은 어린 양파모는 한겨울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차디찬 언 땅에서 목숨만 붙어 자랍니다. 어떻게 한겨울을 버티었을까요?

따스한 새봄. 가느다란 실파 같은 양파는 다시 살아납니다. 살아남은 생명력이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의 유월. 잎이 쓰러져 마른 양파는 양분을 밑으로 보내 씨알을 굵게 합니다.

잎이 거의 마른 뒤, 통통한 납작 팽이만큼 굵어지면 수확을 합니다.

양파는 열량이 적습니다. 콜레스테롤 농도를 저하시켜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화액의 분비를 돕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합니다. 양파는 벗기면 벗길수록 맛과 건강에 좋습니다.

나는 고추장에 생 양파를 찍어먹는 걸 좋아합니다. 알싸하고 아삭한 식감이 참 좋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가 거둬들인 양파를 보고 호들갑입니다.

"여보, 여보! 양파가 이렇게 실해요? 풀하고 같이 자랐는데, 고맙기도 해라! 꽃핀 키다리 양파는 놔두었네. 씨 받아 모를 길러봅시다."

아내의 흐뭇한 표정을 보니, 수확의 기쁨이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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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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